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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조선인 학살의 현장, 100년 지나 찾아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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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023.8.28) 기사원문보기 조선인 학살의 현장, 100년 지나 찾아간 감독

안해룡 사진전 ‘도쿄, 조선인 대학살의 거리’ 展, 갤러리 류가헌에서 오는 9월 3일까지

발췌. ——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는 최근 방영된 KBS <다큐인사이트> ‘파친코’ 특집 다큐에서 재일조선인들의 차별받고 불공정한 삶의 조건들이야말로 <파친코>라는 제목을 낳은 1등 공신이라 밝혔다. 결국 천대받고 멸시받는 ‘파친코’ 장을 운영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렸던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극대화된 사건이 바로 100년 전 간토대지진(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일 것이다.

이민진 작가의 인터뷰를 접하며 자연스레 <파친코> 7화를 다시 찾아 봤다. 지난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감동시킨 애플TV의 화제작 <파친코>의 7화 에피소드는 제주출신 주인공 한수(이민호)의 과거를 간토대지진 및 조선인 학살 사건과 탁월하게 연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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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해룡 사진전 ‘도쿄, 조선인 대학살의 거리’展. ⓒ 하성태

“위령비로 간토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을 기억하려 했지만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추모의 기록, 추모의 공간이 유리 상자 안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그러다 만난 조선인 학살 지도. 생생한 증언과 기록이 관련 자료를 명기하고 지도에 표시되어 있었다. 머리 속 상상 이상으로 가해의 묘사는 절절하고 처참했다. 일본이라는 국가 권력이 자행한 잔혹한 조선인 학살의 역사는 도쿄의 거리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 안해룡 감독

안해룡 감독은 도쿄의 거리가 너무나 친숙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이빙벨>로 이름을 알리기 전 안 감독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재일 위안부 재판’을 조명한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2009)를 만들었고, 이후로도 계속 피해자 할머니들을 아픔과 계속되는 삶을 조명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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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해룡 사진전 ‘도쿄, 조선인 대학살의 거리’展 중 ‘조선인 학살지도’. ⓒ 하성태

어찌 보면 일본어로 된 그저 옛날 도쿄 지도일 수 있지만 안 감독의 특별한 시선은 기어이 도쿄의 거리들로 옮겨갔다. 지도 속 붉게 물든 학살의 공간들은 한두 군데도 아니었고 광범위한 곳도 여럿이었다. 이 다큐멘터리스트의 눈에 익숙했던 그 거리들에서 100년 전 참혹한 학살 현장의 이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로 따지면 한강이라 할 수 있는 도쿄 중심부에 흐르는 스미다가와 강에 카메라 렌즈를 가져갔다. 그 강을 중심으로 지른 듯이 자리한 고층빌딩과 고가도로들은 대지진의 상흔 따위 찾아 볼 수 없는 고도화된 도시의 풍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안해룡의 이번 사진전은 1923년 9월 1일 간토대지진이 일어난 이후 일본 군대와 경찰이 적게는 재일조선인 6천 명에서 많게는 2만3천여 명을 학살한 제노사이드 간토대학살의 현재적 의미를 되짚는 시나위이자 레퀴엠이다.

“너무나 일상적인, 너무나 아름다운, 너무나 역사적인 거리가 조선인 학살을 기억하고 있었다. 국가 권력의 잔혹한 학살, 그것은 일본 민중의 대중적인 지지를 품어 안고 있었다. 뿌리 깊은 조선인 차별, 외국인 차별의 역사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일본에게는 간토대지진 100주년은 부흥의 상징이지만 우리에게는 간토 조선인 대학살의 처참한 역사의 기억이다.” – 안해룡 감독

의미 깊은 간토대학살 100주년 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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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안 감독이 완성한 ‘조선인 학살지도’를 통해 간토대학살을 알게 된 이들이라면 오는 10월 29일까지 용산구 청파동 소재 식민지역사박물관 1층 돌모루홀에서 열리는 ‘간토대학살 100년 은폐된 학살, 기억하는 시민들’ 기획전도 추천드리는 바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주최하고 식민지역사박물관이 주관하는 이 간토대학살 100주년 기획전은 ‘도쿄, 조선인 대학살의 거리’ 展 보다 긴 기간과 너른 사료, 작품들로 100년 전 조선인 대학살의 비극을 의미 있고 생생하게 복원해 놓았다.

이 역시 <파친코> 7화가 그린 재일조선인들의 아픔을 체험할 수 있는 동시에 여전히 공식 사과하지 않고 있는 일본 정부를 향한 항의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일 것이다.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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