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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일본에서 며칠 사이 한국인 수천 명이 죽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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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학살 100주년, 주목 받는 세 개 전시회

9월 1일은 관동 조선인 대학살 백주기가 되는 날이다. 백년 전 이날 11시 58분 44초. 가나가와현(神奈川県)에서 가까운 사가미만(相模湾)을 진원지로 하는 대지진이 일어났다. 지진은 도쿄와 요코하마를 포함 관동 6개현을 덮쳤다. 사망자가 9만 9331명, 부상자가 10만 3733명에 이를 정도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때 애꿎은 조선인이 큰 화를 입었다. 유언비어에 흥분한 일부 자경단의 만행으로 알려져 있고 일본 정부도 그렇게 상황을 설명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지진으로 인해 인명 피해도 컸지만 재산 손실도 엄청났다. 완전히 부서진 집이 12만 8266호, 불탄 집이 44만 7123호나 돼 이재민의 수는 수백 만 명에 이를 정도였다. 이들의 아픔과 절망감은 말할 수 없이 컸다. 히로히토 밑에서 내각을 책임지던 야마모토 곤베에 내각은 심각한 위기 의식을 느꼈다. 배고픔과 부상에 신음하는 민중이 자칫 반정부 투쟁으로 나설까 봐 두려웠다.

1918년의 쌀 폭동도 떠오르면서 이재민 구호 대책이 아닌 체제 수호 방법에 골몰한 끝에 민중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로 했다. 날조된 ‘조선인 습격설’을 명분으로 계엄령을 발동한 것이다. 계엄군은 조선인을 진압하라는 임무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은 메가폰을 들고 조선인에 대한 유언비어를 직접 퍼트리고 다니며 자경단 결성을 독려했다. 군대가 중핵이 되고 경찰과 자경단이 합세한 연합 대오가 만들어져 조선인은 갑자기 재해의 원흉처럼 내몰렸고 공격 목표가 되었다.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이재민이 된 처지에서 조선인은 학살까지 당해 수천 명이나 주검이 되었다.

일본 정부는 학살을 철저히 은폐했다. 사체를 강물에 떠내려 보내거나 불태웠다. 유골은 어디엔가 몰래 파묻혔다. 학살이 잦아들고 도쿄조선유학생학우회, 천도교청년회, 기독교청년회가 ‘이재조선동포위문반’을 만들어 피해 조사에 나섰을 때도 철저히 방해하고 탄압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태도로 조선인 학살 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진상 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해방 후 80여 년 가까이 되었지만 우리 정부가 일본에 진상조사 요구 한번 못 하고 독자 조사조차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관동대학살은 우리 현대사에서 잊힌 사건이 되었다.

다행히 이번 백주기를 맞아 ‘관동조선인대학살’사건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한 추모문화제와 학술회 등 여러 가지 행사가 열릴 예정인데 그중 잇달아 열리는 세 개의 전시회가 주목을 끌고 있다.

‘간토대학살 100년 은폐된 학살, 기억하는 시민들’

민족문제연구소가 주최하는 ‘간토(관동) 대학살 100년 은폐된 학살, 기억하는 시민들’이 8월 1일에 개막해 10월 29일까지 용산 식민지역사박물관 1층 돌모루홀에서 열린다. 민족문제연구소의 김승은 학예실장은 기획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대인이 희생된 과정을 돌아봐도 조선인이 희생된 과정과 비슷했다. 어느 순간부터 공공의 적이 되었고 언론은 유대인을 사회의 병원균처럼 묘사했고 경찰은 거리낌 없이 유대인을 격리하고 구속하고 사회의 다수는 이를 방관하거나 합세했다. 1923년 관동에서도 일본의 지배 권력만이 아니라 민중도 조선인 학살에 합세했다. 이에 대한 올바른 역사 인식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 비극은 얼마든지 오늘날 반복될 수 있기에 백주기를 맞아 전시를 준비했다.”

