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대한민국 대법원은 일제의 한반도 불법 강점과 이로 인한 반인도적 불법 행위 중 하나인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역사적 판결을 내렸다.
‘강제동원은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미쓰비시 등 전범기업이 피해자 개인에게 ‘불법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같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제3자 변제안’으로 사실상 무효화 했다.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하자,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의 사과와 반성 없는 돈은 받지 않겠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올해 아흔다섯인 양금덕 할머니는 일제의 강제동원 피해자다. 나주공립보통학교 6학년이던 1944년 ‘강제징용’에 끌려가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에서 비행기 부품의 녹을 닦고 페인트 칠을 하는 중노동을 해야 했다.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온 양금덕 할머니는 1992년부터 강제징용 피해를 증언해온 역사의 산증인으로 살아왔다. 지난 30년간 한일 양국을 오가며 일본 정부와 강제동원 기업을 상대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인권 회복 투쟁을 해온 양금덕 할머니는 또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사람이요? 일본 사람이요? 일본을 위해서 사요? 우리 한국 사람을 위해서 사요? 나는 그런 돈은 곧 죽어도, 굶어 죽어도 안 받겠습니다.”
양금덕 할머니(95세) / 2023년 3월 6일 발언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일제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스스로 지우는 결정으로 일본 정부에 물컵 반 잔의 선물을 건넸다. 그러나 기시다 일본 총리는 강제동원 문제를 사과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본 측 입장에서 일본군 위안부, 독도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남은 반 잔도 우리에게 채우라는 말만 들어야 했다.
“징용권 문제라든지 위안부 문제는 한국도 아주 큰 문제이고, 민족주의는 프라이드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일본)도 당사자 피해자가 중요하지만, 그래서 양보해야 된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그런 포인트가 없었어요. 고맙죠. 한국이 일방적으로 양보하니까 우리가 고맙다. 갑자기 프레젠트(선물)가 온 것 같죠.”
기무라 간 / 고베대학 교수
비판이 제기되자, 윤 대통령은 오늘(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양금덕 할머니는 일본 정부로부터 사죄를 받지 못했다.
‘그동안 흘린 눈물이면 배 한 척도 띄우고 남았다는’ 양 할머니가 지난해 박진 장관 앞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에는 ‘일본의 사죄를 받기 전에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다’는 간곡한 호소와 ‘다른 사람들이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를 다룬 이 다큐는 전남·광주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용철 독립감독이 2008년부터 지금까지 15년 동안 할머니의 인권 회복 투쟁을 기록한 영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임 감독은 2019년 <나고야의 바보들>을 제작했다.
제작진 l 촬영 연출 임용철 독립감독 글 구성 최미혜 NLE편집 박정남 독립피디 웹디자인 이도현 출판 허현재
<2023-03-21> 뉴스타파
☞기사원문: “나, 양금덕”… 강제동원 피해 15년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