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태 민족문제연구소 홍성지회장 “지역 역사 인물 연구 이어가야”
육군사관학교의 ‘민족영웅 5인의 흉상’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충남 홍성·예산 주민들은 오는 10월 21일 ‘독립전쟁영웅 흉상 철거 이전 백지화를 위한’ 걷기 대회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에는 민족문제연구소 홍성지회, 홍성문화연대, 홍성 녹색당, 예산시민연대, 진보당 예산홍성지역위원회 등 홍성·예산지역 시민들이 참여한다.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김규태 민족문제연구소 홍성지회장은 최근 생업까지 뒤로 하고 준비를 함께하고 있다.
김 지회장은 “10월 21일은 청산리 전투가 시작된 날이다. 그 날에 맞춰 행사를 기획했다. 물론 이번 걷기 대회는 홍범도·김좌진 장군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라며 “독립영웅 5인의 흉상 철거 혹은 이전에 반대하는 취지이다. 육사 내 이전도 반대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김좌진 장군에 대해서는 청산리 전투만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김좌진은 어린 나이에 노비 문서를 소각하고, 젊은 나이에 학교를 세우는 등 애민 정신을 발휘한 인물이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서도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회장은 “독립 영웅 흉상 이전 논란 과정에서 김좌진의 이름이 나왔지만 지역 정치권이나 행정에서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청산리 전투는 1920년 10월 21일부터 26일까지 6일간 벌어진 전투다. 김좌진이 지휘하는 북로군정서군과 홍범도가 지휘하는 대한독립군은 중국 길림성 화룡현 일대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일본군과 교전을 벌였다. 김좌진 장군은 홍범도 장군과도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지난 13일 민족문제연구소 홍성지회 사무실에서 김규태 지회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홍성 출신 김좌진을 중심으로 풀어갔다. 아래는 김규태 민족문제연구소 홍성지회장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김좌진 17세에 노비문서 소각하고 해방시켜, 본받아야”
– 이번 걷기 대회를 기획한 것으로 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민족영웅인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이전하는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었다. 우리의 주장은 단 1cm도 흉상을 이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육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 과정에서 김좌진 장군의 이름도 거론됐다.
홍성은 김좌진 장군의 고향이다. 김좌진 장군 흉상 이전이 거론됐는데도 그동안 지역 사회와 정치권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민족문제연구소 홍성지회에서 나서게 된 것이다. 지역에서도 민족 영웅들에 대한 흉상 이전을 분명하게 반대한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 홍주의병, 김좌진 장군, 한용운 선사 등 홍성은 역사적인 도시이다. 그 자부심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 김좌진 장군을 이야기할 때 흔히 청산리 전투에만 국한 되는 경우가 많다. 김좌진은 인간적인 면에서도 매력이 있는 분으로 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렇다. 홍성 사람들조차도 청산리 전투 외에는 김좌진 장군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의 삶이 어떠했고 어떤 인품을 지녔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김좌진 장군은 17세에 노비 문서를 소각하고 노비들에게 논밭을 나누어 주었다. (김좌진 장군은 1905년 집안의 노비 30명의 노비문서를 불태우고 노비를 해방 시켰다.) 또 호명학교를 세우느라 가산도 모두 정리했다.
그 이후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그의 묘소가 보령시 청소면에 있는 것도 땅을 모두 나누어 주었기 때문이다. 김좌진 장군은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그에게는 홍익인간 정신 혹은 애민정신이 있었던 것 같다.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과 됨됨이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좌진 장군은 무장으로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매력적인 분이다.”
– 김좌진 장군에 대한 기억, 어릴 적 생가로 소풍을 간 기억이나 에피소드가 혹시 있나.
“홍성 은하면 출신이다. 소풍을 간 기억이 없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김좌진 생가를 가봤다. 홍성 출신이지만 나조차도 김좌진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 아까도 말했지만 김좌진이란 인물은 어느 날 갑자기 해성처럼 등장한 인물이 아니다. 청산리 전투에만 국한하지 않고 그의 삶 전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흉상이전 논란을 계기로 김좌진의 생애를 다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김좌진에 대한 단순한 ‘신앙심’이 아니라 ‘존경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 얼마 전 한 지역신문에서 지역 어린이 12명에게 물어본 결과 김좌진 장군을 아는 어린이는 5명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표본의 적절성을 따지지 않더라도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내용이다.
“지금 처음 들었다. 황당한 일이다. 12명이라는 적은 숫자의 어린이들에게 물어 본 결과라 표본이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김좌진의 고향인 홍성 아이들이란 점에서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지역의 초·중·고에서도 지역의 역사 인물에 좀더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좀 더 많은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민족문제연구소 홍성지회 차원에서 앞으로 기획하는 일이 있나.
“지금은 실천적인 일을 많이 하고 있지만 민족문제 연구소는 본래 학술단체로 출발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지역 사람들이 지역의 역사 인물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의 향토사학자들과 함께 지역 역사 인물들에 대한 연구도 해 나갈 생각이다.”
이재환 기자
<2023-10-15>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