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지역 시민단체, 시 숭모관 철회 요구… “전국민적 비난·조롱의 대상 될 것”, 주민투표 제안도
경북 구미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사업으로 1000억 원을 들여 숭모관을 짓겠다고 밝히자 구미지역 시민단체들이 김장호 구미시장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치적쌓기에 불과하다며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관련 기사: 기념관 있는데… 1000억 들여 박정희 숭모관 건립한다는 구미시 https://omn.kr/22jci)
구미YMCA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59억 원을 들여 지난 2021년 9월 역사자료관을 개관한 지 2년 만에 또 박정희 추모사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생가에 있는 추모관이 협소하고 비탈길에 있어 방문객들이 불편하고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시의 입장에 구미YMCA는 “돔 영상관, 모션클릭 모니터 등 당시 최신식 기술을 활용한 기존 전시실은 콘텐츠의 변화가 없거나 고장으로 인해 다른 전시물로 대체되고 있다”며 “오르막길이 문제가 아니라 전시 콘텐츠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시설을 지어도 방문객이 늘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곳이 순수한 추모의 공간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추진되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시장이 당선될 때마다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이라는 걸 시민들은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미YMCA는 “코로나 시기를 지나 최근 가스비, 기름값, 전기요금 등 줄줄이 인상되면서 시민들의 궁핍해지는 삶은 언제 나아질지 답답하다”면서 “숭모관을 거대하게 짓는다고 시민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 숭모관 건립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박정희 등굣길·체육관 있는데 또? 외지인 비웃음거리 될 것”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는 “새마을 테마공원, 민족중흥관, 박정희 역사자료관이 찾는 사람이 적어 운영 능력과 관리에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런데 구미시는 또다시 박정희 우상화 사업에 1000억 원대의 혈세를 쏟아부어 박정희 숭모관을 건립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미에는 박정희 생가 안내 도로표지판, 박정희 체육관, 박정희 등굣길, 박정희 관련 시설물이 차고 넘쳐 이미 박정희 우상화 사업으로 도시 전체가 외지인들의 비웃음거리가 돼 버린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관련 시설물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한 해에 70억 원이 넘는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며 “친일 행적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독재자 박정희를 기억하는 국민들에게 또 다시 전국민적인 비난과 조롱의 대상으로 떠오를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구미지회는 “시대착오적인 박정희 우상화 사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구미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반역사적·반시민적 사업을 철회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구미경실련은 “숭모관 건립 대신 ‘폭탄’ 난방비 보조금부터 챙겨라”라며 “굳이 하고 싶으면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비판했다.
구미경실련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단체의 인력지원 필요성엔 예산이 없다면서 1명도 증원해주지 않고, 청년들은 프로그램이 부족한 구미문화예술회관보다 김천문화예술회관을 더 많이 이용하는 현실을 외면한 채 문화재단만 설립하면 다 될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10% 할인 지역상품권 발행액이 일부 군 지역보다 적어 김천사랑상품권을 구매해 김천에서 사용하게 만드는 구미시”라며 “그런 구미시가 이미 사용한 1000억 원도 모자라 또 박정희 숭모관 건립에 1000억 원을 쏟아 붓겠다고 하니 소가 웃을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정희 는 지지자들에게 검소한 이미지를 연출했고 지지자들도 박정희의 위장된 검소함을 강조한다”며 “본인이 만든 구미산단이 정주여건 부족으로 어려운 마당에 청년들과 완장 없는 시민들이 반대하는데도 추모 당사자인 박정희는 1000억 숭모관 건립을 찬성하겠느냐”고 반문했다.
<2023-01-31>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시민 궁핍한데 1000억 써서 박정희 우상화? 말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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