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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일보] ‘꽃단장’ 중인 일제 잔재…’쓰레기장’ 전락 3·1운동 발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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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주년 3·1절을 이틀 앞둔 27일 전주시의 3.1절 운동 발상지 기념비에 대한 관리가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주시 덕진공원에 설치된 전주 일제 잔재 최대교 동상(왼쪽)은 방문객들의 접근이 쉬운 반면, 남부시장 일원에 설치된 전북 3·1운동 발상지 기념비(오른쪽)는 화단 및 적치물들로 가려져 있어 방문객들이 쉽게 알아볼 수 없도록 방치돼 있다. /장경식기자·guri53942@

올해로 104번째 3·1절이 돌아왔지만, 전북지역에는 일제 강점기의 그림자가 여전하다.

3·1운동 발상지는 방치돼 ‘쓰레기장’으로 전락한 반면, 친일 잔재물은 잡초 하나 없이 ‘꽃단장’ 중이다.

27일 오전 전주시 남부시장 3·1운동 발상지 기념 석상.

석상 울타리 주변은 과일과 채소를 파는 노점상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뒤편에는 상인들이 내다 버린 나무판자들이 한아름 쌓여있었고, 음식물 쓰레기통까지 옆에 설치돼 있어 쓰레기장이 따로 없었다.

석상 내부의 철골 구조물은 녹슬어 한쪽이 떨어져 금방이라도 완전히 떨어질 것 같았다. 주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했다는 화분은 절반 이상이 시들었고, 높게 자란 식물들이 석상을 가려 어떤 시설인지 쉽사리 알아볼 수조차 없었다.

거기다 더해 석상 보호 유리 안에는 담배꽁초와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기까지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근처 표지판의 설명이 없었다면 현충 시설로 등록된 문화재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듯한 모습이었다. 실제 근처를 오가는 시민들이나 상인들조차 이곳이 무슨 시설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주변 상인 김모(50대)씨는 “여기서 20년 동안 장사하면서 석상 주변을 청소하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면서 “3·1절 기념 문화재라면 예쁘게 단장도 해서 포토존 같은 걸 만들면 관광객들도 더 많이 찾고 좋을 것 같은데 지금 모습은 영락없는 쓰레기장이라 참 아쉽다”고 토로했다.

전주시 덕진공원의 일제 잔재물들의 말끔한 모습과 대조됐다.

일제 잔재물인 취향정과 최대교 동상 주변은 쓰레기 한 점 없이 깨끗했고, 주변 잔디들도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취향정 위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라는 경고문까지 붙어있는 등 철저히 관리되고 있었다.

취향정은 전북지역 대표적인 친일파인 박기순이 자신의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곳이다. 또 최대교는 일제 강점기 검사로 재직하며 해방 전 독립운동가 송병하 등을 기소, 징역형을 받게 해 친일파로 분류되어있는 인물이다.

전북지역 일제 강점기 잔재물이 여전히 청산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전북도가 지난 2020년 전수조사 용역을 통한 도내 친일 잔재는 총 133건으로, 이 가운데 청산이 완료된 건수는 64건(48%)에 불과했다.

이외에도 6건(4%)이 현재 청산 추진 중이며, 7건 단기 검토, 56건의 중장기 검토로 대부분 언제 청산될지 기약조차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친일 잔재 청산과 현충 시설 관리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은 “도나 시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이 없다면 일제의 잔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면서 ”그 시대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우리의 소중한 역사를 지키기 위해 위원회가 구성되었었지만, 지금은 사라져 현재 문화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원으로 가는 것밖에 답이 없다. 지자체들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김경수 기자 kks4483@naver.com

<2023-02-27> 전라일보

☞기사원문: ‘꽃단장’ 중인 일제 잔재…’쓰레기장’ 전락 3·1운동 발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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