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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야스쿠니 ‘한국인 합사 취소’ 항소심도 패소…45초 만에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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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법원, 원고 청구 기각 결정
“아버지 이름 빼달라는 것인데…끝까지 싸울 것”

도쿄고등재판소는 26일 일본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한반도 출신 군인·군속(군무원) 유족 27명이 2013년 10월 제기한 ‘합사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원고인 박남순(오른쪽 두번째) 할머니와 이희자(왼쪽 두번째)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가 재판 뒤 강하게 반발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합사 행위 및 정보 제공에 있어 법적 보호의 대상이 되는 항소인들의 권리 또는 이익이 침해됐다고 할 수 없다.”

도쿄고등재판소는 26일 일본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한반도 출신 군인·군속(군무원) 유족 27명이 2013년 10월 제기한 ‘합사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약 10년 만에 나온 항소심 판결에서 재판장이 기각 이유를 읽는 데는 딱 45초가 걸렸다. 앞서 1심 법원인 도쿄지방재판소도 2019년 5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원고인 박남순(81) 할머니는 재판 뒤 법원 앞에서 “자기(일본) 마음대로 아버지를 야스쿠니신사에 합사했다. 아버지 없는 세월을 보상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 이름을 빼달라고 하는데 이걸 왜 무시하냐”며 “재판 결과를 듣고 사지가 떨렸다”고 힘들어했다. 그는 “일본이 강제로 끌고 간 아버지는 24살에 사망했다. 법원은 유족들이 쓴 진술서를 한 번이라도 읽어봤는지 의문이 든다.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호소했다.

20년 넘게 야스쿠니 문제로 투쟁을 하고 있는 이희자(80)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도 재판 결과를 듣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 대표는 “재판부는 ‘야스쿠니가 합사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이름을 빼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어야 했다. 깊은 허망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야스쿠니는 지금도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이번 판결은 사법부도 그 범죄행위에 가담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2001년 제기한 ‘야스쿠니 합사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뒤, 다른 유족들의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야스쿠니 합사 소송은 2001~2003년에 이어 2007년, 2013년 세 차례 제기됐고, 모두 패소했다. 2013년 소송은 이제 최고재판소 판결만 남은 상태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지금까지 야스쿠니 합사 피해자의 자녀 세대들이 소송을 제기했는데, 앞으로 손자녀들이 새롭게 소송을 제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야스쿠니신사는 1867년 메이지 유신을 전후해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에서 일왕을 위해 숨진 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청일전쟁에서 태평양 전쟁까지 일본이 일으킨 여러 침략 전쟁에서 일왕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이 늘어나며 총 246만6천여명이 합사돼 있다. 이 중 약 90%는 태평양전쟁(1941년12월~1945년8월) 때 숨진 이들이다. 야스쿠니 신사에 세계적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은 일본의 침략 전쟁을 일으킨 책임이 있는 에이(A)급 전범 14명이 1978년 합사되면서부터다. 이후 일본의 현직 총리가 이 신사를 참배하면, 한·중 등 주변국 반발이 이어져 왔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2023-05-26> 한겨레

☞기사원문: 야스쿠니 ‘한국인 합사 취소’ 항소심도 패소…45초 만에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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