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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친일’ 조선일보 동인문학상에 맞선 인동문학상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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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가에게 ‘수상 거부’ 요청…“작가들, 각성해야 한다”
‘수상 거부’ 방식에 비판적 의견도…“이런 방법은 회유이자 폭력”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학연구회, 시민주권운동중점, 한국작가회의 등 단체가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동인문학상’ 폐지를 요구하며 ‘인동문학상’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인문학상 수상을 거부하는 작가에게 인동문학상을 주겠다는 것이다. 작가에게 수상 거부를 요청하는 방식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학연구회 등 단체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파를 기념하는 행위는 친일 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친일이 작은 문제인 것처럼 축소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올해 동인문학상 수상자인 조해진 소설가에게 수상 거부를 요청할 예정이며, 조 소설가를 1회 인동문학상 후보로 선정했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자회견을 주최했다.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인동문학상 발표 기자회견. 사진=윤수현 기자.

권위상 민족문학연구회 사무국장은 “중앙언론사가 주관하는 친일 문인 기념상이 있는데, 날이 갈수록 권위가 높아지고 있다”며 “중앙언론사가 시상을 주관하니 줄을 선 것이다. 위당문학상과 팔봉비평문학상은 없어졌으나 동인문학상이 남아있다”고 했다. 권 사무국장은 “작가들이 각성했으면 한다”며 “조선일보는 김동인 앞에 작가들을 줄 세우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서정주를 기념하는 중앙일보의 미당문학상은 2019년 폐지됐다. 한국일보는 올해 김기진을 기념하는 팔봉비평문학상을 시상하지 않기로 했다.

이용빈 의원은 “친일파 행적을 청산하지 못한 역사적 현실에 비통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문학계 대표적 친일파인 김동인 작가와 관련된 동인문학상은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는 민족정기와 관련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동인문학상을 “친일 잔재”라고 표현하고 “비통한 현실 바로잡지 않는 건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03년 12월25일 자 한국일보 칼럼.

고종석·황석영·공선옥, 동인문학상 후보 등재 거부

동인문학상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안티조선’ 운동이 활발하던 2000년대 초 동인문학상 후보 등재를 거부하는 작가들도 있었다. 고종석·황석영·공선옥 작가가 대표적이다.

고종석 작가(당시 한국일보 논설위원)는 2003년 12월25일 ‘동인문학상 생각’ 칼럼에서 “동인문학상에 비판적인 이유는 심사위원단의 종신화와 상금의 파격적 인상, 상시적 독회 평가의 기사화를 뼈대로 한 세 해전의 체제 개편 이래, 한국문단에 대한 조선일보의 아귀힘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작품의 됨됨이로 보나 조선일보에 대해 취해온 입장으로 보나 도저히 이 상의 수상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의 이름을 거론하고 그 얼굴을 지면에 실은 데 대해 조선일보 쪽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황석영 작가는 2000년 7월19일 한겨레 칼럼에서 “문학상이 세계관의 한 표현일진대 나는 ‘조선일보’ 측의 ‘동인문학상’뿐만 아니라 현대문학에서의 동인의 위치에 대하여도 이견이 있는 사람이며, 따라서 귀측의 심사대상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일단 밝혀두려고 한다”고 했다.

황규관 시인은 2019년 5월30일 서울신문 칼럼 ‘조선일보와 동인문학상’에서 “작가 스스로 버린 문학을 기려 문학상을 주고받는 것 자체가 해괴한 일”이라며 “개탄스러운 것은 동인문학상 종신 심사위원에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분들이 위촉됐고, 위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인문학상 종신 심사위원이 그 자리에서 스스로 떠남으로써 조선일보가 주는 허명을 내려놓으시길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비판했다.

황은덕 소설가는 2018년 10월11일 부산일보 칼럼 ‘부끄러운 문학상에 대하여’를 통해 “문학이 현실과 동떨어진 진공 상태에서 탄생할 수 없듯이 작가의 문학정신은 그의 삶의 행적과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며 “작가들이 친일문인 기념 문학상의 수상과 심사를 거부하고, 더 나아가 문학상을 폐지하라고 요구하는 이유. 친일 잔재를 청산하지는 못할망정 그것을 받들고 기리는 행위는 차마 할 수 없어서이다”라고 밝혔다.

▲인동문학상 자료사진.

수상자에게 ‘수상 거부’ 요청…“회유이자 폭력 같다” 비판도

동인문학상 수상자에게 ‘수상 거부’를 요청하는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수상을 거부하지 않은 작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박일환 시인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동인문학상은 폐지돼야 한다면서 “그래도 이런 방식은 아니다. 수상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는 작가가 있다면 그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서령 작가 역시 12일 페이스북에서 “수상 거부를 촉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그 선이 수상 거부 촉구에서 그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소설가도 지금 고민이 많겠으나 수상 거부가 인동문학상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조금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김 작가는 “동인문학상 폐지에 적극 동의하지만 이런 방법은 회유이자 폭력 같다”고 했다.

인동문학상 추진 단체들도 이 같은 우려를 인지하고 있었다. 이용빈 의원은 기자회견 후 백브리핑에서 “(동인문학상을 받는다는 건) 인동문학상 수상을 거부하는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해서 작가의 양심과 윤리라는 측면에서, 작품을 통해 이야기해왔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권위상 사무국장은 김동인의 친일 행각이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이걸 문인들이 다 알면서, 그 사람을 기리는 상을 주는데 받겠다는 건 문제가 있다. 일부에서는 ‘작품으로 보자’, ‘문인이 왜 문인을 공격하냐’고 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권 사무국장은 11월25일 동인문학상 시상식 날 조선일보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동인문학상은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소설가 김동인을 기리는 상이다. 김동인은 배따라기, 감자 등을 집필한 소설가로 1940년대 학병·징병·징용을 선전하는 글을 써 매일신보에 게재했다. 친일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김동인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했다. 김동인의 아들은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2011년 “일부 친일행위를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2022-11-14> 미디어오늘

☞기사원문: ‘친일’ 조선일보 동인문학상에 맞선 인동문학상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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