▲ 민족문제연구소 주최 ‘은폐된 학살, 기억하는 시민들’의 전시 모습. 식민지 역사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 민병래

전시는 크게 5부로 구성되었는데 그동안 시민사회와 역사학계가 이룬 진상규명 성과를 반영하여 관동 조선인 대학살의 배경과 과정을 조명하고 있다.

1부는 ‘학살의 심연’으로 관동 조선인 대학살의 뿌리를 보여준다. 즉 재해시에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일제가 동학 농민군 학살, 의병 탄압과 ‘남한 대토벌 작전’, 3·1 운동 무력 진압, 간도 학살 등 조선의 민족해방투쟁을 탄압한 연장선상에서 관동 대학살이 일어났음을 밝힌다.

2부 ‘관동 대학살의 실상’은 학살을 주도한 책임자와 과정을 밝히고 있다. 일본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출동시키는 한편 “조선인들이 각지에 방화하고 불령의 목적을 수행하려고…” 같은 내용이 담긴 전문을 전국의 지방장관 앞으로 보내 학살이 세상에 대놓고 이루어진 일임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3부 ‘글과 그림 속에 담긴 관동 대학살’, 4부 ‘관동 대학살 이후, 기억과 망각’, 5부 ‘시민들의 진정한 추모의 노력’에서 학살의 잔혹한 실상, 일제의 탄압으로 진상 조사와 추모 투쟁이 좌절된 과정, 양국 시민사회가 지속해온 진상 규명과 추모를 위한 노력을 사진과 기록화, 증언으로 구성해 보여준다.

전시에는 다양한 사진 자료가 소개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식민지역사박물관이 소장한 관동 대지진 사진첩 외에도 여러 기록 사진첩에서 학살에 사용된 흉기, 격리 수용된 조선인의 모습 등 여러 장면을 골라 출처와 함께 소개했다.

▲ 센쥬 경찰서에 수용된 조선인. 보호라는 명분으로 강제수용되었다. ⓒ 민병래
▲ 우시고메카구라자카 경찰서에서 압수한 자경단의 흉기들. 자경단은 일본도, 쇠갈고리가 달린 소방용구, 죽창 등으로 조선인을 무참히 학살했다. ⓒ 민족문제연구소제공

한편 민족문제연구소의 이 전시는 도쿄의 고려박물관과 협력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고려박물관은 7월 5일부터 전시회를 열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의 전시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두 권의 두루마리 그림(에마키)이다. 관동 대지진의 실상이 화폭에 생생하게 담겼는데 가로 길이가 30m가 넘는 대작이다.

후쿠시마현 출신으로 화가이자 초등 교사 출신인 기코쿠가 1926년에 제작한 것이다. 이를 2021년 아라이 가쓰히로 전 고려박물관 관장이 인터넷 경매로 샀는데 고려박물관엔 원본, 한국엔 박명진 다큐멘터리 감독이 촬영한 인터뷰 영상과 식민지역사박물관이 직접 촬영해 부분 출력한 이미지가 걸려 있다. 이 그림 1권에는 일본 군인과 경찰, 자경단이 조선인을 학살하는 모습이 나온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 전시에 이어 정의기억연대·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과 공동으로 ‘Yellow Memory – 역사와 나, 예술로 잇는 기억’이라는 현대 미술 작품전을 11월 10일부터 열 예정이다. 9월 1일부터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에서 먼저 시작되는 이 전시는 독일의 art5 예술협회 유재현 큐레이터의 제안으로 기획되었는데 ‘학살’과 ‘기억’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 그룹이 작품을 제출했다. ‘간토대학살 100년 은폐된 학살, 기억하는 시민들’의 뒤를 잇는 연속 기획이다.

‘봉분조차 헤일 수 없는 묻엄’ 전

8월 29일부터 9월 23일까지 성북구청이 운영하는 ‘문화공간 이육사’에서는 천승환 사진작가의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 100주기 추모사진전 ‘봉분조차 헤일 수 없는 묻엄’전이 열린다.

