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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뉴라이트가 독립운동가 재심사? 의심스런 보훈처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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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의 히,스토리] 국민공감위원회 과반수가 극우적 역사인식…국민공감 얻을 수 있나

지금 윤석열 정부는 독립운동가들을 재심사하는 팀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 3월 7일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서울 중구의 한정식 식당에서 첫 회의를 가진 ‘독립운동 훈격 국민공감위원회’가 그것이다.

박민식 보훈처장이 1월 27일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보훈처가 3월 6일 자 보도자료에서 결성 소식을 알린 국민공감위원회는 독립운동가에 대한 대대적인 재심사를 진행하는 팀이다. 보도자료에서 보훈처는 “독립유공자 포상이 본격 실시된 1962년 이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주도로 독립운동에 대한 훈격 재평가가 추진된다”라고 밝혔다. 독립운동가들에게 수여된 훈장의 종류나 등급을 60년 만에 전면적으로 손보겠다며 이 팀을 구성했던 것이다.

보훈처가 보도자료에서 재평가 필요성을 거론한 독립운동가들은 진보적 성향을 띠었거나 문재인 정부 하에서 부각된 인물들이다. 보도자료는 “공적에 비례하여 서훈되지 않았다는 공정성 논란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훈격 재심사 필요성을 강조한 뒤 김상옥·박상진·이상룡·이회영·최재형·나철·헐버트를 예시했다.

김상옥은 약산 김원봉이 이끄는 의열단의 단원으로 1923년 1월 12일 일제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하고 1월 22일 일제 경찰 1천여 명과 접전하다가 자결했다. 1962년에 그에게 추서된 것은 전체 5등급인 건국훈장 중에서 제2등급인 대통령장이다. 박상진·이상룡·이회영·최재형·나철·헐버트에게는 3등급인 독립장이 추서됐다. 이들을 비롯해 독립운동가 전반에 대한 재심사가 지금 진행되고 있다.

뉴라이트 출신 다수 포진

이 위원회는 역사학자·언론인·법조인이 포함된 17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장은 유영렬 안중근의사기념관장이다. 위원에는 김명섭 연세대 교수, 신유아 인천대 교수,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이택선 명지대 교수, 김용직 성신여대 교수, 강규형 명지대 교수, 이민원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연구위원, 오영섭 대한민국사연구소장, 유성운 중앙일보사 기자, 정충신 문화일보사 선임기자, 이기환 전 경향신문사 논설위원, 김규원 한겨레 21 선임기자, 김종민 변호사, 김용대 변호사, 최완근 전 국가보훈처장, 김능진 전 독립기념관장이 포함돼 있다.

이 위원들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연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게 된다. 일본 극우와 역사인식을 같이하는 뉴라이트 출신들이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식민지배 덕분에 한국이 근대화됐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신봉하는 뉴라이트 출신들이 식민지배를 거부하고 독립운동을 선택한 인물들을 객관적으로 심사하기는 당연히 쉽지 않다. 더군다나 김상옥·박상진·이회영처럼 말이나 글로만 독립운동을 하지 않고 무장투쟁과 관련돼 일본에 큰 충격을 준 인물들을 이들이 공정하게 심사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다.

무기를 들고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친일파가 주도한 1945년 이후의 대한민국에서 온건파 독립운동가들은 다소라도 평가를 받은 반면, 무장 독립투사들은 평가를 거의 받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평가는 이제라도 높아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국민공감위원인 오영섭 대한민국사연구소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그런 독립운동가들이 지금 받고 있는 평가도 과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오 교수는 2013년에 연세대 이승만연구소 연구교수 명의로 <한국민족운동사연구> 제75권에 기고한 ‘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독립운동사 서술 현황과 개선 방향’이라는 논문에서 “교과서들은 온건론에 속하는 실력양성운동이나 외교독립운동에 대해서는 서술 분량을 약하게 배정한 반면, 그 대척 관계에 놓인 무장 독립 전쟁이나 의열투쟁에 대해서는 서술 분량을 크게 할애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군대를 이끌고 독립전쟁을 벌인 김좌진·홍범도나 무기를 들고 홀로 뛰어든 안중근·이봉창·윤봉길 등이 교과서에서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런 인식을 가진 학자가 일제 경찰 1천여 명을 단독으로 상대한 의열단원 김상옥 등을 재평가할 경우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탄생 148주년 기념식에서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2023.3.26 ⓒ 연합뉴스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2006년 2월에 대표적인 식민지근대화론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과 함께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을 공동 집필했다. 이 책 집필에 참여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는 책 머리말에서 잘 드러난다.

