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일본산업유산과 사라지는 목소리들’ 국제학술대회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동북아역사재단은 9일 서울 서대문구 재단 대회의실에서 ‘일본산업유산과 사라지는 목소리들: 기억·인권·연대’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학술회의는 일본이 메이지산업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지 8년이 되는 시점에서 여전히 계속되는 갈등의 현황과 원인을 검토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다.
일본은 2015년 메이지산업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당시 한국인 등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 아래서 강제노역한 사실을 인정하며, 이를 알리고 피해자를 기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약속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학술회의에는 한국과 일본, 미국, 호주, 영국 등에서 일본산업유산을 둘러싼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과 그 문제점을 지적해 온 학자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참석한다.
앤드루 고든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일본산업유산과 좁은 시각의 공공역사’ 발표를 통해 일본산업유산의 공식 역사가 누락한 아시아태평양전쟁기 강제노동과 죄수 노동, 산업재해, 전염병, 식민지 지배 문제를 지적한다.
고든 교수는 미리 배포된 발제문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나 일본 국가유산으로 일본 산업유산을 제시한 틀이 단순히 제국과 전쟁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기를 거부하는 것 이상의 무엇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의 공공역사에는 역사 전개의 복잡성을 다룰 수 있는 국민의 능력에 대한 깊은 불신이 엿보인다”면서 “과거를 인정하고 극복할 능력, 나아가 저항과 발전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서술할 방법을 찾아낼 능력이 국민에게 있다고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인 강제동원·강제노동 문제를 연구해온 일본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의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는 일본이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사도광산에 대해 발표한다.
그는 아시아태평양기 사도광산의 노무담당자(외근)였던 스기모토 소지의 수기(1974)와 역시 노무담당자(내근)였던 시부야 세이지에 대한 인터뷰(녹음테이프 1973,1979년)를 분석해 사도광산의 조선인 강제동원 과정과 강제노동 실태를 밝히는 내용을 처음 공개한다.
그 결과 당시 ‘모집’이란 이름으로 이뤄진 노무동원은 자유로운 모집이 아니라 관헌의 강제력을 배경으로 이뤄졌음을 지적한다.
분석에 따르면 노무동원은 경찰 감시하에 이뤄졌고 동원된 현장에서는 폭력을 통한 관리가 진행됐다. 또 노무 통제 속에서 자유로운 직장 이동이 불가능했다.
다케우치는 “강제노동 문제의 해결은 강제노동 부정론을 극복하고 강제노동의 존재를 인지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김승은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이 한국인 피해자의 목소리를 통해 본 일본산업유산 문제를, 호주 멜버른대 데이비드 파머 명예연구원이 아시아태평양전쟁기 미쓰비시 나가사키 조선소와 미쓰이 미이케 탄광에서의 호주 포로 강제 노동실태 등을 소개한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
<2023-06-08> 연합뉴스
☞기사원문: 사도광산 등 갈등 계속되는 일본산업유산…해결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