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랑

민족문제연구소 워싱턴디씨 지부 6월 역사캠프 ‘책거리’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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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회원 마당]

민족문제연구소 워싱턴디씨 지부
6월 역사캠프 ‘책거리’ 행사

Louis Knight 후원회원

행사 취지
2022년 8월 시작된 〈영어로 배우는 한국사, 역사캠프〉(이하 역사캠프)가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을 맞았다. 역사캠프는 미국 워싱턴디씨, 매릴랜드, 버지니아 지역의 초등학교 2, 3, 4학년을 위한 기초 한국사 강의로, 영어에 더 익숙한 교포 2, 3, 4세들이나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위해 기획되었다. 그동안 역사캠프는 버지니아 페어팩스 지역의 공립 도서관에서 매월 셋째 주 토요일 4~6시에 진행되었다. 역사캠프의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인 책거리 행사는 6월 17일 토요일 한인커뮤니티센터 대강당에서 열렸으며 종강파티인 만큼 연령제한 없이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책거리’는 지난 1년간 배워 온 한국사 전반에 대한 리뷰로 시작되어 한반도의 선사시대부터 문화강국이 된 지금의 대한민국 이야기까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로 각 시대의 중요한 흐름을 짚어보았다.

축사
1년 동안 열심히 한국사를 배워온 아이들과 그 가족들을 응원하기 위하여 워싱턴디씨 지부의 이사장인 윤흥노 박사와 전 독립기념관 관장인 이준식 교수의 축사가 있었다. 윤흥노 이사장은 미국에서 자라는 학생들에게 지금처럼 꾸준히 한국사를 공부하며 우리의 뿌리를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한국에서 영상으로 인사를 한 이준식 관장은 일제강점기 해외에서 활동했던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떠올리며 그 후손이나 다름없는 이곳 학생들이 열심히 한국사를 배우고 있는데 대한 격려의 말씀을 남겼다.

필립 커디 씨 라이브 인터뷰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손자이자 미 해군 최초 아시아계 여성 장교였던 안수산 여사의 아들인 필립 커디 씨가 미국 LA에서 라이브로 역사캠프 학생들을 위해 그의 가족에 대한 Q&A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Q&A 시간에 오갔던 일부 내용의 요약이다.

Jiwoo (학생, 8세) : 안수산 여사는 어린 필립 씨를 돌보기 위해 일을 관두어야 했었나요?
Mr. Cuddy : 저희 어머니는 저를 낳은 후에도 일을 계속하셨어요. 당시 워싱턴디씨의 National Security Agency에 속해 계셨는데 늘 많은 중요한 업무들이 있어서 계속 일을 하셔야 했어요. 그 당시의 보통 엄마들처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늘 우리 옆에 계셔 주셨어요.

Jordan(학생, 9세) : 한국에 가셨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것들이에요?
Mr. Cuddy : 1973년에 저는 처음 한국에 갔어요. 도산공원이 처음 공개되던 때였어요. 그 당시에는 한국에서 남자들은 긴 머리를 하면 불법이었어요. 체포될 뻔했죠.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을 만나게 되었는데 제 긴머리를 좋아하지 않았죠. (웃음) 그리고 또 하나는 1987년 8월 15일 독립기념관을 개관했을 때인데 그 웅장한 건물에 다른 독립운동가들의 사진과 함께 우리 할아버지 사진을 봤을 때 가장 감동적이었어요. (실제로 안수산 여사는 아버지 안창호 선생과 그 가족의 물품 3300여 점을 1985년 기증하여 독립기념관 개관에 크게 기여하였다.)

William(학생, 10세) : 가장 존경받는 독립운동가들 중 하나인 안창호 선생의 손자로써 느끼는 기분은 어떤가요? 자랑스러움이 제일 클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 이외의 다른 무언가도 있나요?
Mr. Cuddy : 물론 자랑스러워요. 제 할아버지는 가장 많이 알려진 인물 들 중 한 분이시고 앞으로도 알아가야 할 것들이 많은 분이죠. 아브라함 링컨이 얘기했듯이 역사는 사실이 아니면 역사가 아니에요. 할아버지가 항상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도 사실 전달과 교육의 중요함이었지요. 저는 그 말씀에 따라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할머니가 보관하셨던 엄청난 자료들을 통해 제가 살아있는 역사를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도 커요.