머리말은 “책의 구상이 구체화된 것은 2004년 초가을이었다”며 노무현 정권의 친일청산 작업이 청년세대들에게 영향을 주는 현상을 소개한 뒤 “이대로 두고 본다는 것은 역사학자의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한다. 친일청산 열풍을 차단할 목적으로 출간된 책이었던 것이다.

머리말은 책의 집필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위안부 피해의 원인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라고 명시했다. “많은 경우 위안부들을 고통과 희생으로 내몬 원초적 요인은 가정 내 가부장적 권력의 구타와 학대였다”고 말한다. 일본 정부나 일본군이 아니라 한국인 가장들이 위안부 피해의 주범이라고 서술했던 것이다.

또 조선총독부의 식민지 한국 경제정책이 일본제국주의를 위한 것이라는 명제에도 반기를 들었다. “그 성장의 과실이 온통 일본인들 차지였고 조선인들은 완전히 배제되었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일제 식민지배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일제강점기 산업생산물 전체가 일본인들에게 돌아갔다는 과장된 말을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이 책 집필진은 그 같은 과도한 전제를 깔아놓은 뒤 ‘일본 식민지배에 대한 한국 사회의 비판은 옳지 않다’는 결론을 끌어내려 했다.

그런 책의 공동 집필진으로 참여했다는 것은 그런 역사인식에 동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머리말은 집필진 선정 과정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최근 발표된 한국 근현대사 연구물 가운데 가장 대표적이라고 생각되는 글들을 엄선”했다고 말한다. ‘해방 직후 국내 정치세력과 미국의 관계, 1945-1948’ 부분을 집필한 이완범 교수도 이영훈 교수의 눈에 흡족하게 비친 것이다.

김용직 성신여대 교수는 2008년에 뉴라이트 인사들이 만든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집필에 참여했다. 2015년에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지지 성명에 참여했다. 이런 전력 때문에 2016년 1월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에 임명될 때 자격 논란이 있었다.

그는 그해 3월 14일 기자 간담회 때 “임시정부는 민족운동단체이지 정부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해 또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국민들의 직접선거로 구성된 정부가 아니므로 정부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임시정부가 정부라는 명칭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1987년 6월항쟁 직후의 우리 국민들이 헌법 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는 문구를 넣은 실용적 이유가 있다.

일제로부터 독립해 민주공화국을 세우고자 했던 3·1운동 정신을 구현한 것이 대한민국임시정부였다. 그런 임시정부에 정통성을 둬야만, 임시정부의 반대편인 친일파를 법적으로 단죄하기가 용이했다. 임시정부의 업적을 높이 평가해서 그 법통을 인정한 게 아니라 3·1운동 정신으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 친일파를 청산할 목적으로 그렇게 한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 역시 꼭 임시정부가 싫어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임시정부와 연결되는 3·1운동이 더 높이 평가되면 민주공화국 이념과 친일청산 주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헌법 서문의 임시정부 법통 선언을 부정한 김용직 교수의 주장은 그래서 위험하다.

김명섭 연세대 교수는 국정교과서 집필진의 일원이었다. 뉴라이트 시각을 담은 교학사 교과서를 집필한 한국현대사학회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2013년 11월 <역사비평>에 실린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의 기고문 ‘한국 역사교과서인가, 아니면 일본 역사교과서인가?-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일제강점기 서술 비판’은 “일본 극우의 역사인식을 대표하는 것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다”라고 한 뒤 “한국판 새역모는 2005년에 출범한 교과서포럼과 이를 바탕으로 2011년에 출범한 한국현대사학회”라고 지적한다.

