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성명]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피해자 대리인단, 지원단체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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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피해자 대리인단, 지원단체 입장

1. 2023년 3월 6일에 발표된 정부 해법에 대한 비판

오늘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해법(이하 ‘해법’)은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전범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다. 한국 행정부가 일본 강제동원 가해 기업의 사법적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이다.

식민지시기 피해자 개인의 인권과 고통을 무시한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의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피해자들은 1990년대부터 일본에서, 그리고 2000년대 이후 한국에서 법정투쟁을 해왔고, 2018년 마침내 대법원에서 피해자들의 승소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러나 판결 확정 이후 일본 피고 기업들은 일본 정부 뒤에 숨었고,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으로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그리고 그 결과, ‘잘못한 자가 사죄하고 배상하라’는 너무도 당연한 피해자들의 요구는 ‘돌아가시기 전에 아무 돈이나 받으시라’라는 모욕적인 답변으로 돌아왔다.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자신들의 외교적 성과에 급급하여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이 아닌 ‘기부금’을 받으라며 부당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또다시 희생을 강요하며 피해자들의 인권과 존엄을 짓밟고 있는 것이다.

형식적인 민관협의회, 졸속적인 국회토론회, 요식행위에 그친 피해자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정부가 발표한 해법에 대해 한국 정부는 자신들의 외교 실패를 스스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일본에게 당당하게 배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선의에 기대어 ‘성의 있는 호응’, ‘기여’라는 표현을 고집하며 숙제검사를 받는 학생처럼 일본 정부에게 저자세로 일관하여 1) 일본의 사과도, 2)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의 그 어떤 재정적 부담도 없는 오늘의 굴욕적인 해법에 이르렀다.

지금도 강제동원의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 정부가 25년 전 과거 총리의 담화를 또다시 되풀이한다고 어느 누가 그것을 진정한 사죄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일본조차 그것을 사죄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가해자가 사죄라고 하지 않는 것을 피해자에게 사죄로 생각하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10여 년 전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피해자들과 화해 협상에서도 나왔던 장학기금은 한국의 외교참패를 감추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2. 이후 대리인단·지원단의 대응

가. 해법에 동의하시는 피해자들의 경우

피해자들(피해자, 유족 포함)께서 해법에 동의하시는 경우라면, 한국 정부 및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과 협의하여 이후 채권소멸(포기) 절차를 진행하도록 할 것이다. 지난 2월 피해자들과의 설명절차 과정에서 외교부가 대리인·지원단에 했던 약속과 달리 사전·사후적인 통지가 전혀 없이 피해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난 사실이 확인되었다. 앞으로 채권 소멸(포기) 문서에 서명날인하는 과정에서도 대리인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절차를 진행한다면 많은 오해와 억측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외교부 및 재단은 대리인과 협의하여 채권소멸(포기) 절차를 진행해야 마땅하다.

나. 해법에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들의 경우

한국 정부의 외교적 교섭의 최종 결과가 나왔고,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들의 경우 이전과 같이 집행절차를 진행할 것이다.

먼저 해법은 집행절차에 영향을 줄 수 없다. 한국 정부가 해법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삼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민법 제469조 제1항)에는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해법에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들의 경우 한국 정부가 공탁 등의 방식으로 채권을 일방적으로 소멸시킬 수 없고, 만약 재단이 일방적으로 공탁을 하여 집행사건에 제출하는 등의 행동을 한다면 집행절차에서 공탁의 무효를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다.

현재 확정판결사건의 집행절차는 3건 가운데 2건에 대해서 대법원 재항고 절차가 진행 중이다. 외교적 교섭을 이유로 대법원의 판단을 미루어왔다면(즉, 채권자가 다른 방식으로 채권의 만족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이제 외교적 교섭이 종료되었고 채권자가 교섭의 결과를 거부하고 집행절차를 통해 채권 만족을 희망한다는 의견을 밝혀 신속한 매각결정확정을 요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추가적인 국내 자산에 대한 집행절차도 진행할 것이다. 미쓰비시중공업 히로시마 소송(대법원 2013다67587호 확정 사건) 원고들 일부(피해자 기준 3명)는 2021. 9. 3.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미쓰비시중공업이 엠에이치파워시스템즈코리아 주식회사(이하 ‘엠에이치파워시스템즈코리아’라 함)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에 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신청을 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1. 9. 10. 위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결정을 하였고, 그 결정이 2021. 9. 15. 엠에이치파워시스템즈코리아에 송달됨으로써 압류 및 추심명령의 효력이 발생하였다.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은 엠에치파워시스템즈코리아가 미쓰비시중공업과 글로벌IT시스템지원 및 사용과 관련하여 IT서비스 용역계약 등을 체결하고 지급하는 지급수수료이다. 2017. 4. 1.부터 2018. 3. 31.까지 발생한 것은 45,325,026원, 2018. 4. 1.부터 2019. 3. 31.까지 발생한 것은 59,853,978원, 2019. 4. 1.부터 2020. 3. 31.까지 발생한 것은 59,636,797원, 2020. 4. 1.부터 2021. 3. 31.까지 발생한 것은 77,071,436원이며, 위 지급수수료 채권이 해마다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엠에이치파워시스템즈코리아 감사보고서(2021. 7. 6.자) 31쪽, 33 쪽, 엠에이치파워시스템즈코리아 감사보고서(2020. 7. 1.자) 31쪽, 34쪽, 엠에이치파워시스템즈코리아 감사보고서(2019. 6. 28.자) 33쪽 참조]. 현시점에서 압류된 정확한 채권액을 알기는 어려우나 계속 발생하고 있는 지급수수료 채권액에서 589,021,079원에 이를 때까지의 금액에 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의 효력이 미친다. 원고들은 법원의 압류 및 추심명령에 따라서 미쓰비시중공업이 엠에이치파워시스템즈코리아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직접 추심할 수 있다.

피해자들은 그동안 한·일 정부 간 외교적 협의 상황 등을 지켜보았고, 그 최종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피해자들의 경우 위와 같이 기존의 집행절차을 신속히 진행하고 새로운 압류 및 추심명령에 따른 추심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피고 기업으로부터 배상을 받고자 한다.

2023년 3월 6일
일본제철, 미쓰비시 소송 원고 대리인 김세은, 임재성, 장완익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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