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해방 직전 일제의 블랙리스트 <조선인요시찰약명부> 출간
• 편집부
연구소는 3·1절을 앞두고 일제의 사찰 관련문서철을 번역·분석한 <조선인요시찰약명부>을 펴냈다. 원본은 일본 국립공문서관에 소장돼 있는 <쇼와20년 조선인요시찰인약명부>다.
1945년 3월 조선총독부의 지시로 식민지 조선의 각 도에서 생산된 요시찰대상 인명부를 하나의 서류철로 묶은 것이다. 전남 206명, 전북 131명, 경남 44명, 충남 129명, 함북 280명 모두 790명의 인물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인물 정보는 이름, 창씨명, 별명(이명), 출생일, 본적, 거주지, 얼굴과 신체 특징, 시찰요점으로 구성됐다.
약명부에 수록된 요시찰대상은 주로 반일 성향을 지닌 인물로 사회주의자, 민족주의자, 노동운동가, 외국인 등이 포함됐다. 사상전향자나 밀정과 같은 협력자들도 그 대상에 올랐다. 이를 통해 조선 안(한반도)의 요시찰인물은 물론 일본에 건너갔거나 중국, 러시아에 망명한 조선인도 감시대상으로 삼아 관리했다.
명부에는 요시찰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 담겼다. 조선공산당의 주역 박헌영은 “화요회계 공산주의자로서 러시아와 상하이에서 활약,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 6년, 집요한 투쟁경력을 가진 자”로 기록됐다. 또한 건국훈장독립장을 받은 이규창(우당 이회영 선생의 아들)은 이규호라는 이명으로 나오는데 “현재 주소는 광주형무소, 키 5척3촌. 머리카락은 5푼 길이로 짧게 깎음. 얼굴은 둥글고 희며 이마가
넓다. 오른쪽 눈 아래에서 윗입술까지 약 2촌 길이의 상흔이 있다”라는 등 상세한 인물묘사가 특징적이다.
연구소는 일제강점기 기초자료 연구와 발간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며, <조선인요시찰인약명부>를 바탕으로 독립유공자가 새로이 발굴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