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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민중이 독립을 이뤄냈다
-조선혁명선언 100주년 기념 의열단밀양역사기행 소회
최보금 용인 프로칸영어학원 원장
1923년 1월 28일, 약산 김원봉이 조선혁명선언을 발표한 지 딱 100년이 되는 2023년 1월 28일에 그의 고향 밀양으로 역사기행을 갔었습니다. 사실 100여 년이 지난 독립운동에 대해 별로 관심도 없었고,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필요성도 딱히 보이지 않기에 저는 가벼이 산책가듯 추운 날씨만 걱정하며 오랜만의 새벽 버스를 탔습니다.
38명을 꽉 채운 버스 안은 놀랍게도 근현대사의 대가들이 다 모여있었습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 한국현대사를 쓰신 전 성균관대 서중석 교수, 안경환 전 서울대 교수, <차미리사 평전>의 저자 한상권 교수,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 <윤세주 평전>을 쓰신 김영범 대구대 교수, 전 성신여대 양보경 총장, 전 독립기념관 이준식 관장, <김원봉 평전>의 이원규 작가 등이 편안히 웃고들 계셨습니다. 이분들을 이렇게 한자리에서 만나기도 쉽지 않지만, 이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너무나 낯설어 참으로 당황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우연히 앉은 옆자리가 <김산 평전>의 이원규 작가인 줄도 모르고 “김산이 누군가요?”라는 어리석은 질문에 4시간이 넘게 차근히 설명해 주시는 행운을 얻었건만 그분이 쓰고자 했던 독립운동이 이 시대 왜 필요한지는 묻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몇몇 영웅들의 이야기 같았던 독립운동은 동화학교의 보통학생들이 장터에 모여 독립을 외치고, 밀양경찰서에 폭탄을 던지는 우리 민중의 이야기였습니다. 36년간 우린 정말이지 끝없이 싸우고 싸웠던 것이었습니다. 이 답사를 위해 전국에서 모인 81명과 함께 산기슭 굽이굽이 찾아 오른 황상규 선생, 신영복 선생, 박차정 선생 묘소에 절을 하고 올린 소주 한 잔은 고마운 어른에 대한 감사였습니다.
‘왜 김원봉을 위대하다 하는가?’라는 주제로 김영범 교수의 1시간 30분 강의는 정치가인 백범의 뺄셈 정치와 군인이였던 김원봉의 덧셈 정치 중에서 과연 그 당시에 필요했던 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할 만큼 저를 키워주셨습니다.
이번 1박 2일 동안 저는 엄청난 수의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쉽게 얻은 줄 알았던 독립이 얼마나 처절히 싸워 이긴 우리 민중의 것이라는 걸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36년간 일제는 비록 우리 땅은 짓밟았을지는 몰라도, 우리 정신은 뺏지 못했습니다. 임진왜란 때도, 동학혁명 때도 나라가 어지럽고 위태로울 때마다 우리 민중은 이 나라를 지켜냈습니다. 그 어떤 식민지도 임시정부까지 만들어서 국권을 지키려 했던 적이 없었다는 독립기념관 이준석 관장의 말씀이 우리가 다른 민족들과 달리 얼마나 자주적으로 국가를 지키고자 애썼는지를 정확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식사와 더불어 함께한 술자리가 너무나 소중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여러 나라로부터 간섭을 받아왔고, 받고 있지만 한번도 나라를 뺏긴 적이 없다고 자부했지만, 일제 강점기가 그 당당함을 기죽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밀양답사를 통해 일본이 무력으로 앗아간 땅을 우리 민중은 목숨으로 지켜왔기에 우리의 독립은 어부지리로 얻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힘으로 만든 것임을 깨닫게 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독립운동이 왜 지금의 시대에 같이 공부하고 알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찾은 것 같아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