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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본 위한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 폐기하라” 촛불 든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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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위해 싸운 피해자를 ‘채권자’ 취급”
주권 훼손하는 정부 배상안 반대

한-일 과거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시민단체가 모인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 회원들이 13일 저녁 서울 세종로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 강제동원해법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일본의 사과나 배상 책임 없이 한국 정부가 재원을 마련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대신 변제하는 배상안이 공식화면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13일 열렸다.

이날 저녁 7시 비가 오는 날씨에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 모인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윤석열 정부 굴욕외교 규탄한다”, “일본 위한 강제동원 해법 폐기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지난 13일 외교부와 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공동주최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정부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한일청구권 협정(1965년)으로 수혜를 입은 한국 기업들로부터 배상금 재원을 마련해 ‘채권자’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병존적 채무인수’ 방안을 언급해 논란이 커졌다.

당시 토론회에 참석한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이날 발언에 나서 “정부는 80여년간 피해자들이 일본을 향해 싸운 80년의 노력을 2시간짜리 토론회로 끝내려고 했다. 인권의 존엄을 위해 투쟁하며 평생 싸워온 분들을 단순 채권자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대법원 승소 판결을 쟁취한 피해자들이 일본 사죄의 증거로서 받아야 하는 배상금에 대해 마치 피해자들이 구걸한 듯 ‘일본에 더이상 기대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피해자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13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 기시다 총리가 ‘역사심판’을 받는 모습의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장예지 기자

정부의 배상안은 사법주권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창록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해자들은 한국 법정에서 일본 전범기업과 싸워 승소 확정 판결을 얻어냈고, 그에 따라 일본 기업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것을 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주권국가로서 정부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고 말했다. 또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 위반으로,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합법이었고 강제동원은 애당초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윤석열 정부의 해법은 이런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것을 그대로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한국 정부가 내놓은 배상안에 대한 일본의 기류도 전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마치 정부가 먼저 (배상안 문제를) 해결하면 일본 기업이 사죄하고, 기부금도 내 줄 것처럼 약속하지만, 일본은 전혀 그렇지 않다. 너무 다른 이야기가 한일 양쪽에서 나오는데, 이는 한국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는 한미일 군사안보협력에 집중해 이를 방해하는 인권 문제는 경시 또는 무시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대한민국이 인권을 무시해 전쟁을 가기 위한 준비에만 몰두해선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 기시다 총리 가면을 쓰고, 법봉에 쓰인 ‘역사의 심판’을 받는 모습의 퍼포먼스를 내보이기도 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2023-01-13> 한겨레

☞기사원문: “일본 위한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 폐기하라” 촛불 든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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