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시민역사관

어린이까지 예비 전사로 키우는 전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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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예법國民禮法>, 초등과 3학년, 1941.4
지금의 초등학교 3학년생들에게 일본에 충성하고 ‘천황’을 아버지처럼 모시며 일본인답게 예의범절을 잘 지키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교재. ‘천황’의 탄생일인 ‘천장절(天長節)’ 등 중요한 축일(祝日)에 학교나 가정에서 ‘일장기(日の丸)’를 내걸어 ‘천황을 위한 나라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국기함, 10×21.2×10
전라남도 함평남공립소학교에서 교내에 봉안전奉安殿을 건립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철로 제작되었다. 뚜껑에는 일본 국가(國歌)인 ‘기미가요(君が代)’와 국기게양일, 기념일 등과 함께 ‘일장기’가 새겨져 있다. 전라남도 함평남공립소학교에서 교내에 봉안전奉安殿을 건립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철로 제작되었다. 뚜껑에는 일본 국가(國歌)인 ‘기미가요(君が代)’와 국기게양일, 기념일 등과 함께 ‘일장기’가 새겨져 있다.
<초등과 도화初等科 圖畫>, 제6학년 남자용, 1944.3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초등과 도화 교과목 교재이다. 총 27개 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색감을 ‘대동아’, ‘방공’, ‘증산’, ‘절약’ 등 전시체제 구호로 표현하는 방법이 수록되어 있다. 총을 비롯하여 전투기, 탱크 등 주로 무기를 스케치한 그림과 요새要塞의 내부 모습도 포함되어 있다.
<셈본カズノホン>, 1학년 상권
1학년 셈본 교과서로 삽화는 군복을 입은 아이들과 비행기, 탱크 등을 이용해 숫자를 익히는 교재다. 또한 모형총으로 제식훈련 중인 아이들의 수를 셈하는 모습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는 학교가 어린아이 때 부터 예비 전사로 키우기 위해 전시 생활을 지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책ヱノホン>, 1학년 하권, 1944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초등 1학년 미술 교재로 그림과 종이접기, 만들기 등을 주제로 한 그림책이다. 무장을 한 군인, 일장기를 흔들며 군인을 환송하는 모습 등의 삽화와 일장기가 그려진 비행기 등의 종이접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군국주의 교육을 학습시키고 있다.
<초등공작初等工作>, 제5학년 여자용, 1944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제5학년 여자용 공작 교재. 다양한 종류의 톱과 대패질, 못을 박는 방법 등 도구 사용법과 함께 프로펠러를 이용한 글라이더·배 모형 만들기, 재봉틀과 전기기구 다루는 법 등이 실려 있다.
모형 글라이더 제작, <싸우는 조선戰ふ朝鮮>, 1945
수업 시간에 각종 도구와 재료를 이용하여 글라이더를 만들어 운동장에서 비행 실습하는 학생들의 모습. 아이들에게 비행기 작동 원리와 모형 제작을 교육함으로써 미래 항공병을 키워내려고 했다.

침략전쟁의 파고는 한창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다니고 새로운 지식을 배워 한 단계씩 성장해 가는 어린 학생들까지도 덮쳐버렸다. 일제의 전시체제로 학교 교육은 오로지 ‘천황’과 국가에 충성하는 ‘신민’을 기르고 전쟁을 합리화하는 데 목적을 두게 되었다.

조선총독부는 1911년 9월 ‘천황제’와 전체주의를 합리화하는 「교육칙어」를 식민지 교육의 기본 이념으로 활용하는 제1차 「조선교육령」을 시행하였다. 3·1운동을 계기로 문화통치를 표방하면서 제2차 「조선교육령」이 공포되었으나, 중일전쟁으로 일제의 대륙침략이 본격화되자 1938년 3월 제3차 「조선교육령」을 공포하고 국체명징國體明徵·내선일체內鮮一體·인고단련忍苦鍛鍊을 앞세워 황국신민화 정책을 추진하였다. 1941년 3월에는 초등학교령을 통해 소학교의 명칭을 아예 황국신민皇國臣民을 지칭하는 ‘국민학교國民學校’로 교체해 버렸다.

학교는 이러한 전쟁의 광기 속에서 마치 종교집단이 되어 갔다. 학교에 ‘천황’을 위해 기도하는 제단으로 가미다나神棚를 만들고 황국신민서사를 비치하여 국가와 ‘천황’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다. 애국일, 신사참배일, 메이지절 등 온갖 기념일이 되면 조선의 어린 학생들을 예비 소년전사로 육성하고자 오로지 한 사람, ‘천황’에게 기도하며 싸우러 나갈 것을 교육했다. 그리고 중등학교의 수업 연한을 5년에서 4년으로 단축하여 조금이라도 일찍 군인이 될 수 있게 제도화하였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활동의 목표는 강건한 병사양성이었고, 이를 위해 학생의 체력 단련과 군사훈련이 강제되었다. 1944년 이른바 ‘결전교육 실시’라는 명목으로 전시교육비상조치로 학생들에게 군사훈련과 강제노동을 실시했다. 지금의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이면 군사교육을 받게 해 유사시 한반도 내에서 조선 학생들을 최후의 총알받이로 동원하려 했다. 학교가 ‘전쟁’에서 가장 멀리 있어야 할 어린이들을 ‘천황’을 위한 ‘예비 전사’로 길러내는 훈련소가 되어 버린 것이다.

• 강동민 자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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