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건립 예산 투입…전직 대통령 중 가장 많아
국가보훈처가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예산으로 460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전직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에 투입된 예산과 비교해 최소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정부가 ‘건국 대통령’ 이승만 재평가라는 명목의 이념전을 통해 보수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국가보훈처에서 제출받은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추진 관련 자료’를 보면, 보훈처는 이 전 대통령 기념관 건축에 △2024년 설계비 24억7천만원 △2025년 공사비 174억1800만원 △2026년 공사비 261억1200만원 등 3년간 모두 460억원을 예산으로 책정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이는 전직 대통령 기념관에 투입된 국비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민주당 이형석 의원실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정부는 박정희·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시설 건립에 각각 200억원, 59억원, 115억원을 썼다. 이전까지 가장 예산이 많이 든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시설과 비교해도, 이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예산은 2배 이상 많다. 책정한 예산은 전례 없이 많지만, 서울시와 부지 선정을 협의 중으로 알려졌을 뿐 어떤 시설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주무부처는 행정안전부로, 행안부는 지금껏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전직대통령법)에 근거해 관련 사업을 지원해왔다. 국가유공자 지원 등이 주 업무인 보훈처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에 근거해 국가유공자 기념관을 만들고 관리한다. 보훈처는 이 전 대통령이 1949년 건국훈장을 수여받은 독립유공자여서 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이 전 대통령은 독립유공자로서 건국훈장을 받은 게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으로서 본인에게 훈장을 준 것”이라며 ‘셀프 훈장’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은 보수 역사학계에서 오랫동안 주장해오고 윤석열 정부 들어 탄력받은 이승만 ‘건국 대통령’ 재평가 흐름과 맞닿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탄생 148주년 기념식’에서 박민식 보훈처장은 “진영을 떠나 이제는 후손들이 솔직하고 담담하게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업적을 재조명할 때”라고 말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5일 대정부질문에서 “국민들이 이승만 건국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이렇게 ‘건국 대통령 띄우기’에 나서는 데는 이념 논쟁으로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성준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연이은 실책으로 지지율이 빠지니 결국 매우 보수적인 지지층에 기대는 행보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며 “‘이승만 재평가’를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와 야당은 이런 흐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6·25 전후 민간인 학살 책임이 있는 인물을 위한 기념관 건립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2023-04-07> 한겨레
☞기사원문: [단독] 이승만 기념관에 460억원…윤 정부 ‘건국 대통령’ 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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