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입장문] ‘<기억과 전망> 편집위원회’는 일괄 사퇴를 결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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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문]

‘<기억과 전망> 편집위원회’는 일괄 사퇴를 결의합니다.

<기억과 전망> 편집위원회 구성원 전원은 2024년 2월 26일자로 편집위원직 사퇴를 결의합니다.

<기억과 전망> 편집위원들은 ‘민주화운동의 계승 발전’에 학문연구로 기여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한국민주주의연구소의 학술지 <기억과 전망> 편집에 참여했습 니다. 2002년 12월 창간하여 22년여 동안 학술지로서 권위를 쌓아온 <기억과 전망>이 위기에 처했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지난 2024년 1월 1일 ‘민주화 운동기념사업회 내 한국민주주의연구소’를 해산했습니다. 한국연구재단 등재 학술지이자,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 연구’에 특화된 전문학술지로서 <기억과 전망>의 위상도 한국민주주의연구소의 해산과 함께 크게 손상되었습니다.

<기억과 전망> 편집위원회는 다음 세가지 사항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사퇴의사를 표명합니다.

첫째, 학문공동체와 공공기관 간의 신뢰 관계가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기억과 전망>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내 한국민주주의연구소가 학문연구자들로 편집위원회를 구성, 위임하여 간행하는 학술지입니다. <기억과 전망>은 ‘편집위원회 규칙’, ‘연구윤리 규칙’, ‘원고투고 및 게재’ 등 명문화된 규정에 따라 간행되었습니다. 편 집위원들은 학문공동체의 일원으로 한국민주주의연구소의 가치에 공감하며, 상호간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민주화운동기념사업 회는 <기억과 전망>의 존재 기반인 ‘한국민주주의연구소’ 해산 논의가 진행되는 과 정에서 <기억과 전망> 편집위원회에 그 어떤 의견수렴 과정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기억과 전망> 편집위원회로서는 2024년 1월 1에 ‘한국민주주의연구소’ 해산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억과 전망> 편집위원회는 1월 26일자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재오 신임 이사장 앞으로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발송했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 회는 2월 5일자 답변서를 통해 “한국민주주의연구소가 해산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결여된 점”에 대해 유감 표명을 했습니다. <기억과 전망> 존립 근거 기관인 ‘한국민주주의연구소’에 대한 해산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기억과 전망> 편집위원회는 존재 자체가 지워졌습니다. 공공기관인 ‘민주화 운동기념사업회’는 편집위원회를 무책임하게 대했으며, 중요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철저하게 배제했습니다. <기억과 전망> 편집위원회는 사퇴라는 최후의 수단을 통해 공공기관의 일방적 논의와 의사결정방식이 학문의 자유와 학문공동체에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합니다.

둘째, 학문의 자유에 심각한 침해 위협이 발생했습니다. <기억과 전망> 편집위원회는 1월 26일 질의서를 통해 “학문의 자유라는 원칙에 따라 편집위원회의 편집 자율권이 보장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이에 대해서도 2월 5일 놀랄만한 문구를 포함한 답변서를 편집위원회에 보냈습니다. 답변서는 “그것이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학문 연구에 대한 자유까지 보장하는 것을 포함하는 지에 대해 궁금하여 귀 편집위원회의 지혜를 구하고자 합니다”라고 명기했습니다. <기억과 전망> 편집위원회는 공식적인 답변서에 이 문구가 등장하고 있는 점에 대하여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모든 권력은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을 억압의 수단으로 삼아왔습니다. 민주화 운동기념사업회 답변서에 명시된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학문 연구”는 수사적이고 기만적인 표현입니다. 공공기관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문장입니다. 이는 권력기관이 ‘학문연구의 자유’를 침해하는 폭력적 기준을 제시한 것에 불과합니다. 학문의 장에서 이뤄지는 논의는 학문적 비판과 토론 과정에서 학문적으로 해결책을 찾습니다. 헌법에도 ‘학문의 자유’를 국민의 권리로서 명기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도전적인 민주주의 학문연구는 “민주주의에 도전하면서 민주주의를 강화”합니다. 오히려 현실 권력이 요구하는 “안온한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적”입니 다. 학문연구의 장에서 이뤄지는 연구를 “민주주의 저해”라는 기준으로 억압하려 한다면, 그 기준이 제시된 순간이 바로 “학문의 자유”가 침해되는 사건 발생의 현장이 됩니다. <기억과 전망> 편집위원회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안온한 민주주의’에 경종을 울리고자 사퇴라는 강력한 수단을 선택합니다.

셋째, <기억과 전망> 편집위원회의 존립 근거가 이미 사라졌습니다. <기억과 전망> 발행 기관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로 명문화되어 있습니다. 한국연구 재단 등재학술지로서 <기억과 전망> 존립 기반도 ‘한국민주주의연구소’입니다.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는 대부분 전문학술기관인 학회나 학술활동 관련 연구소가 발행 주체입니다. <기억과 전망>은 ‘한국민주주의연구소’라는 학문연구의 기반 위에서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에 관한 연구”로 특화되어 학문의 장에 참여하는 학 술지입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내 한국민주의연구소’가 해산됨으로써 <기억과 전망> 간행 주체가 사라졌습니다. <기억과 전망> 편집위원회는 한국민주주의연구소가 해산된 이후 새로운 발행기관으로부터 다시 위촉을 받은 사실이 없기에 존립 기반이 없는 상태입니다.

<기억과 전망> 편집위원회는 1월 26일 질의서를 통해 “발행 주체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답변서는 발행주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국민주주의 연 구소가 해산된 상황에서 등재지로서 <기억과 전망>의 발행 주체에 대한 귀 편집위원회의 전문적인 조언”을 요청했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일방적인 조직 개편으로 ‘한국민주주의연구소’를 해산했고, 이에 따라 간행주체 문제가 제기된 것입니다. 그런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기억과 전망> 편집위원회에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기억과 전망> 편집위원회는 학문연구자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맡기고 학문의 자유와 학문 공동체를 존중하지 않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무책임한 행위에 항의하기 위해 단호한 의지로 사퇴를 결의합니다.

2024년 2월 26일
한국민주주의연구소 <기억과 전망> 편집위원회
오창은, 공진성, 권영숙, 오제연, 오타 오사무, 이관후, 이유재, 주윤정, 정상호, 진태원, 현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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