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랑

참군인 김오랑 중령 기념사업을 20년간 이어오고 있는 김준철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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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참군인 김오랑 중령 기념사업을 20년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김준철 회원

방학진 기획실장

영화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의 흥행이 무엇보다도 반가운 것은 2030세대들의 관심 때문이다. 그동안 10·26이나 5·18과 관련한 수준 높은 영화들이 많았지만 12·12에 대한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10·26 이후 신군부의 등장과 5·18 학살 직전의 상황을 설명해줄 영화라는 점에서도 <서울의 봄>은 영화 이상의 가치가 있다. 이 영화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장태완 장군과 김오랑 중령이다. 특히 영화배우 정해인이 특별출연하여 짧지만 강렬하게 연기한 김오랑의 모습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항상 좋은 역사영화 뒤에는 축적된 연구성과와 의식 있는 분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김오랑의 명예회복과 기념사업을 2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김준철 후원회원도 그런 인물 중 한 명이다. 김준철 회원은 김오랑 중령의 유일한 평전인 『김오랑 – 역사의 하늘에 뜬 별』(2012, 책보세)의 저자이다. 김준철 회원과 김오랑은 어떤 관계일까.

“저는 ROTC 28기로 임관 후 맹호부대와 특전사에서 근무했으며, 스키와 암벽등반 훈련시 무릎 부상(상이군인)으로 7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1996년에 전역했습니다. 전역 후 H증권에서 15년, 현재는 M화재에서 13년째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군 자살자, 의문사유가족 단체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차에, 광주의 시민단체에서 김오랑 중령의 의로운 죽음을 기리고자 ‘김오랑중령추모회’를 만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광주에 계시는 김오랑추모회 분들이 김오랑 중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와 국회가 있는 서울 등을 오가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서울에 있는 제가 그 일을 맡게 되었는데 그 인연이 20년째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활동가도 아니고 직장을 다니면서 국회, 국방부, 육사 등을 수도 없이 방문하며 김오랑 중령의 명예회복을 촉구해왔을텐데 그간 얼마나 좌절이 많았을까.

“17대 국회(2004~2008년) 안영근 의원, 18대 국회(2008~2012년) 김정근 의원을 통해 ‘참군인 김오랑중령 무공훈장 및 추모비 건립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으나 해당 상임위원회에조차도 상정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뭔가 무기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19대 국회 때는 『김오랑 평전』과 함께 크리스탈로 된 작은 김오랑 흉상을 만들어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그 결과 민홍철 의원을 통해 ‘고 김오랑 중령 무공훈장 추서 및 추모비 건립 촉구 결의안’(민홍철 의원 등 21인)을 발의해 2013년 4월 29일 결의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결의안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몇 문장이 나오기까지 꼬박 17년이 걸린 셈이다.

참다운 군인은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하면 보국충정의 도리를 다하고, 군령과 국기 문란세력에 몸을 던져 대항하여야 할 것임. 김오랑 중령은 12·12 당시 특전사령관 비서실장으로 재임하면서 군사반란 세력의 상관 불법체포에 저항하여 사령관 집무실의 문을 사수하다 반란 세력의 집중사격에 총탄 6발을 맞아 현장에서 사망함. 12·12가 대법원에서 군사반란으로 확정되고 ‘반란 수괴’ 전두환 및 동조세력도 유죄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저항하다 희생된 유공자에 대한 포상은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있음. 이에 김오랑 중령에 대한 무공훈장 추서와 기념비 건립을 통하여 그 희생을 추모하고 후세의 군인들에게 ‘참 군인상’의 귀감으로 삼고자 하는 것임.

결의안 통과 과정에서 유승민 당시 국방위원장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당시 국방위원장이던 유승민 의원에게 매달렸습니다. 그분도 12·12 당시 수도경비사령부에서 일병으로 근무를 하던 중 쿠데타를 경험했던 입장이라 17대, 18대 국회에서는 본인이 이 결의안을 알고는 있었지만 정치 초년생으로 나설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 19대 국회에서는 책임지고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결국 그 약속을 지킨 것입니다.”

그 인연으로 김준철 회원은 영화 <서울의 봄>을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관람하기도 했다. 김준철 회원은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하고 어떤 마음이었을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영화 개봉 전 VIP시사회에 초대받아 영화를 보았지만 시민들이 이렇게까지 호응해 줄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을 못했거든요. 물론 현재의 제 심정이야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지만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생각과 더불어 정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도 필요하지만 정의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노력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특히 정해인 배우가 맡은 김오랑 역할은 관객들에게 많은 연민의 정을 남긴 것 같습니다. 반듯한 외모의 정해인 배우가 김오랑 역할을 맡아 주어서 감사합니다.”

김준철 회원이 연구소와 인연을 맺은 계기는 『친일인명사전』 편찬 국민모금 캠페인 직후인 2005년이었다. 2006년 연구소 창립 15주년 기념식에 온 가족이 참가했으며 국군의 날을 한국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로 변경하자는 운동에도 연구소와 호흡을 맞추었고 지난 9월 24일 홍범도 장군 흉상지키기 걷기대회에도 참여했다.

끝으로 김준철 회원은 연구소 회원들에게 꼭 부탁드릴 이야기를 남겼다.

“『김오랑 평전 개정판』이 12월 22일부터 나옵니다. 2012년판 김오랑 평전은 명예회복을 위한 수단이었다면, 2023년판 김오랑 평전은 12·12 군사반란에 희생당한 3인의 군인(김오랑 중령, 정선엽 병장, 박윤관 상병)의 조형물을 국방부에 세우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12·12 군사반란 같은 상황에서 이 같은 군인들이 있었다는 것에 군 지휘관들은 감사해야 할 것이며 우리 군은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신간 김오랑 평전을 많이 구입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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