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가 추가되고 ‘성소수자’ ‘성평등’ ‘재생산’ 등 표현이 빠진 보수화된 새 교육과정을, 교육부가 확정 발표했다. 교육시민단체들은 윤석열 정부가 교육과정을 정권 입맛에 맞게 뒤흔들었다며, 교육 현장에 도입 전 추가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22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2 개정 초·중등학교 및 특수학교 교육과정’을 확정·발표했다. 교육부가 연구진 동의 없이 중·고교 역사과 교육과정에 추가한 ‘자유민주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표현이 그대로 유지됐고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의 전근대사 성취기준도 6개에서 9개로 늘어났다. 반대로 고등학교 통합사회 과목에서는 ‘성소수자’가, 도덕 과목에서는 ‘성평등’이, 보건 과목에서는 ‘재생산권’, ‘섹슈얼리티’ 표현이 삭제됐다. 장 차관은 “교육부 고시 내용에 동의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사회의 모든 다양한 시각을 교과 교육과정에 담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월9일 교육부가 새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을 발표한 뒤 역사과 연구진은 “(자유민주주의 추가는) 연구진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무시한 행태로 민주주의가 내포하는 다양성과 포용적 가치를 좁혀버리는 결과를 낳았다”며 행정예고안 철회를 촉구했다. 전국역사교사모임도 “역사 교과서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성소수자’ 표현 삭제 등을 두고는 여성단체와 성소수자 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학교에서의 성평등 교육이 위축될 것”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교육부에서 상정한 새 교육과정 심의본을 지난 14일 표결에 붙여 통과시키면서 교육부의 ‘들러리’,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도 크다. 이에 대해 장 차관은 “국교위가 심도 있는 논의를 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짧은 기간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안별로 나름대로 의견 접근을 이룬 부분들도 있다. 앞으로 전문위원회나 하부조직을 만들어 개발 단계에서부터 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진다면 ‘사회적 합의’ 취지에 맞는 교육과정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14일 국교위 표결에 반대해 회의 중간에 퇴장한 진보 성향의 정대화 상임위원과 김석준·장석웅 위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교위가 교육과정을 졸속·강행 처리해 시작부터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 국교위가 위상과 역할을 스스로 실추시키고 국민과 함께하는 미래형 교육과정의 취지마저 무색해졌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날 교육부가 새 교육과정을 확정한 뒤 전국역사교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실천교육교사모임 등 교육시민단체 106곳은 공동성명서를 내고 “누더기가 된 교육과정의 퇴행을 되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새 교육과정은 정권의 입맛에 맞춰 교묘하게 교육과정을 개악해나간 교육부와 정권의 거수기 노릇을 자처한 국가교육위원회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새 교육과정이 시행되는 2024년까지는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으므로 국교위는 논란이 된 부분을 전문위원회 등을 통해 숙고하는 등 수시 개정 과정을 밟아서라도 교육과정 퇴행을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2022-12-22>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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