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관 좁다” 尹 발언에 건립 ‘급물살’
“막대한 혈세” 구미시 세금 낭비 논란
부정 여론 의식해 계획 비용 절반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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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발췌] 경북 구미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숭모관 건립 사업에 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당초 사업비에서 절반 정도 줄인 규모지만, 이미 박 전 대통령 추모 시설이 많은 상황에서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구미시가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1200억원을 훌쩍 넘는다.
구미시가 지난 8월 발주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에서 기념사업 관련 사업비를 500억원 가량 편성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중략…
구미시는 지난 1월 “박 전 대통령을 기리고 추모객들에게 품격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1000억원을 들여 숭모관 건립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생가와 붙어 있는 추모관이 너무 비좁다는 이유였다.
…중략… 구미시가 원래 계획했던 숭모관 건립 비용을 절반 가량 줄인 것은 박 전 대통령 관련 기념시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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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숭모관 건립 추진 발표 이후 구미경실련은 “구미시는 고물가·고금리로 시민들이 힘든 시기에 난방비 보조금부터 챙겨야 한다”며 “굳이 하고 싶으면 주민투표로 결정하라”고 지적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도 “박정희 체육관, 박정희 등굣길 등 관련 시설물이 차고 넘친다”며 “또다시 막대한 혈세를 들여 숭모관을 건립한다는 건 어처구니없는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구미 YMCA도 숭모관 건립 반대 성명을 냈고 구미시 홈페이지에도 반대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최악의 경기 불황 성적표를 받은 상황이어서 구미시의 세금 낭비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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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문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장은 “숭모관 건립은 일종의 정치쇼”라며 “계속 추진할 경우 시민들의 저항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시는 비판 여론 잠재우기에 애쓰고 있다. 앞서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에 사용된 907억원은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숭모관이라는 명칭 대신 ‘미래교육관(가칭)’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동남아 등으로 수출되는 새마을 운동을 기념하기 위한 공원을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새마을테마공원·생가·추모관 등을 연계하는 사업인 만큼 새로운 명칭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2023-12-21>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