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여러 고증 거친 결과 채색된 형태가 원형이라는 것 확인”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이 잠든 효창공원(효창원) 일대의 유적 관리에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1일 민족문제연구소는 효창공원 내 안중근 의사의 유해 없는 빈 무덤(가묘)과 삼의사(이봉창·윤봉길·백정기)의 묘가 위치한 ‘삼의사묘역’의 일부가 원형이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고 밝혔다.
백범이 쓴 ‘유방백세’ 탈색된 채 방치
연구소가 지적한 부분은 각각 삼의사묘역 입구의 석주(石柱)에 새겨진 ‘삼의사 묘 정문’ 및 ‘단기 四二九一년 八월 十五일 건립’이라는 글씨와 묘단(墓壇) 아래 새겨진 ‘유방백세(遺芳百世: 꽃다운 향기가 백세에 전한다)’ 네 글자다.
연구소 자체 조사 결과 해당 글자들은 본래 채색이 돼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벗겨져 원형을 알아볼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퇴색이 심해져 본래 채색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잊히고 이에 따라 보수정비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지금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삼의사묘역 묘단에 새겨진 유방백세는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이다. 해방 직후 일본에서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세 의사의 유해를 모셔와 옛 효창원 자리에 묘역을 조성하면서 세 의사의 의로운 뜻과 공적이 후세에 길이길이 전해지라는 의미를 담았다. 맨 마지막 글자의 측면에 ‘무자춘일 김구 제(戊子春日 金九 題)’라고 새겨져 있어, 1948년(무자년) 봄 김구 선생이 쓴 글씨임을 알 수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순우 책임연구원은 “예로부터 비석 종류에 새겨진 글씨에는 주칠(朱漆)이나 흑칠(黑漆)을 하여 글씨가 돋보이게 처리하는 것이 상례였고 그러다 세월이 흘러 풍화가 심해지면 다시 이를 보수하여 관리하는 것이 마땅한 절차였다”며 “1948년 당시에 촬영된 사진자료를 보면 해당 각서에 검은색이 칠해져 있었던 것이 분명하므로 원형 유지 차원에서라도 서둘러 채색복원작업을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김승은 학예실장 역시 “여러 석조물에 새겨진 글씨들에서 채색 흔적을 발견하고 고증을 거친 결과 본래 채색이 돼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관계 당국에 건의해 조속히 원형 복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초된 효창공원 성역화
효창공원은 백범 김구 선생의 묘역을 중심으로 이동녕, 차리석, 조성환 등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의 묘역(임정요인 묘역) 및 안중근 의사의 가묘를 비롯한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의 묘역(삼의사 묘역)이 조성돼 있는 독립운동의 성지다.
그러나 이승만·박정희 정권 이래 지속적으로 탄압과 훼손이 이뤄지며 근린공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독립운동가 후손 등 각계각층에서 효창공원에 대한 성역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마침내 20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서울시와 국가보훈부(당시 국가보훈처)는 효창공원 성역화의 일환으로 2024년까지 ‘효창독립100년공원’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2022년 해당 계획이 ‘낮은 경제성’을 이유로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이후 1년 넘도록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에서 효창공원 성역화 계획을 홍보하기 위해 운영했던 ‘효창독립100년 메모리얼 프로젝트’ 홈페이지 역시 지금은 폐쇄되어 접속이 불가능하다.
김경준 기자
<2023-07-13>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효창공원 삼의사묘역 ‘유방백세’ 원형 복원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