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2022 개정 교육과정 과목별 공청회(역사과)에서
수구우익단체들이 물의 일으켜
• 김종욱 기획위원
9월 30일 오후 3시, 청주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박물관 소강당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과목별 공청회(역사과)가 진행됐다. 이미 이틀 전엔 9월 28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도덕과목 공청회가 수구우익단체의 난동으로 엉망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후였고,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연대 요청에 따라 민족문제연구소에서 4명의 상근자들이 공청회에 참석하였다. 오후 2시경, 공청회가 열릴 교육박물관 앞에 도착했을 때부터 공청회 장소인 교육박물관 주위는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민주주의’란 표현 대신 ‘자유민주주’로 기재하라고 요구하는 피켓을 든 수구단체 회원, 이에 반해 ‘역사교육 과정에 대한 교육부의 부당한 개입을 중단해 주십시오’라고 적힌 피켓을 든 전국역사교사모임의 한 교사가 나란히 옆에 섰다. 공청회가 시작되기 20분 전 입장을 시작한 소강당의 분위기가 험악했다.
실내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은 노인 한 명은 ‘자유대한민국만세!’를 외치는 한편 ‘너희들이 보릿고개를 알아?’, ‘이 빨갱이 새끼들 죄다 고소할거야’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기까지 했다. 이런 소동은 공청회가 진행되는 시간 내내 계속되었다. 교육과정 개정안을 설명하는 연구진에 대해 “왜 실명을 공개하지 않느냐?”, “우리들은 교육과정 개정안 내용에 대해 관심이 없다. 질문할 시간을 보장하라!”라는 무리한 요구로 소란을 피우기 일쑤였고, 이를 제지하기 위한 교육부 관계자에게도 “너도 한패냐 이 새끼야, 저리 꺼져” 등의 발언으로 공청회 장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2022 역사과목에 대한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발제가 모두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질문을 준비해서 나온 듯한 여러 명의 사람들이 앞으로 나와 ‘역사과목의 현대사 수업비 중이 너무 높다. 이는 이념교육과 다르지 않다. 유구한 5천년 역사를 가진 우리민족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려면 ‘전근대 시대 역사기술 비중을 늘려야 한다’, ‘교과서에 6·25전쟁에 대해 남침이라고 명확하게 기술하고 가르쳐야 한다.’, ‘자유민주주의가 교육 이념으로 부각될 수 있게 민주주의라는 표현 대신 자유민주주의가 선명하게 기술되어야 한다’ 등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다행히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이 많이 참석했고, 수구단체 사람들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에 반발하는 사람들까지 가세한 탓에 몸싸움이나 소동은 없었다. 다만 연이은 개정 교육과정 공청회 자리에서의 소란을 빌미로 교육부가 또 다시 역사 과목에 대한 개악에 나설 것이 우려되는 지점이었다.
한편 윤정권의 교육부에서는 이미 민주시민교육, 노동인권교육, 생태전환교육 등을 정규교육과정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하는 등 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퇴행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박근혜 정부 때 이미 시행했다가 실패한 역사과목에 대한 개악 또한 서두르는 모양새여서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