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마당]
‘김복동의 희망’과 함께하는 영화 ‘차별’을 보고 나서
남경록 후원회원
일본에 10년 이상 살면서 느낀 점은 ‘일본 사람들은 참 예의가 바르다, 친절하다, 질서 정연하다, 좀처럼 속내를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잘 모른다’, ‘일본의 민주주의 수준은 한국보다 낮다’, ‘일본인은 문제의 해결 방안을 밖에서 찾는다’는 등의 말도 심심치 않게 자주 들었다.
그렇다. 먼저 관광지나 상점 등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정말 착하다. 미안할 정도로 착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론 특정 국가(한국)의 국민을 폄훼하는 책과 방송들이 공공
연하게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인은 자기 나라로 돌아가라”라는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도 시내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일본 방송에선 우익들이 전문가 대접을 받으며 “과거 식민지 시절의 보상으로 한국에 대해서 할 일을 다했는데, 한국은 너무도 뻔뻔하게 계속 돈을 뜯으려는 건달 같은 짓을 한다”고 열변을 토하고 있다. 필자도 많은 지인들을 만나며 수없이 그런 류의 말들을 들었다. 참 답답하고 당황스럽다. 그래서 필자가 그런 주장을 하는 일본인들에게 한마디 건넸다. “그럼 식민지 시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느냐?”, “일본이 한반도에서 얼마나 나쁜 짓을 한 걸 모르느냐?”라고 되묻는다. 일본인들은 모른다. 그 시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방송에서 1965년 한일회담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하니 끝난 걸로 알고 있다.
일본의 과거 행적에 대해 비판하면 모두 ‘반일’로 매도당한다. 필자가 아주 많이 들은 얘기 중 하나가 “왜 한국은 어릴 때부터 반일교육을 시키나요?”다. 자신들은 잘못이 없는 순수한 존재이고 그런 일본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하는 또는 일제의 침략에 대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한국의 책이나 미디어가 너무 싫은 것이다.(그럼 매년 8월 6일 히로시마에서 있는 원폭 피해자 추모식은 반미운동인가??)
조선학교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들의 치부를 덮기 위해 그리고 자민당의 영원한 집권을 위해 이용하는 카드인 것이다. 학생들의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선거에 이기려고. 그리고 이런 행위가 유권자에게 말빨이 먹히고 있으니 계속 활용하는 것이다. 일본 국민들은 일본 정부와 방송의 우익화된 선전을 여과 없이 대부분 그대로 믿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늘 지나간 과거보다는 미래를 위해 나가자고 한다. 그러나 그의 양복 자켓에는 납북 피해자 가족을 응원하는 뺏지가 항상 달려있다. 그의 말은 “일본이 가해자인 역사는
이제 잊어버리고 피해자인 역사는 잊지 말아야 한다”라는 뜻으로 들린다.
• 4월 19일(수) 신촌 필름포럼에서 열린 ‘차별’ 영화 상영회가 있었다. 연구소 회원 몇 분이 참석하여 함께 영화 관람을 했는데 그중 남경록 후원회원이 감상문을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