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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한민국 반체제 인물’ 이승만 기념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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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3.8.25) 기사원문보기 ‘대한민국 반체제 인물’ 이승만 기념관이라니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9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이승만 초대 대통령 서거 58주기 추모식에 참석하여 추모사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기고] 오수창 서울대 역사학부 교수

발췌. —— 대한민국 정부가 이승만기념관을 세운다고 한다. 이승만 정부는 전국에서 조직적으로 부정선거를 자행하고 민주주의 복원을 요구하는 시민을 향해 수도 한복판에서 발포 명령을 내려 국민을 대거 살해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그가 어떤 공로를 세웠는지 학계 논란을 제쳐놓고, 6·25 당시 서울시민을 상대로 한 기만과 적반하장 등 국민 배신 행적을 묻지 않고,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 헌법을 덮어둬도, 대규모 선거 부정과 국민 총격의 책임만으로도 그는 대한민국의 체제에 거역한 죄인이다.

누구보다도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이들이 그 파괴자인 이승만의 기념관을 건립하고자 하는 모순은 우리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잘 보여준다. 그들은 감출 길 없는 자기모순 앞에서,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라고 치켜세우고 나라를 세운 공로가 후대의 과를 덮는다고 주장한다. 그럴 수 있을까? 긴긴 세월 버려둔 자식이 고통 속에 죽어간 자리에 나타나 그가 피땀 흘려 모은 유산을 가져가겠다고 우기는 부모의 근거가 바로 낳아준 공이다. 자식은 부모가 자기를 죽이려 해도 지극정성으로 섬겨서 낳아준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원리는 흘러간 시대 유교의 가르침이다. 아니, 그것으로도 이승만의 죄를 덮지 못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나라의 아버지가 아니며, 국민은 그의 자식이 아니다.——윤석열 대통령은 엊그제도 미국·일본 정상과 함께한 자리에서 세계를 향해 자유·인권·법치를 외쳤다. 이승만은 제 나라 국민을 상대로 자유·인권·법치를 짓밟은 반체제 인물이다. 끊임없이 자유민주주의와 반국가세력 분쇄를 외치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승만기념관 건립부터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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