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성명> 강만길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 가겠습니다.
분단시대를 역사학의 과제로 마주하게 하신 강만길 선생님께서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유신체제의 폭력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역사학자로서 실천과 투지를 온전히 보여주신 강만길 선생님은 실로 시대의 사표(師表)이십니다.
일제 식민지 사학의 늪에 빠져 있던 우리의 역사학을 바로 세우는 작업에 평생을 바치셨고, ‘분단의 고통과 통일의 임무’를 끊임없이 일깨우시면서 ‘모든 역사학이 현재의 가장 통렬한 고통에 답을 내야 한다’는 원칙을 가르침으로 남겨주셨습니다. 오늘날 강만길 선생님의 뜻은 더욱 절박한 우리의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는 분단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도록 기만당하고 있고, 통일은 망각된 시대적 주제로 치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강만길 선생님은 ‘민족해방운동’의 뿌리를 깊이 탐구하시고 ‘분단이 존재하는 한 민족해방의 과업은 끝나지 않았’음을 절절하게 강조해오셨습니다. 그리고 외세가 지배하는 분단체제는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억압하고 민족의 미래를 가로막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강만길 사학(史學)’은 그런 의미에서 강단 사학을 넘어 현실을 바꾸어내는 실천의 역량이 되었습니다.
가시는 길 평안하시옵소서. 일생을 민족사 자체의 해방을 위해 헌신하신 선생님의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 외세의 간섭에서 벗어나 분단체제를 종식시키며 진정한 민주주의와 민족자주독립을 완성하는 날까지 결코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선생님,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짐을 내려놓으시고 영면(永眠)하시옵소서.
2023년 6월 24일
<촛불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