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규탄 집회 “박진 전 장관 등 총선서 심판해야”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의 피와 목숨값을 스스로 내던진 굴욕 해법이 발표된 지 1년이 됐습니다.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정의기억연대 등 역사시민단체는 6일 오전 강제동원 해법 발표 1년을 맞아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규탄했다.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한 박진 전 외교부 장관 등의 제22대 총선 출마를 두고는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3월6일 일본 기업들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진 채무를 한국 기업들이 대신 변제하는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제3자 변제안 절차가 법원에서 줄줄이 가로막혔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법원에 공탁을 신청했지만 1심 법원에서 잇따라 ‘불수리’ 결정이 내려졌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재단이 전국 12개 법원에 시도한 공탁 12건이 예외 없이 불수리 처분됐고, 12건 이의신청도 기각됐다”면서 “헌법과 법률 어디에 비춰도 이런 해괴망측한 규정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정부가 3자 변제안이라는 꼼수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뒤집으려 했지만 지난 1년 사이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유일한 해결책은 피해자의 권리를 인정한 판결을 그대로 따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한·일 정부는 어떻게든 역사를 덮으려 하지만 이미 3자 변제는 파탄났다”면서 “히타치조선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공탁금을 받은 게 그 증거”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0일 전범기업 히타치조선이 공탁한 6000만원을 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피해자들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굴욕외교의 책임을 져야 할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총선에 출마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이 해괴망측한 일을 주도한 이들이 염치도 없이 국민을 대표하겠다고 여의도 입성을 노린다”면서 “국민의 자존심을 일본에 내준 정치인들이 입법부마저 장악하지 못하도록 막아달라”고 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강제동원 문제에서 일본의 논리를 대변하던 사람들이 국회의원 후보로 나섰다”면서 “이들을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ksh3712@kyunghyang.com
<2024-03-06> 경향신문
☞기사원문: 강제동원 해법 발표 1년…“정부, 아무것도 한 것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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