시인 양주동은 1920년 중동학교를 마치고 도일, 1923년에 와세다 대학 재학 중이었으나 방학을 맞아 귀국했던지라 학살의 참화를 면했다. 그는 1925년 11월 <조선문단> 13호에 관동의 아픔을 그린 ‘무덤’이란 시를 발표했다. 여기에 “오오 봉분조차 무너진 헤일 수 없는 무덤이여”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천 작가는 이를 빌려 제목을 정했고 ‘묻엄’은 무덤의 100년 표기로 그 시절의 느낌을 담기 위해 택했다고 한다.

▲ ‘봉분조차 헤일 수 없는 묻엄’ 전의 포스터 이미지. 성북구청이 운영하는 ‘문화공간 이육사’에서 열린다. ⓒ 천승환제공

이 전시회에 출품되는 사진은 천 작가가 2023년 3월 6일부터 5월 24일까지 79일 동안 도쿄, 요코하마, 사이타마를 돌아다니며 관동 대지진 조선인 학살과 관련된 위령비와 사적지를 기록한 결과물이다. 전시 공간에 맞추다 보니 이번에 촬영한 7만여 장 중에서 20여 점밖에 전시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한 점 한 점에 29살의 청년 사진가가 관동 조선인 대학살을 기억하고 우리 사회가 침묵에서 벗어나자는 호소가 담겨 있다.

‘간토 학살 100년 상설전시회’

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역사관은 ‘간토 조선인 학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한일재일시민연대’가 아우내재단과 성남주민신용협동조합의 지원을 받아 2020년에 마련한 공간이다. 그동안 일본의 뜻있는 연구자, 시민활동가가 일기와 증언집 다양한 자료를 기증했는데 이번 백주기를 맞아 오랜 준비를 마치고 비로소 상설 전시회를 8월 25일에 개막한다.

역사관에 들어서면 1층 로비에서 후나바시 마고메 위령원에 있는 ‘관동 대지진 희생 동포 위령비’의 탁본을 마주하게 된다. 이 추도비는 ‘재일조선인연맹 치바현 지부’가 동포의 힘을 모아 1947년 3월 1일에 세웠다. 비문에는 “당시 야마모토 군벌 내각은 계엄령을 시행하고 사회주의자와 조선인이 공모하여 폭동을 계획 중이라는 근거 없는 말로 재향 군인과 어리석은 주민들을 선동·교사해 사회주의자와 우리 동포를 학살했다”라고 학살의 주체가 분명히 적혀있다. 추도비를 세운 주체나 내용으로 볼 때 의미가 크고 무려 3.1m에 달하는 큰 탑을 탁본해서 표구한 것이기에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지하 1층에는 학살의 방, 증언의 방, 추도비의 방, 기억의 방으로 전시 공간을 나누어 각 방의 성격에 맞게 전시물이 채워질 예정이다.

한편 ‘간토 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는 8월 28일 오후 6시 대방동에 있는 스페이스 살림에서 6천여 학살 피해자를 위령하고, 일본의 국가 책임을 추궁하는 문화제를 연다. 백주기 추도 사업을 총괄하는 행사가 될 전망이다. 간토 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는 백주기 행사를 치르고도 ‘간토 대학살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국회 통과를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이고 유족 3세와 함께 일본 정부를 대한민국의 법정에 세우는 법정 투쟁도 이어나갈 작정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시민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때다.

덧붙이는 글 | 9월 1일 백주기를 전후해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추진위원회>, <시민운동 독립> <1923역사관> <1923제노사이드연구소>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행사 일정을 모아보았다.

