주요기사

[연합뉴스] 배상은커녕 사죄도 안하는 일본 기업…징용 판결 4년째 거부

376

기금 출연·사죄 의향 질문에 답변 회피…”日정부와 협력해 대응”
NGO “日기업 명확한 거부는 아니다”…14일 미쓰비시 상대 금요시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촬영 이세원]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한국인 강제노역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확정된 지 이달 30일로 만 4년이 되지만 일본의 가해 기업(피고 기업)은 판결 이행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피해자를 부려 먹은 기업에서는 위자료 지급은 고사하고 사죄하려는 의지도 읽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한일 양국 기업과 한국 혹은 일본 정부가 참여하는 기금을 설립해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가해 기업은 기금 출연과 관련해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피고 기업 중 하나인 일본제철 관계자는 기금 설립이 추진되면 돈을 낼 의향이 있느냐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가정의 질문에는 답변을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사로서는 이른바 ‘징용공'(강제노역 피해자) 사안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토대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결론이 내려져 종료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평소 논평과 비슷한 의견을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원고(피해자)에게 사죄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방금 설명한 것과 같은 입장”이라고 반응했다.

일본제철 본사 [촬영 이세원]

미쓰비시(三菱)중공업 관계자는 기금 관련 논의가 “한국 국내의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사로서는 논평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죄 의향에 대해서는 “우리들은 종전부터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이라면서 사죄를 청구권 협정과 별개의 문제로 여기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부연했다.

두 기업 모두 기금 출연과 사죄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내비치면서도 명확한 답변을 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일본 정부와의 공조 태세를 강조했다.

일본제철 관계자는 “(일본) 정부와 협력하면서 적절하게 대응하고 싶다”고 말했고 미쓰비시중공업 관계자는 “(일본) 정부와도 협력해서 본건 소송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제노역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본 시민단체 활동가는 일본 기업의 모호한 태도의 배경으로 일본 정부를 꼽았다.

일본 외무성 청사 [촬영 이세원]

야노 히데키(矢野秀喜) 일본제철 전(前) 징용공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사무국 차장은 일본 기업의 답변에 명확한 거부 의사가 담겨 있지 않다고 해석하고서 일본 정부의 대응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며, 일본 정부의 태도가 바뀌면 일본제철도 (강제노역 피해자 문제에) 대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관측했다.

피고 기업은 일본 정부가 사실상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배상을 거부하고 있으나 만약 일본 정부의 태도가 달라지면 기업의 대응도 바뀔 것이라는 해석인 셈이다.

다카하시 마코토(高橋信) 나고야(名古屋)미쓰비시(三菱)·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소송지원모임)의 공동대표는 미쓰비시중공업의 답변이 “난센스”(이치에 맞지 않음)라고 평가했다.

강제노역 피해 문제 해결 촉구하는 다카하시 마코토 [촬영 이세원]

그는 미쓰비시중공업이 판결 이행(위자료 지급), 사죄, 미불 임금 지급 등 3가지를 완료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밝혔다.

소송지원모임은 미쓰비시그룹의 계열사 사장 회의가 열리는 매월 두 번째 금요일에 회의장인 미쓰비시상사 본사 앞에서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금요시위를 하고 있으며 오는 14일에도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일본 외무성은 일본 정부나 피고 기업이 기금에 돈을 내는 것에 대한 견해 등 이 문제에 관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가정의 질문 혹은 보도된 내용에 관해 일일이 답변하는 것을 삼가겠다”며 제대로 된 답변을 회피했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

<2022-10-12> 연합뉴스

☞기사원문: 배상은커녕 사죄도 안하는 일본 기업…징용 판결 4년째 거부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