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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기고]12·12 반란군 총 맞은 운보 그림 ‘적영’의 파란만장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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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주간경향(2024-01-22 )☞ [기고]12·12 반란군 총 맞은 운보 그림 ‘적영’의 파란만장 스토리

한국군 베트남 파병부대의 ‘안케 고개’ 전투를 묘사한 운보 김기창 화백의 그림 ‘적영’ /안보22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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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보 김기창 화백(1913~2001)의 작품 ‘적영(敵影)’과 박항섭 화백(1923~1979)의 작품 ‘대동강 철교를 건너는 평양 피란민’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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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현장을 지켜보다 총을 맞았던 운보의 작품 ‘적영’은 ‘적의 그림자’란 뜻이다. 이 작품은 크기가 가로 2m, 세로 3m일 정도로 대형이다. 한국군 부대의 베트남 파병 이후 가장 치열한 전투였던 베트남 638고지 전투, 일명 ‘안케 고개’ 전투를 묘사했다. 과거 기록을 조사해보니 운보는 1972년 6월 14일부터 7월 4일까지 베트남을 방문한 후 <월남전쟁기록화전>에 이 그림을 출품했다. 당시 국무위원들이 이 그림을 구입해 국방부에 기증하는 바람에 국방부 청사 현관에 걸리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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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그림이 운보 자신의 대표적인 친일 작품인 ‘적진육박’을 자가 표절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는 점이다. ‘적진육박’은 일제강점기 남양군도에서 대검을 소총에 끼우고 적진의 미군들을 향해 포복한 채 전진하는 일본군 모습을 묘사해 일제 군국주의를 찬양했다는 평가를 받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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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국방부가 청사에서 ‘적영’ 그림을 철거하고 친일 연구를 위해 연구소에 기증해주도록 다리를 놔달라고 나에게 요청했다. 민족연구소 측의 인수 의사 역시 국방부 고위층에게 수차례 전달했으나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결국 운보의 ‘적영’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에야 철거됐다. 나는 타사 기자 몇몇과 함께 참석한 서주석 당시 국방차관과의 국방컨벤션 만찬 자리에서 운보의 ‘적영’이 군의 정통성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는 얘기를 다시 한 번 전달했고, 서 차관의 결심으로 그림은 2018년 3월 전쟁기념관 수장고로 옮겨졌다.

‘적영’은 한국과 베트남의 수교(1992년) 이후 처음으로 2001년 팜반차 베트남 국방부 장관이 방한했을 때도 ‘뜨거운 감자’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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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소장 중인 작품의 상당수는 과거 박정희 정권이나 군부독재 시절 국무위원들이 국군의 활약상을 묘사해 달라고 작가들에게 주문한 후 구입해 전달했거나 군이 작가들로부터 기증받은 작품들이다. 

<박성진 ‘안보22’ 대표·전 경향신문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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