1. 한국 간토학살100주기추도문화제
일시 : 23. 8. 28(월) 저녁 6시
장소 : 스페이스 살림(대방동)
내용 : 조재현 연출가의 기획으로 문화예술인들과 유족들을 모시고 6천여 학살피해자를 위령하고, 일본의 국가책임을 추궁하는 문화제
주관 : 간토학살 백주기 추도사업추진위원회

2. 간토학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
일시 : 8월 23일(수) 낮 12시
장소 :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
주관 : 시민모임 ‘독립’

3. 간토학살을 주제로 한 공동출판기념회
일시 : 8월 27일 오후 2시
장소 : 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역사관 느티나무홀
내용 : 민병래 작가 (1923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
정종배 작가 (생존 조선인의 증언 – 다큐 시집)
이진미 작가 (백년을 건너온 약속 –동화작가)
조현재 번역 (다이쇼시대의 조선인학살 / 한국어)
린다모, 박옥경 등 공동번역 (엿장수 구학영 영어)
주관 : 1923역사관

4. 간토학살 유족들과 함께하는 사이타마 구학영 추도제
일시 : 2023년 8월 30일 오전 10시
장소 : 사이타마 正樹園(쇼쥬인) 묘지, 학살터
주최 : 간토100추위추도사업위 추진위원회
주관 : 사단법인) 한국 국악협회 무속분과위원회

5. 와타나베 노부유키 기자 초청 북토크 “역사부정의 시대, 관동대지진 학살 100년을 묻는다”
일시 : 2023년 8월 18일 오후 4시
장소 : 전태일기념관 2층
후원 : 한국연구재단, 전태일기념관
내용 : 기조강연
「램지어 논문이 나타내는 학살부정론의 구조와 정체」
주최 : 도서출판 삼인,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KIN(지구촌동포연대)

6. 간토100추도위 – 1923제노사이드연구소 학술좌담회
– “한국에서의 간토학술연구의 현황과 향후 과제”
일시 : 2023년 8월 26일(토) 오후 2시
장소 : 1923제노사이드연구소
좌장 : 김광열
토론 : 성주현, 배영미, 니시무라나오토, 김강산
* 일본의 역사연구 동향: 니시무라 나오토(도시샤대학)
* 한국의 역사연구 동향: 김강산(성균관대 사학과 박사졸업)
* 한국 문학분야 동향: 성주현(천도교 본부)
* 미디어콘텐츠 분야 동향: 배영미(독립기념관).
장소 : 기억과 퍙화를 위한 1923역사관

7. 간토100추도위 –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모리카와변호사, 구량옥 변호사 초청 강연회
* 모리카와 변호사
– “간토대지진 조선인*중국인학살의 계급적 본질”
* 구량옥 변호사- “간토대진재 조선인학살의 국제법상 위법성”
일시 : 2023년 8월 26일 오후 4시 ~ 6시
장소 : 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역사관
주최 :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8. 간토학살100주기추도예배
일시 : 2023년 8월 25일 오후 2시
장소 : 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역사관
주최 : 간토100추도위 –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협) 기억과 평화

9. 간토학살100주기 추도비 제막식
일시 : 2023년 8월 25일 오후 3시
장소 : 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역사관
주최 : 간토100추도위 –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협) 기억과 평화,

10. 평화인권음악회&낭독극
일시 : 2023년 8월 25일 저녁 5시
출연 : 나카가와고로, 사토유키에사이타마고등학생 낭독극,윤광호, 김창규
장소 : 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역사관

11. 간토다큐멘터리 영화 감독과의 대화
다큐멘터리 [In – Mates]의 이이야마 유키 감독과 대화, Rapper Huny의 랩 공연
일시 : 2003년 8월 26일(토) 저녁 7시~ 9시
장소 : 천안 아우내협동조합연수원 커뮤니티센터
* [다큐멘터리 1923] 김태영 감독과의 대화
일시 : 2003년 8월 27일(일) 오전 11시
장소 : 천안 아우내협동조합연수원 커뮤니티센터
주관 : 1923역사관

민병래 기자

<2023-08-15>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일본에서 며칠 사이 한국인 수천 명이 죽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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