악의적이고 노골적인 역사왜곡으로 악명을 날린 일본 새역모의 한국판이라는 비판을 들은 것이 한국현대사학회였다. 이런 학회에 몸담은 학자가 독립운동가들을 공정하게 재심사할 수 있는지를 의문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보훈처가 결성한 국민공감위원회에는 17명의 위원이 있다. 이 17명 중에서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오영훈·이완범·김용직·김명섭 네 사람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재심사할 수 있을까

신유아 인천대 교수는 박근혜 정권 때인 2014년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 추진단에서 파견교사로 근무했다. 파견교사의 비중은 작지 않았다. 교육부가 펴낸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백서>는 “‘한국사 교과서는 왜 국정화되어야 하는가?(12문 12답)는 당시 교육부 파견 교사로 와 있던 신○○에 의해 작성되었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A4 8쪽 분량인 이 문건은 기존 검정교과서의 편향성을 비난하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롭고 질도 높은 교과서를 만들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고 한 뒤 “이후 이 문건은 국정화 과정에서 주된 홍보 자료로 사회 곳곳에 보급되었다”고 말한다. 백서에 따르면 이 문건에는 지금의 역사교육이 반일감정을 고조시킬 수 있는 위험성도 지적됐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위에 언급된 교과서포럼의 운영위원이고 한국현대사학회의 대외협력위원장이었다. 이민원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연구위원은 국정교과서 집필진의 일원이었다.

이택선 명지대 교수는 <우남 이승만 평전>을 저술했다. 독립운동을 훼방하다가 1925년에 임시정부 임시대통령직에서 탄핵되고 장기 독재, 민간인 학살, 부정선거를 자행하다가 1960년 4·19혁명을 초래한 이승만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부각하는 책을 집필한 인물이다. 이택선 교수가 이 책만 쓴 것은 아니지만 ‘폐위된 임시대통령’에 대한 그의 시각은 독립운동 전반에 대한 인식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유성운 <중앙일보> 기자는 무장독립투쟁을 수행한 김원봉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했다. 2019년 4월 14일 자 <중앙일보> 기사 ‘[유성운의 역사정치] 친일경찰에 따귀 맞고 월북? 북 눌러앉은 김원봉의 행로’가 이를 잘 보여준다.

기사에서 유성운 기자는 ‘김원봉의 항일투쟁은 인정하지만 독립유공자 서훈은 남북통일 뒤에 하자’는 지상욱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한 뒤, 중국공산당 출신의 독립운동가가 대만에서 추앙되지 않고 남북전쟁 당시의 남군 군인들이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에 오랫동안 안장되지 않은 사실을 예시하면서 “신중하게 결정하기를 바랍니다”라는 말을 하고 글을 끝맺었다. 김원봉 서훈을 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그렇게 표시했던 것이다.

17명 중에서 9명이다. 국민공감위원 과반수가 극우적 역사인식과 연결돼 있다. 이런 기구에서 독립운동가 재심사가 공정하게 이뤄질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보훈처는 국민공감위원회 출범을 알리는 3월 6일 자 보도자료에서 좌우합작 독립운동가인 여운형에 대한 박민식 보훈처장의 코멘트를 소개했다. 여운형에게 1등급 건국훈장인 대한민국장이 수여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다는 언급이다. 이런 말을 하면서 박 처장이 독립운동가 재심사의 필요성을 운운했다고 한다. 국민공감위원회가 어떤 방향으로 재심사를 진행할지 예고하는 장면이다.

독립운동 훈격 국민공감위원회 위원들의 프로필과 저술물에서 드러나듯이, 윤 정부가 독립운동가 재심사를 위해 구성한 팀에는 극우적 역사인식을 가진 이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런 위원회가 독립운동가들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재심사할 수 있겠는지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김종성 기자

<2023-04-10>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뉴라이트가 독립운동가 재심사? 의심스런 보훈처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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