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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소설속 은강마을 걸으며… ‘난쏘공의 조세희’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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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인천시 동구 만석동에서 ‘조세희 선생 49재 추모 답사 난장이들이 걸었던 그 길을 따라 걷다’ 탐방에 참석한 시민들이 동일방직 건물을 바라보며 1960~70년대 당시의 노동자들의 열악했던 상황 등의 해설을 듣고 있다. 2023.2.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난 11일 오전 10시께 고(故) 조세희 작가 49재를 맞아 시민 60여 명이 인천역 앞에 모였다.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저자 조세희 작가는 지난해 12월25일 작고했다. 노동희망발전소, 민족문제연구소 인천지부 등이 조세희 작가를 추모하며 소설 속 주요 배경 ‘기계도시 은강'(인천 동구 만석동 일대)을 답사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이다.

49재 맞아 만석동 일대 답사 행사
당시 열악했던 근로환경 회상도
“노동자들 흔적 보존 고민돼야”

소설에 등장하는 ‘영희’가 다녔던 공장 ‘은강방직’은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 공장의 배경이 되는 곳이 바로 ‘동일방직’이다. 이곳은 국내 최초의 여성 노조 지부장이 탄생한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1978년 2월 회사 측이 여성 노동자들을 탄압하기 위해 오물을 던진 이른바 ‘동일방직 똥물 사건’이 벌어진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50여 년 전인 20대 초반에 이 공장의 3대 노조 지부장이었던 이총각(76·여)씨도 이날 답사에 동참했다.

그는 “당시 동일방직에서 일했던 1천500여 명이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가지 못하면서 일했고, 작업 환경이 열악해 폐결핵에 걸린 동료도 많았다”고 말했다.

인천역에서 시작해 동일방직과 ‘은강 마을’로 묘사된 만석3차 아파트 일대 등을 돌며 진행된 추모 답사는 이날 정오께 도시산업선교회에서 마무리됐다. 도시산업선교회는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고 인간답게 살 권리를 배웠던 곳이다.

11일 오전 인천시 동구 만석동에서 ‘조세희 선생 49재 추모 답사 난장이들이 걸었던 그 길을 따라 걷다’ 탐방에 참석한 시민들이 도쿄시바우라제작소 사택을 살펴보고 있다. 2023.2.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날 답사 안내를 맡은 도시산업선교회 김도진 목사는 “은강시로 표현되는 이 지역을 걸으며 조세희 선생을 추모했다”며 “이젠 예전의 모습을 거의 찾아보긴 힘들지만, 노동자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산업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방안이 고민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자녀를 데리고 온 김진옥(51·여)씨는 “평소 조세희 선생의 책을 좋아해 답사에 참여하게 됐다. 소설 속 배경이 되는 곳을 걸으며 인천에서 많은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노동자들의 삶은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봤을 때,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성재 노동희망발전소 대표는 “노동자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역사적 유산들을 지킬 수 있도록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수진기자 wed@kyeongin.com

<2023-02-12> 경인일보

☞기사원문: 소설속 은강마을 걸으며… ‘난쏘공의 조세희’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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