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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월6일은 제2의 국치일” 강제동원 협상안 ‘철회’ 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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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여개 시민단체와 야권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 배상안을 두고 “윤석열 정부 스스로 국가의 존립근거와 헌법 질서를 무너뜨렸다”며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주말인 오는 11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규탄집회를 여는 등 정부가 내놓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을 철회할 때까지 투쟁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1532개 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의 국격을 땅에 떨어뜨리고, 국민의 아픔을 다시 짓밟으며, ‘식민지배는 불법’이라는 우리 헌법의 근본 질서를 스스로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선언문에서 이들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이처럼 본말이 전도된 백기투항, 망국적 외교참사가 있었느냐”며 “2023년 3월6일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악의 날, 제2의 국치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의 사과나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뺀 정부의 해법이 일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 취지마저 훼손한 점을 지적하며 “일본 우익과 일본 정부의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꼴이고, ‘2015 한일 위안부 합의’보다 못한 퇴행”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4)·김성주(94) 할머니도 참석했다. 양 할머니는 “내가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95살이나 먹어서 지금같이 억울한 건 이참이 처음”이라며 “윤석열은 한국사람인가.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양 할머니는 “이런 망신을 받고 무슨 놈의 나라를 이끌고 대통령을 한다고 하느냐. 하루 속히 물러가라고 외치자”고도 말했다. 김성주 할머니는 “일본 사람들이 우리를 끌고 갔는데 어디다 사죄를 받고 어디다 (배상을) 요구를 하겠느냐”며 “일본은 양심이 있으면 말을 해보라”고 호소했다. 강제동원 피해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한 김 할머니가 온 힘을 다해 더딘 발언을 이어가자 참가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7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및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긴급 시국선언에서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앞줄 오른쪽 둘째)·김성주 할머니(앞줄 왼쪽 둘째) 등 참석자들이 정부해법 강행을 규탄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치권도 책임있는 자세로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의 반역사적·반인권적·반국가적인 야합에 대해 끝까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수십 년 싸움을 자신의 치적 쌓기에 묻으려는 윤석열 정부의 이번 결정에 우리 모두 힘을 모아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는 이날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무효를 주장하는 국민행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부터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여론을 쌓아가는 동시에 11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범국민대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13일엔 국회에서 정부의 해법을 검증하는 토론회도 연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2023-03-07> 한겨레

☞기사원문: “3월6일은 제2의 국치일” 강제동원 협상안 ‘철회’ 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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