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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길 위에 김대중’ 만난 2030 “세상을 바꿀 꿈 제시하는 게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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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유럽·아프리카 등 30개 도시 상영
시민회관 등 국외 공동체 상영 교포들 분투

지난 6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청년초청시사회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마친 민환기 감독(오른쪽)과 최낙용 제작자가 객석에 남은 관객들과 촬영을 하고 있따. 명필름 제공

“작년에 목포 여행갔다가 우연히 김대중 대통령 생가에 가서 그의 생애를 보며 이게 사실일까 놀랐습니다. 영화를 보면 김대중 대통령도 평생 자신을 둘러싼 오해와 싸웠지만 요즘은 가짜뉴스를 포함해 정치인들에 대한 오해가 켜켜이 쌓여 불신의 강을 건너기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요?”

김대중 탄생 백돌이었던 지난 6일 오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청년초청시사회. 30대 초반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영화가 끝난 뒤 질문을 던졌다.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 민환기 감독과 제작자 최낙용 시네마6411 대표는 청년 관객의 묵직한 질문에 살짝 당황했다. “(진실이 유통되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환경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저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꾸준히 사실을 찾고 말해가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민 감독에 이어 최 대표가 말했다. “‘길위에 김대중’을 예매해주세요!”

‘서울의 봄’ 천만 관객을 견인했지만 ‘서울의 봄’의 중요 인물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위인전 목록의 한 사람처럼 멀게만 여겨지는 20대 관객들은 10일 개봉한 ‘길위에 김대중’이 넘어야 할 가장 높은 허들이었다. 12월 중순부터 시작된 전국 특별시사회와 별도로 청년초청시사회를 열어온 이유다. 이날 시사회에 응모해 당첨된 직장 선배와 함께 온 임태용(35)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까마득하게 느껴지던 분인데 인간적인 모습을 알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지난 6일 캐나다 토론토 노스욕 센트럴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상영회. 시네마6411 제공
길위에 김대중’ 국외 상영 포스터
‘길위에 김대중’ 국외 상영 포스터

하지만 ‘길위에 김대중’은 2030 영화이기도 하다. 제작자와 감독을 제외한 스태프 대부분이 엄마 품에 안겨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 소식을 들었던 20대다. 편집을 담당한 조유경 조감독은 “꼬마일 때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고 노벨평화상을 타면서 우리 세대에게는 위인 느낌에 가까웠는데 영화를 만들면서 이분도 힘든 시절을 버티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겪었다는 게 신기했다. 이른바 ‘존버’ 하신 건데 이런 모습에 감정이입이 됐다”고 말했다.

1997년생인 홍다예 조감독은 “상대 진영과 다투는 걸 정치라고 생각하면서 자랐는데 영화를 준비하며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를 통해 하고 싶었던 것이나 세상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걸 구체적으로 제시한 게 신기했다”면서 “돌아가셨지만 우리 세대에게는 정치란 무엇인가를 오히려 참신하게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한편 ‘길위에 김대중’은 지난해 여름부터 전국 13개 도시와 국외 도시들까지 상영위원회를 만들어 관객들이 직접 영화 상영공간을 찾아 나서고 있다. 상업영화와 극 영화에 쏠려있는 극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고1 때인 1987년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연설을 보고 반해 김대중 지지자가 된 자영업자 홍준식씨는 그가 나고 자란 의정부에서 영화를 알리기 위해 상영위원회에 참여했다. 홍씨는 “‘서울의 봄’을 재밌게 본 20~30대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면서 “40~50대가 자녀들과 같이 극장을 찾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위에 김대중’ 국외 상영 포스터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에서 상영위원회에 참여한 정서연씨는 “광주 시민들은 다른 지역보다 김대중 대통령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지식이나 정보가 부분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현대사 속 김대중이라는 인물의 퍼즐이 온전히 완성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외에서도 교포들의 분투로 영화관과 지역 도서관, 시민회관, 문화센터 등에서 공동체 상영이 추진돼 지난 5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를 시작으로 북미와 일본, 중국, 유럽, 남미 칠레 산티아고까지 전세계 30개 도시에서 상영되고 있다. “영화를 보려고 다섯 시간 동안 차를 달려왔다” “3대가 함께 봤는데 열여섯살 딸이 감명 깊게 봤다” “영화를 보고 처음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등 교포들의 소감이 쏟아지는 가운데 뉴욕 플러싱 타운홀에서 영화를 본 교포 김종호씨는 페이스북에 이런 감상평을 남겼다.

“85년 김대중 선생님이 귀국하실 때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지팡이를 놓고 타셨기에 들고 달려가 전달해드렸었다. 그 지팡이가 영화에 계속 나왔다. (…) 함께 영화를 본 변호사가 “많이 우셨어요?”하는데 나보다 자기가 눈물 더 많이 흘린 거 내가 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2024-01-10> 한겨레

☞기사원문: ‘길 위에 김대중’ 만난 2030 “세상을 바꿀 꿈 제시하는 게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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