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랑

걸개그림 그리던 미대생이 우리 역사문화 콘텐츠 전도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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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걸개그림 그리던 미대생이 우리 역사문화 콘텐츠 전도사가 되다

방학진 기획실장

 

2020년 9월 ‘디자인 가안채’(www.gaanche.com)라는 회사가 민족문제연구소에 전화해왔다. 가안채는 3·1절을 기념하여 태극기와 독립신문을 디자인한 손수건을 제작·판매하였고 그 수익금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와 우리 연구소에 각각 기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나중에 들으니 ‘독립운동과 함께한 태극기·독립신문 손수건’이라는 주제로 제작된 이 손수건은 ‘카카오 메이커스’ 플랫폼에서 2주 만에 3,500여 장이 판매되는 등 호응이 좋았다고 한다. 강효숙 가안채 대표는 기부와 함께 연구소 후원회원에 가입하였고, 2022년 8월 1일 연구소에서 진행한 ‘독립운동을 활용한 문화컨텐츠 제작사례’ 강좌에 강사로 참여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강효숙 가안채 대표에게 기부 이유를 물었다.
“2019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유물을 활용한 상품개발을 계기로 우리 근현대사 관련 콘텐츠로 상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 독립의 역사를 기억하거나 이를 알릴 수 있는 유물을 찾아 <대한독립과 함께한 태극기, 독립신문>이라는 주제로 손수건을 제작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 임시의정원 태극기와 임시정부 소식지 역할을 한 독립신문을 큰 주제로 손수건을 만들어 판매했는데 예상 외로 반응이 폭발적이었고 이 상품을 구매하신 분들의 뜻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처음에는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려 했으나 전액 기부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기부처를 찾던 중 임시의정원과 독립신문에 가장 연관성이 높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에 현금과 현물을 기부했어요. 그런 다음 평소 개인적인 관심이 있었던 민족문제연구소에 기부하게 되면서 연구소와 소중한 인연이 시작되었네요.”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밀집되어 있는 부천시 춘의역 부근에 위치한 가안채는 디자인 회사라는 선입견이 무색할 정도로 물품 창고와 사무 공간이 혼재되어 있어 마치 택배회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정식으로 회사 소개를 들어 보았다.
“민화와 전통문화 콘텐츠 상품을 기획에서부터 생산·판매하는 디자인 가안채는 2013년도 민화작가인동생과 함께 작업실을 같이 사용하면서 민화의 아름다움과 그 의미 즉 길상(吉祥)의 의미를 알게 되어 이를 상품으로 만들자는 구상에서 회사를 만들었구요. 설립 이후 일관되게 이 분야의 상품을 개발하여 국립중앙박물관 뮤지엄 숍, 한국문화재재단 쇼핑몰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민화 등 전통문화 콘텐츠 상품을 만들다가 2020년 독립운동 관련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강효숙 대표

“저의 학창시절인 1980년대는 많은 동료들이 이 땅의 진정한 독립과 해방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젊은 열정을 바치면서 민주화운동을 할 때 저 역시 작은 힘을 보태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경험이 저의 의식 속에 저장되어 지속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처음 회사를 설립한 후 상품을 만들면서는 사업이라는 관점이 가장 중요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의미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생기더라구요. 실제로 독립운동 같은 의미 있는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면서 생각보다 큰 보람을 느끼게 되었고 일부러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의미 있는 상품을 기획·생산하려 합니다.”
실제로 강효숙 대표는 태극기, 독립신문 손수건 외에도 역시 태극기, 독립신문을 활용한 에코백, 태극기 마스킹 테이프. 한반도 평화기원 백두대간 달력, 캘리그라피로 쓴 독립운동가 어록, 여성 독립운동가 키링(열쇠고리) 제작 등 매년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학창시절 이야기가 나왔으니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었다.
“저는 미술대학 출신이어서 걸개그림을 그리면서 당시 동료들과 함께 민주화운동에 참여했어요. 물론 다른 역할도 있었지만 당시 미대생들은 주로 자신들의 재능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참여했었지요.

독립운동가 키링

한번은 수업 중 실기 시간에 과제로 제출한 작품이 문제가 되어 미대 교수님들이 회의를 열기도 한 작은 소동도 있었지요. 걸개그림 외에도 직접 손으로 그린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함께 했던 선배도 기억납니다. 지금은 아무 문제도 안되는 것이지만 당시에는 ‘미술의 시대적 임무’ 등에 관한 학습을 비밀리에 했던 기억도 나고요. 여하튼 80년대의 삼엄했던 상황 때문에 저는 젊은 날을 옥죄인 채 지낸 것 같습니다.”

 

KCDF 입점 상품

 

강효숙 대표는 2018년 8월 개관한 식민지역사박물관을 여러 번 방문하면서 식민지역사박물관에 어울리는 문화상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자신도 아이디어와 힘을 보태겠다고 말한다.
“올해 여름 어떤 분이 제공한 아이디어인 친일파 지우개도 식민지역사박물관에 어울릴 것같아요. 생각할수록 독립운동을 활용한 많은 상품들이 있는데 순차적으로 차분히 하나씩 출시하려 합니다.”
마침 내년 2023년이 일명 ‘의열단 선언’이라고 불리는 조선혁명선언이 발표된 지 100년인데 강 대표는 그 선언문 이미지를 활용한 기획 상품도 구상중이라고 조심스럽게 귀뜀해주었다.
강효숙 대표의 연말연시는 어떤 모습일까?
“길하고 복되며 상서로운 징조라는 뜻의 길상화 달력은 주로 자녀들이 부모님들의 안녕을 기원하면서 많이 주문하고 있어서 매년 품절될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제가 덜 팔더라도 꼭 여러 개를 남겨서 민족문제연구소 후원회원님들에게 최대한 많이 기부하고 싶어요. 저는 우리 후원회원님들을 존경하며 저 역시 어느덧 후원회원이 되었네요. 그러니 앞으로는 부담 없이 저에게 필요한 것을 부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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