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붕괴론자 장관, 외교부 출신 차관… 한반도 주변 대화 분위기 역행하는 인사
지난 6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통일부 장·차관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 글에서는 통일부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 장·차관 인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향후 예상되는 문제점을 짚어보도록 한다.
북한체제 전복을 꿈꾸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우리 정부조직법(제31조)에서 통일부 장관은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지명된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남북대화와 교류, 협력’을 부정하고 북한 체제의 붕괴를 공공연히 주장하는 인사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냈으며 현재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후보자는 학자 중에서도 대표적인 북한 붕괴론자이다.
김영호 후보자는 인터넷 언론 기고에서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북한 전체주의 체제 파괴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북한이 안고 있는 이런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하는 것은 김정은이가 정권에서 쫓겨나는 그 길밖에 없다”(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며 북한 체제의 전복 없이 북핵 문제 해결은 불가하다고 주장해왔다.
현임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합리적인 보수의 대북 정책을 강조하고 이전 정부의 남북합의서를 존중하며 ‘이어달리기’를 강조한 것에 반해, 김영호 후보자는 기존의 남북합의서를 부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김 후보자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에 대해 “다 죽어가는 북한을 살려주는 결과를 가져온 아주 잘못된 선언”이며 “실현 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선전·선동에 완전히 놀아난 것”이라고 비난하였다.
김 후보자는 아마도 과거 냉전 시기 정보기관의 수장에 적합한 인물이었을지 모른다.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을 책임져야 할 통일부 장관으로서는 매우 부적절하며 그의 대북 인식은 우리 법률이 정한 통일부 장관의 책임과도 상당히 멀어 보인다. 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관계 개선의 선순환을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과도 맞지 않는 인선이다.
외교부 출신 문승현 통일부 차관 내정 파장
통일부 장관과 함께 진행된 통일부 차관 인사에는 문승현 주 태국 대사가 내정됐다. 문승현 내정자는 외교부에서 북미1과장, 북미국장, 주미 정무공사 그리고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외교비서관을 지낸 미국통 외교관이다.
지금까지 통일부 장관에 정치인이나 학자가 임명된 경우는 많았으나 차관의 경우 통일부 내부 인사가 승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대북 정책과 남북 관계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런데 문승현 주 태국 대사가 외교부 인사로는 처음으로 통일부 차관에 임명된 것이다. 통일부 장관으로 대북 강경론자가 지명된 상황에서 남북관계 경험이 전무한 외교부 인사의 통일부 차관 내정은 상당히 이례적일 수밖에 없다.
문승현 통일부 차관의 내정은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닌 조직의 문제로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반도 문제를 대화로 풀어가야 하는 통일부의 정체성과 달리 대북제재를 통한 문제해결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국제 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 할 수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통일부 폐지를 공공연하게 추진했다는 점이다. 특히 외교부 출신의 통일부 차관 내정은 통일부가 외교부로 흡수통합 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정부 조직 개편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 대화 분위기에 역행하는 윤석열 정부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는 오랜만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미·중 대화가 재개되고 일본의 기시다 총리가 북일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고위급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창이 열리고 있는 현시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 장·차관 인선은 이 분위기에 역행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관련기사: 권영세의 사정, 미국-중국의 만남… 윤석열 외교의 앞날).
돌이켜보면 한반도에서 냉전을 해체하고 남북관계의 전향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정부는 보수 정부였다. 박정희 정부는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7.4 남북공동성명을 통해 통일의 3원칙에 합의하였다. 노태우 정부는 적극적인 북방정책을 통해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했으며, 김영삼 정부는 여야의 합의를 통해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만들었다.
남북관계의 기본 장전이라 할 수 있는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 제1조는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 체제의 붕괴를 주장하는 통일부 장관, 남북 대화를 모르는 차관이 통일부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혹시 그들이 ‘통일부 해체반’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국회와 시민사회가 철저한 인사 검증을 통해 이들이 정말 통일부 장관·차관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밝혀내야 할 것이다.
* 필자 소개: 글쓴이 정일영은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오디세이>, <평양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을 집필하였다.
정일영 기자
<2023-07-01>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대통령은 통일부를 없애고 싶은 건가
※관련기사
☞오마이뉴스: 정일영의 한반도 오디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