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학연구회, 한국작가회의가 주최하는 조선일보 ‘동인문학상’ 비판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친일문인기념문학상 비판과 민족문학운동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김동인은 내선일체를 강조하고 태평양전쟁을 정당화하는 등 일제에 협력하는 글을 썼던 대표적인 친일 문인이다. 1945년 8월 15일 광복 당일에도 그는 친일 성향 문인 단체를 만들겠다는 사업 계획을 제안하기 위해 총독부를 찾아가기도 했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김동인의 이러한 친일 행적을 반민족친일행위로 규정해 ‘문학계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그의 이름을 올렸지만, 그를 기념하는 동인문학상은 현재까지도 매년 시상되고 있다. 세미나를 주최한 민족문제연구소와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는 이전부터 동인문학상 폐지 운동을 벌여 왔다.
한국작가회의 박관서 사무총장은 토론에 앞서 인사말에서 친일문학상 수상 거부 작가를 위한 상 명칭 공모 사례를 언급했다. “새로운 사회 운동이자 문학 운동”이라며 “(이런 움직임들이) 시민적 가치와 미래적 가치와 결합해 친일문학상 관리 운동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일문학상 수상 거부 작가를 위한 상 명칭 공모는 구본기 대표가 있는 시민주권운동중점에서 첫 스타트를 끊었다. 조선일보에 맞춰졌던 그간의 시위와는 달리 수상자에게 직접 상 포기를 요청하는 방식의 운동이다. 이번 동인문학상 수상 후보자인 조해진 작가에게 동인문학상 거부를 적극 요청할 뿐 아니라 거부시 명예를 줄 문학상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본기 대표는 “‘SPC 불매운동’을 예시로 들며 이제 시민과 독자들이 책 구매에도 윤리적 선택을 하는 시대”라며 “친일문인기념상을 받은 작가는 더이상 소비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구본기 소장은 친일문인기념문학상 수상 작가들에게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책임과 태도를 요청했다.
이날 세미나 토론에서는 김동인의 문학 작품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정미선 전남대학교 교수는 ‘김동인 소설의 여성 표상과 식민주의 남성성의 문제’라는 주제로 발표를 맡았다. 정 교수는 김동인의 작품에서 유독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는 점에 주목하여 김동인이 작품 속에서 여성 인물들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 교수는 “김동인 소설은 일제 식민지 치하 조선에서 하층민 여성과 상층민 여성의 ‘여성적인 것’을 경유하고 전유함으로써 작동하는 식민주의 남성성의 담론적 실천으로서 자리한다”며 “이러한 이중화되고 균열된 식민주의 남성성은 문청(문학청년)이라는 담론 권력 하에서 작동함으로써 식민지 조선의 여성들을 기호적으로 두루 착취하는 글쓰기로 전화됐다”라고 했다.
‘일제 말부터 해방 이후 김동인 작품에 나타난 친일의 내적 논리’라는 주제로 발표한 김희진 고려대학교 강사는 김동인이 일제에 협력하는 글을 쓰게 된 것에 대한 그의 문학적 논리를 살펴봤다. 김 강사는 김동인이 “약육강식에 입각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며 “한일합병 이후 약자인 조선은 강자인 일본에게 흡수돼 소멸됐기 때문에 조선인은 일본인이 되어가는 것”이라는 논리를 가지고 있었고, 식민사관을 내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강사는 또 “이광수를 모델로 쓴 <반역자>라는 작품에서 김동인은 이광수의 민족을 위한 삶이 반역으로 규정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면서 “<반역자>를 통해 김동인은 이광수의 친일 행적을 감싸주면서 그와 같이 친일을 했던 자신을 변호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했다.
김윤환 백석대학교 교수는 ‘민족역사문제의 재인식과 현대시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민족 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광복 77주년임에도 여전히 식민지 문화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민족의 미래, 문학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며 “한국 시인의 민족 정체성을 구현하는 창작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가 끝난 뒤에는 맹문재 안양대학교 교수가 종합토론을 이끌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주제 발표와 토론 외에도 장우원, 강태승 시인의 창작시 낭송이 있었다.
이승석 info@news-paper.co.kr
<2022-11-11> 뉴스페이퍼
☞기사원문: ‘친일문인기념문학상’ 동인문학상 비판 세미나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