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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빈모금] 간토대학살 100년 “옐로우 메모리”전에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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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센징이다! 전부 죽여라!”

1923년 9월 1일 정오 2분 전, 일본 간토지역에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점심을 준비하던 시간에 일어난 지진 때문에 순식간에 곳곳이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20만 명 이상 이재민과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도쿄 일대는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조선인들은 혼란 속에서 일본 군경과 무장한 일본인에 의해 무참히 희생되었습니다.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탔다’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유언비어 때문이었습니다. 가짜뉴스의 출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9월 1일 저녁부터 일제 경찰의 발표로 사실인 양 퍼져나갔습니다. 사실 확인도 없이 언론이 퍼뜨린 선정적인 기사들은 공포에 사로잡힌 일본인들을 자극하였습니다.

일본도와 죽창, 도끼로 무장한 자경단의 학살의 광기는 여성, 임산부, 아이까지 가리지 않았습니다. 조선인으로 오인받은 일본인, 오키나와인, 중국인 희생자도 생겼습니다. 목격자들 또한 ‘조센징은 전부 죽여 버려!”라며 학살에 동조했습니다.

누가 그들을 죽였는가!

누가 조선인들을 죽였는가. 왜 조선인들이 학살당했는가. 피해자를 밝히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할 일제 당국은 조선인 시신을 은닉하거나 태워서 인멸하는데 앞장섰습니다. 오히려 조선인 폭동설을 기정사실화하여 학살을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라고 변명하였습니다. 재판을 했지만 일부 자경단의 일탈로 학살의 책임을 전가했습니다. 국가를 위해 학살을 저질렀다며 일본 민중의 ‘과실’에도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조선인 학살은 그렇게 철저히 은폐되었습니다. 무고한 조선인 수천 명이 죽었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100년 전 조선인 학살은 여전히 사실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사건입니다.

독일, 아픈 역사의 현장에서 역사를 배우고 기억하다

‘기억문화’라는 말을 아십니까?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인 독일은 만14세가 되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나치 전쟁 범죄의 장소를 방문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나치의 역사와 잔인했던 유대인 학살현장을 찾아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위해 배우는 경험을 합니다. 독일이 ‘기억문화’를 실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덕목을 키우는 진정한 배움의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쓰라린 과거를 소중히 함께 기억하는 것, ‘기억문화’는 한 사회가 ‘기억’이라는 집단적 실천을 통해 민주주의의 토양을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다시는 권력을 가진 자가 힘없는 자를, 다수가 소수를, 지배민족이 타민족을 짓밟는 대신, 차별과 혐오 없이 누구나 인권과 평화를 누릴 수 있는 평등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실천이 바로 ‘기억문화’입니다.

학살을 기억하라! – “옐로우 메모리Yellow Memory”

“옐로우 메모리”는 독일의 ‘기억문화’를 대신한 단어입니다. “Yellow, 노랑”은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 희생자, 일본군‘위안부’ 할머니 등 아픔과 상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동시에 노란색은 세상을 비추는 빛의 색깔이자 희망을 상징하는 색이기도 합니다. 역사 속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것이 곧 희망과 빛을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표현한 것이 “옐로우 메모리”입니다.

9월 1일은 간토대학살이 시작된 날이자,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날이기도 합니다. “옐로우 메모리”-간토대학살 100년 기획전은 ‘학살’과 ‘기억’을 키워드로 비극적 역사를 예술로 기억하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할 예정입니다.

전시 공간은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식민지역사박물관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현재적 아픔까지 아우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입니다. 두 박물관은 모두 민주주의를 꿈꾸는 시민의 원으로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전시는 이 두 장소를 또 다른 기억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것입니다.

임흥순, 이끼바위쿠르르, 미샤엘라 멜리안, 이창원, 하전남

이 도전적 실험에 기꺼이 동참해 준 작가들입니다. 이들은 한국과 독일, 일본 등 다양한 장소에서 ‘기억’을 테마로 작품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협소한 박물관 공간을 당대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작가들의 작품들로 가득 채운 전시기획팀도 독특합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정의기억연대의 연구자와 활동가 외에도 독립큐레이터, 미술평론가들이 모인 전시기획팀 역시 국적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시차를 넘어 지혜를 나누고 생각의 차이를 넘어 “옐로우 메모리”를 채워가고 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정의기억연대는 이렇게 뜻을 모은 예술가와 큐레이터들의 기억의 실천, 예술적 실험이 펼쳐질 무대를 제공했습니다. 여전히 “옐로우 메모리”는 채워 나갈 여백들이 많습니다. 여러분들도 “옐로우 메모리”의 빈 페이지를 함께 채워 나가면 어떨까요?

“옐로우 메모리” 전시는 9월 1일부터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11월 10일부터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개막하여 연말까지 이어집니다. 많은 관심과 동행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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