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대법 확정 2018년 아닌 파기환송한 2012년이 기산점”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또다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이기선 부장판사)는 사망한 강제동원 피해자 김모 씨의 유족 5명이 니시마츠건설(니시마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14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리 재판부는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최초 시점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봤다”며 “이 사건은 소멸시효 기간이 이미 지났다고 볼 수밖에 없어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을 확정한 시점(2018년 10월30일)이 아닌, 배상하라는 취지로 최초 파기환송한 시점(2012년 5월24일)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가해자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혹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와 가해자를 피해자가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김씨의 유족이 2019년 6월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2012년 5월을 기산점으로 보면 이미 3년이 지났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기산점에 관한 법원 판단은 엇갈린다. 지난해 2월 같은 법원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하는 강제동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소멸 시효 완성’을 이유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반면 2018년 12월 광주고법은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때를 소멸시효 기준점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선고가 끝난 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임재성 변호사는 취재진에 “2012년 5월 이후 사법농단 등 사유로 판결이 지연된 사실이 있다”며 “법률가로서는 (소멸시효 기산점은) 2018년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급심에서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대법원이 언제를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볼지 신속히 판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김씨는 1942년 함경북도 부령군 소재 니시마츠의 공사장에 동원돼 일했고, 1944년 5월29일 공사장에서 숨졌다.
국무총리 소속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는 2006년 김씨를 강제동원 피해자로 인정했다.
유족은 사망한 김씨를 대신해 2019년 6월 니시마츠를 상대로 7천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황윤기 기자 water@yna.co.kr
<2023-02-14> 연합뉴스
☞기사원문: 日기업 상대 강제동원 손배소 또 패소…”소멸시효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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