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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인터뷰] ‘지청천 외손자’ 이준식 “홍범도 흉상 이전, 모든 독립투사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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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2023.09.22) 기사원문 보기 ☞ [인터뷰] ‘지청천 외손자’ 이준식 “홍범도 흉상 이전, 모든 독립투사 모욕”

“일부 극우 예비역 장성들, 독립군과 단절 시도…반공은 육사·국군의 최종 지향점 아냐”

[일요신문]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9월 15일 육군사관학교로부터 명예졸업증서를 받았던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졸업장을 반납하며 항의 뜻을 나타냈다. 윤기섭 선생 외손자 정철승 변호사, 지청천 장군 외손자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 이상룡 선생 증손자 이항증 국무령이상룡기념사업회 상임이사 등이 참여했다. 일요신문은 9월 21일 이준식 전 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전 관장은 통일부 공보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상임위원, 근현대사기념관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청천 장군 외손자인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이 9월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일요신문사 사옥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흉상 이전 방침을 언제 처음 들었나.

“8월 24일 연락을 받았다.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이었다. 저녁 7시쯤이었다. 당시 집사람과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무총장은 내일(8월 25일) 육사에서 다섯 분(홍범도 지청천 이회영 이범석 김좌진)의 흉상을 철거하려고 한다고 했다. 소식을 듣고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상황 파악이 잘 안 됐다. 그다음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독립운동가들에게 이렇게 모욕을 줄 수 있는가. 참담했다. 그날 잠도 잘 못 잤다. 외할아버지(지청천)에 대한 모욕을 떠나 독립운동을 한 모든 이들에 대한 모욕이다.”

―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식을 들은 날 급하게 주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눴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다음 날(8월 2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김좌진 장군의 후손인 김을동 전 의원도 기자회견에 나왔다. 회견장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윤봉길 의사의 후손인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도 (흉상 철거는)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 그랬더니 국방부가 주춤했다.”

―국방부가 주춤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국방부가) 처음에는 다섯 분의 흉상을 다 철거한다고 그랬다. 그러다 홍 장군 흉상만 철거하고 다른 네 분은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겠다고 했다. 말을 바꾼 것이다. 그런데 말이 독립기념관 이전이다. 기념관 쪽에서는 보내면 받기는 하겠지만, 전시는 할 수 없다. 그래서 수장고(박물관 금고)에 넣겠다고 한다. 사실은 창고에 들어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 들어가는 거니까. 한마디로 육사에서 치워버리겠다는 것이다. 육사나 국방부 쪽에서는 예상치 못한 반발을 접하니까 급하게 방침을 바꾼 것 같다. 지금은 (홍 장군 흉상 이전)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국방부와 연락을 했는지 궁금하다.

“국방부나 육사와 직접 연락한 적은 없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국방부와) 주로 연락을 했다. 이 회장은 (현직 군인들의) 육사 선배다. 어쨌거나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역사 멘토로도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이 처음에 강력하게 반발하니까 육사나 국방부는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 방침을 철회하고, 오락가락하다가 지금처럼 흉상 철거가 아닌 이전이라고 계속 우기고 있는 거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 같다. 당시 다섯 분 모두 육사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방부가 다섯 분의 흉상을 모두 철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공산당 가입 이력이 있는 인물의 흉상을 육사에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있다.

“먼저 짚어야 할 것이 있다. 다섯 분 가운데 이범석 장군은 대한민국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이었다. 이 장군 흉상이 육사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국방부의 심각한 자기부정이다. 초대 국방부 장관을 부정하는 것이다. 홍 장군에 대한 공세는 장군의 유해를 봉환할 때부터 시작됐다. 2021년 봉환됐는데, 일부 극우 세력이 반발했다. 논리는 홍 장군이 공산주의자라는 것이었다. 공산주의자를 대한민국 현충원에 모실 수 없다는 것이다. 육사 출신 예비역 장성들이 그런 문제를 제기했다. 잠깐의 공산당 활동 이력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은 납득이 안 간다. 그리고 국방부나 육사가 자꾸 반공을 말하는데, 국군 규정이나 법령에 반공이라는 글자는 없다. 공식적으로 반공은 육사나 국군의 최종 지향점이 아니다. 육사의 목표는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간부를 양성하는 것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홍 장군의 공산당 이력을 문제 삼는 발언을 했다.

“일부 극우 예비역 장성들의 홍 장군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 있었다. 그것을 신 후보가 정치권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2022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방부와 육사에 흉상이 있는 것은 적절치 않다. 조처하라고 했다. 그것을 매개로 육사하고 국방부가 철거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본다. 홍 장군의 흉상만 철거한다고 했으면 사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인데, 철거하는 김에 다른 흉상도 철거해버리자고 결정한 것 같다.”

―다른 흉상들을 철거하기로 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2018년 3·1절을 기념해서 육사에 다섯 분 흉상을 설치했다. 육사의 뿌리가 신흥무관학교라는 것을 육사가 표현한 것이다. 2018년 3월 졸업식에서는 30명 정도의 독립운동가들에게 육사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다. 육사가 독립군과 독립운동의 맥을 잇는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일부 육사 출신 장성들이 계속 불만을 품고 있었다. 육사 출신 예비역 장성 가운데 육사가 독립군이나 광복군의 명맥을 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려는 목소리가 있다. 육사와 육군은 미국이 만들어 준 것이지 독립군이나 광복군하고는 아무 상관없다는 것이다.”

―맥아더 장군 흉상 설치 이야기도 그런 맥락일까.

“일부 극우 성향의 예비역 장성들이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 홍 장군 흉상 철거를 계기로 해서 이참에 육사와 독립군의 관계를 단절시켜버리겠다고 작정을 한 것 같다. 거기에 국방부가 관여를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실도 이 문제에 동조했거나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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