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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민단은 간토학살 외면하고 ‘순난자’라 표현, 윤미향 참석 추도식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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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추진위 “간토학살 희생자 추모에 색깔론이 웬말인가”

간토학살100주기 추도사업추진위원회 회원들이 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일본 현지 추도식 참석자에 대한 입장발표와 정부에 간토학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9.6 ⓒ뉴스1

윤미향 의원이 지난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간토 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것을 두고 국내에서 때 아닌 색깔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윤 의원이 참여한 추도식이 ‘반국가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주최로 열렸기 때문에 ‘친북 행사’라는 것이다.

특히 윤 의원이 총련 주최 행사에는 가면서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주최로 열린 추념식에 가지 않았다는 것을 두고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보수언론의 종북몰이식 보도를 시작으로 여권과 보수시민단체가 이를 더 확산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의원과 함께 추도식에 참여한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추진위원회’는 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치 1923년 일본 간토(관동) 땅에서 조선인을 향해 덧씌워진 유언비어가 재현되는 모습”이라고 성토했다.

추진위는 지난해 7월 한국의 역사단체와 재일동포 인권단체, 평화운동 단체 등 5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결성된 뒤, 국내에서 간토학살 특별법 제정 촉구와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문화제 개최 등 활동을 벌여왔다. 이어 지난 1일 간토학살 100주기를 맞이해 윤 의원과 함께 일본에서 열린 간토학살 추도행사에 참여하고, 일본 시민들과 함께 간토학살의 국가책임 인정을 촉구하는 연대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런데 국내로 돌아오자 이들에게 화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추진위는 “100년 전 간토학살이 시작된 같은 날 같은 저녁, 동아일보 기자의 악의적인 보도를 시작으로 국내 보수언론들이 잇따라 윤미향 의원에게 언론 테러를 가하고 한국 측 추진위 인사를 반정부세력으로 몰고가는 기사를 쏟아냈다”며 “외교부와 통일부,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 반국가행위, 불법행위라는 딱지를 서슴없이 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진위는 이런 상황을 두고 “100년 전의 광풍이 재현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1923년 9월 1일 일어난 간토대지진으로 많은 동포가 생명을 잃고 이재민이 됐을 때, 조선인을 모함하는 해괴한 헛소문이 떠돌았고, 9월 2일에는 난데없이 계엄령이 발동되더니 일본 정부가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헛소문을 사실로 둔갑시켰던 당시 상황을 현재 상황에 빗댄 것이다.

추진위는 “당시 일본 언론은 이에 발맞춰 마치 현장에서 직접 취재한 듯한 논조로 날조된 사실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국가와 언론에 의해 조작된 ‘조선인 폭동설’은 잔인한 학살이 일어나게 된 가장 큰 원인이었다”며 “유언비어를 퍼뜨려 학살을 선동한 당시의 일본 언론과 지금의 일부 극우 언론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고 규탄했다.

추진위는 일본 정부와 한국정부가 이런 간토학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동안 희생자 추모와 진상규명에 나선 것은 다름 아닌 재일동포들과 양심 있는 일본의 시민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들은 매년 9월 1일을 전후로 해 도쿄 등 간토 일원에서 간토학살 피해자들을 위한 수십여 개의 추모행사를 개최해왔다. 특히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린 추도식은 1973년 이곳에 ‘조선인희생자추도비’가 세워진 이래 50여 년째 일본의 시민사회와 동포사회가 한 해도 빠짐 없이 개최해온 유서 깊은 행사다.

그런데 이 추도식에 윤 의원과 추진위 일원이 참여한 것을 두고 현재 보수진영이 종북몰이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총련 주최 행사에 참여하는 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보수 시민단체가 윤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추진위는 “한반도는 남북이 지리적으로 단절돼 있지만, 일본에서는 담장이 없기에 민단과 총련의 동포들을 자연스레 다양한 행사장에서 만날 수밖에 없다”며 당연히 윤미향 의원이나 한국의 추진위 소속 인사들도 여러 재일동포와 같은 행사에 자리하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추도집회에 참석한 것을 빌미로 반국가단체와 교류했다고 몰아가는 것은 그동안 간토학살 문제의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해온 일본 시민사회와 동포들의 노력에 색깔론의 잣대를 들이대는 왜곡된 자세”라며 “또한 조선인 학살 피해자들을 추도하고 일본의 책임을 묻는다는 대의와 본질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국의 이런 분위기와 달리 간토학살 100주기를 맞아 일본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는 일본 시민사회의 분위기도 추진위는 전했다.

