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대학살 100주기를 앞두고 사건의 참상을 알리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획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주최하고 식민지역사박물관이 주관하는 기획전인 ‘간토대학살 100년 은폐된 학살, 기억하는 시민들’이 지난 1일부터 오는 10월 29일까지 용산구 청파동 소재 식민지역사박물관 1층 돌모루홀에서 열리고 있다.
앞서 지난달 5일부터 일본 도쿄 고려박물관에서 개막한 ‘간토대진재100년 은폐된 조선인학살’과 연계해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그간 연구성과를 반영해 간토조선인 대학살의 배경과 과정을 재조명하는 5부로 구성되어 진행된다.
△학살의 심연-간토대학살이 벌어지기 전 일제가 자행한 동학농민군에 대한 학살과 1909년 9~10월의 ‘남한 대토벌작전’ 등 의병탄압, 3.1운동 무력진압, 간도참변의 무자비한 만행이 어떻게 이어지는가를 보여준다. 일제의 반복된 학살 경험은 조선인에 대한 멸시와 차별을 구조적으로 쌓아나가고 ‘불령선인'(不逞鮮人, 후테이센진. 일본의 식민지통치에 반대하는 조선인을 불온한 불량한 인물로 칭한 용어)의 이미지를 덫칠한다.
△간토대학살의 실상-학살을 주도한 정책결정자와 그 집행자인 군대, 경찰이 자행한 민중에 대한 학살실태를 피해자 증언과 함께 재구성했다. 근거없이 유포된 유언비어가 일본 정부의 계엄령 발표와 군대파견의 근거로 활용되어 조선인학살이 합리화되는 과정을 정리했다.
△글과 그림속 간토대학살-당시 아이들에게 조선인 학살은 ‘조선인에 대한 징벌’로, ‘자경단 놀이’로 학습되었다. 두루마리 그림으로 조선인 학살의 잔혹한 실상을 생생하게 고발하고 있다. 도쿄 고려박물관 전시에서 첫 공개된 ‘에마키'(絵巻·두루마리 그림)는 총 2권으로, 평온한 마을이 지진과 화재로 혼란에 빠져드는 모습을 시간순으로 그리면서 1권 후반부에 조선인 학살장면을, 2권에는 가나가와현의 피해모습을 그리고 있다. 고려박물관에서는 이 에마키를 12월 24일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간토대학살 이후, 기억과 망각-일본 정부가 조선 민중의 진상조사와 추모를 지속적인 탄압과 ‘내선융화’로 좌절시키며 얼마나 조직적으로 은폐했는지를 파헤쳤다.
△시민들의 진정한 추모의 노력-한일 정부의 외면속에서도, 양국 시민사회가 노력해 온 진상규명과 추모를 위한 활동을 기록했다. 특히 고려박물관 ‘희생자 추모와 기억의 계승’을 제공받아 재구성했다.
이승현 기자 shlee@tongilnews.com
<2023-08-06>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