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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부정 · 국격 훼손, 이승만기념관 반대한다〉
1960년 3월 정·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과 자유당 독재정권은 4할 사전투표, 3인조 5인조 공개투표 등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전국적인 부정선거를 획책했다. 선거 당일인 3월 15일부터 마산의 시민과 학생들은 ‘부정선거 중지’, ‘협잡선거 배척’, ‘공명선거 재실시’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격렬히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8명이 사망하고 7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러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당시 대통령이던 이승만은 마산 시위가 공산당이 사주해서 벌어진 일인 양 주장했고, 부통령 후보였던 이기붕은 “총은 쏘라고 준 것이지 가지고 놀라고 준 것은 아니다”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와 같은 탄압에도 3·15의거는 사월혁명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국민 위에 군림하던 독재자 이승만은 4월 26일 결국 하야하고 하와이로 쫓겨나는 비참한 말로를 맞이했다. 그렇게 이승만은 1925년 3월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의 탄핵을 받은 데 이어 또다시 국민에 의해 끌어내려진 불명예를 역사에 남기게 되었다.
오늘은 ‘3·15의거’ 64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이승만 독재에 저항한 시민들의 행위는 ‘의거’(義擧)로 자리매김해 왔으며, 대한민국 정부도 2010년부터 오늘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 기리고 있다.
그런데 뉴라이트를 비롯한 극우세력은 ‘국부론’ 따위를 들먹이며 독재자 이승만을 미화하려는 기도를 멈추지 않아왔다. 이들이 광화문광장에 이승만 동상을 건립하자는 둥 황당무계한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지만 세간의 비웃음을 사고 조롱거리가 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자, 상황은 일변해 상식이 부정되고 역사정의가 무너지는 사태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대일 구걸외교, 과거사 청산 회피, 독립운동 폄하, 독재정권 미화는 현 정권의 역사인식이 대다수 국민들과 얼마나 동떨어졌는가를 보여준다. 독립전쟁 영웅들을 모독하는 도발이 계속되고 친일 망언들이 쏟아지더니, 급기야 “일제강점기가 좋았다” “이토는 인재”라고 말하는 현대판 매국노까지 출현하는 지경이다.
이승만 우상화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7월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이승만 동상을 세우더니 그것도 모자라 주미 한국대사관에도 동상 건립을 추진해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이제 서울 한복판에 이승만기념관을 짓겠다고 도발하는 막장 드라마를 공공연하게 연출하기에 이르렀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460억 원 규모의 이승만기념관 건립 모금에 동참한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초 “시민을 위한 열린 녹지 광장으로 어떤 시설도 들어올 수 없는 원칙을 정하고 끝까지 비워놓겠다”는 자신의 말을 뒤집고 이곳 “송현녹지광장 부지에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조계종과 태고종 등 불교계도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독재자기념관을 지어 서울을 대표하는 거리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수백억 혈세를 들여가며 스스로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일이 무엇인가. 오세훈 시장은 정권의 비호와 배경을 등에 업고 국민적 합의 과정도 생략한 채, 마치 송현녹지광장이 자신의 사유물인 양 이승만기념관 부지로 내놓겠다는 오만방자한 발상을 당장 거둬들여야 한다.
이승만의 수많은 죄상을 일일이 열거할 겨를이 없지만, 무엇보다도 분명한 점은 이승만이 대한민국 헌법을 여러 차례 유린한 장본인이라는 사실이다. 나아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 계승’을 명시한 현행 헌법의 전문에서 ‘불의’(不義)라고 명토 박은 독재자이다. 여기엔 어떤 논쟁의 여지도 없다. 단언컨대 그런 역사의 죄인을 기리는 기념관을 서울 한복판에 짓겠다는 망발은,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짓에 다름 아니다.
끝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뉴라이트 세력에 기대어 건국절을 추진하고 이승만 띄우기에 혈안이 되었다가 몰락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전철을 답습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대한 일체의 지원을 즉각 중단하라!
2024년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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