추진위는 “일본 시민사회는 이번 100주년을 맞아 수십 년간 쌓아온 진상규명 노력을 아낌없이 펼쳐 보였다”며 “행사장마다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참석 인원이 많았고, 열기와 진지함은 한국사회와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의 언론도 100주기를 맞아 일본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는 기사를 쏟아냈다”며 “NHK는 특집 방송을 편성했고, 지역 언론들도 피해자를 위령하는 데에 지면을 할애했다”고 전했다.

추진위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정작 학살 피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할 한국 언론과 정부가 나서서 일본의 시민세력과 연대하기 위해 방일한 윤미향 의원과 한국의 추진위 인사들을 색깔론을 앞세워 공격하고 있다”고 황당해했다.

추진위는 “한국 정부가 일본 땅에서 비통하게 돌아간 6,661명을 위로하고 일본 정부에게 책임을 묻지 못한 지난날을 반성하는 것도 모자란 판에, 지엽적인 것을 문제 삼아 일본에서 진행된 100주기 추도행사의 의의를 훼손하고 있다”며 “이는 억울하게 죽어간 간토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추진위는 “이제라도 윤석열 정부는 간토 조선인 학살의 본질을 똑바로 인식하고 이를 역사적 책임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며 “언론도 색깔론을 앞세운 공격에 몰두하기에 앞서 간토 조선일학살의 본질을 밝히는 일에 사명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단 주최로 열린 추념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민단은 윤 의원이 추도식에 참석했던 같은 날 주일한국대사관과 재외동포청의 후원으로 ‘제100주년 간토대진재 한국인 순난자 추념식’을 열었다. 민단은 관례적으로 국회의원 초청 시 국회 한일의원연맹에 공문을 보내왔는데, 이번에도 ‘한일의원연맹 및 간부진’을 초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회장),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간사장),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간사)이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민단 추념식에 참석했다.

민단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윤 의원은 “저는 민단의 추념식을 알지도 못했고, 초청받지도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의원은 한일의원연맹 소속도 아니다.

이와 관련해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민단에서 열린 한국인 순난자 추념식에서 ‘순난자’가 무슨 뜻인지 아느냐. ‘의롭게 죽은 사람’이란 뜻이다”라며 “전쟁에서 죽은 사람도 일본에서는 ‘순난자’라고 표현한다”고 밝혔다.

그는 “거기에 한일의원연맹 의원들이 갔고, 한국 정부 예산으로 추모제를 했다”며 “하지만 그 자리에서 희생자들에 대해 ‘학살’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자리에 일본 자민당 정치인들이 대거 왔다고 뉴스에 보도가 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에게 학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 학살의 조사를 하겠다고 어느 누구도 발언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한일관계가 좋아지니까 잘해보자고 얘기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 의원과 추진위가 참석했던 추도식과 민단의 추념식은 “성격이 다르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학살된 사람들은 단순히 의롭게 죽은 게 아니다. 학살의 피해자이고, 학살을 당한 피학살자”라며 “그들을 추모하는 비석이 세워진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수십 년 동안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돌보지 않는 추모행사를 일본 시민들과 동포들이 함께 한 곳에 헌화하고 기도한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한 “희생자에게 이념이 있느냐. 간토학살 희생자에게는 민단도, 총련도 없다. 식민지 조선에서 끌려간 것일 뿐”이라며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이라도 부끄러운 줄 알고 종복몰이를 중단하고 당장 간토학살 진상규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지현 기자 cjh@vop.co.kr

<2023-09-06> 민중의소리

☞기사원문: “민단은 간토학살 외면하고 ‘순난자’라 표현, 윤미향 참석 추도식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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