William(학생, 10세) : 안창호 선생님은 나라를 위해 늘 바쁘셨을텐데,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이 있었을까요?
Mr. Cuddy : 좋은 질문 고마워요. 저희 할아버지가 해야 했던 많은 일들 중에 하나는 가족들을 희생했어야 했던 것일 겁니다. 너무 바쁘셨기 때문에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어요. 그는 1902년에 미국에 처음 와서 미국식 교육도 경험해 보고 싶었고 종교적인 것도 더 공부하고 싶었지만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 바뀜에 따라 나라를 구하기 위한 그의 역할이 커졌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애국심을 가르치기 위해 많은 곳을 다녀야 했고 그 일들을 하기 위해 자금도 마련해야 했지요. 그런 이유로 가족과 함께 집에 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렇지만 가족들은 이해했어요. 할아버지가 우리 가족들만의 아버지가 아니라 한국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그래서 가족 모두 나라를 위해 그 희생을 감내했어요.

역사캠프 수업시간에 배웠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손자인 필립 커디 씨가 화면에 소개되는 순간 아이들의 탄성이 이어졌고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Q&A 시간은 학생들에게 책에서만 배우는 역사가 아닌 실제로 나와 연결되는 살아있는 역사를 보여주는 값진 시간이었다.

액티비티 시간
일제 강점기 시대를 리뷰하면서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었던 ‘압록강 행진곡 오르골 만들기 세트’를 역사캠프 학생들도 함께 만들어 보았다. 식민지역사박물관 유투브 채널에 올라온 오르골 제작하기 영상을 보면서 온가족이 함께 압록강행진곡 오르골 제작 행사에 참여했다. 한 학부모는 ‘너무 좋은 퀄리티의 만들기 재료를 준비해 주셔서 감사하다’ 라며 ‘만들기 방법이 쉬워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도 적은 도움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며 의견을 주셨다.

OX 퀴즈 시간에는 리뷰했던 한국사 전반에 대한 간략한 퀴즈를 풀며 다시 한번 그동안 배웠던 내용을 상기했다. 초등 저학년에서 고학년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서로 도와가며 한국사 퀴즈를 푸는 모습에 행사 진행자들과 학부모들은 큰 웃음을 보였다. 또한 조선시대에 흔히 행해졌다는 민속놀이인 석전을 응용해 본 놀이시간에 모든 학생들이 엄청난 집중력으로 게임에 임해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석전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의 금지령으로 인해 공식적으로 금지당한 놀이라고 한다. ‘책거리’에서는 안전을 위해 스펀지 레몬과 라임으로 물병을 넘어뜨리는 방식으로 석전을 재현하였다.

윤흥노 이사장 끝인사
마음 졸여 준비해 왔던 〈영어로 배우는 한국사, 역사캠프〉의 올해 마지막 수업인 ‘책거리’를 마치면서 가장 먼저 그동안 수고해 온 민희 선생님과 미현 실장님께 마음 다해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1년 내내 꼬맹이들의 눈높이에서 이끌어 온 역사캠프의 전 교육과정이 열정과 사명감이 없다면 엄두도 못 낼 과정임을 이번 책거리를 통해 피부로 느끼며 실감했습니다.

1년 동안 배워온 내용을 리뷰하는 동안, 수많은 자료들을 아이들의 눈에서 검토하고 선정하고 또 번역하는 인내의 시간 없이는 이 수업을 준비하기 힘들었음을 느꼈습니다.

종강파티인 터라 다소 자유로이 돌아다니면서도 수업내용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던 아이들과 그들 옆에서 지켜보며 도와주던 부모님들의 사랑 어린 눈길이 아직도 제 눈에 선합니다.

한국 본부에서 지원해 준 교육자료에 폭 빠져 열심히 조립하던 아이들과 함께, 엄마는 물론 아빠까지 옆에서 도우며 함박웃음을 감추지 않고 재밌어하는 온 가족의 즐거운 표정을 보며 아이들은 물론 이 타국에서 오래 생활해 온 부모님들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 가는 과정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산 교육이 뭔가 궁금했었는데 이번 우리 어리디 어린 학생들과 그 부모들을 보며 ‘아, 이런 것이 살아있는 교육이겠구나’라고 깨달으며 아주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지부의 역사캠프 시스템을 넓혀, 이 지역에 거주하는 입양아 자녀와 그 부모님들인 미국인들까지 한국사를 알아갈 수 있도록 기획 중에 있습니다. 지원과 성원을 아끼지 않은 본부의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이번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데 온 열정과 인내를 아끼지 않은 민희 선생님과 미현 실장님께, 그리고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우신 김조명 부이사장님, 박공석 지부장님, 이우진 부지부장님, 염영환 회계님, Kevin 님, Charles님, 이수일 님 등 우리 모든 회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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