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홍범도 장군,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 3·1운동 105주년 특별기획전 ‘홍범도와 ХОН БОМДО’를 개최하며
민족문제연구소와 식민지역사박물관은 3‧1운동 105주년을 맞아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기획전을 개최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월곡고려인문화관 결,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이번 전시는 2023년 8월부터 불거진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에 대해 시민들과 함께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되었다. 전시 자료는 독립기념관, 월곡고려인문화관 결,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에서 협조를 받았고, 곳곳에 QR코드를 제시해 국가보훈부, 독립기념관, 국사편찬위원회의 공공디지털아카이브를 직접 탐색할 수 있도록 했다.
‘홍범도와 ХОН БОМДО’ 전시는 크게 6부로 구성되었다. 본격적인 관람에 앞서 이번 기획전을 잘 이해하기 위해 홍범도의 생애와 관련 인물, 사건연표를 개관하였다.
1부 「머슴에서 산포수 의병대장이 되다」에서는 장군의 유년 시절과 산포수 의병부대의 활동을 다루었다.
특히 1907년 의병전쟁의 주요세력이었던 산포수 의병부대의 특징과 홍범도 의병부대의 활약은 2부 「날으는 홍장군, 왜적 군대 쓰러진다」로 이어진다. 산포수 의병들이 함경도 산악지대의 특성을 배경으로 백두산에서 짐승 잡던 사냥술을 활용해 일본군과 전투에 연전연승했던 의병전쟁을 소개했다. 그들의 총구가 일본의 앞잡이 일진회를 향했던 이유와 독립운동에 온 가족이 희생된 거룩하고 가슴 아픈 가족사도 주목하였다.
3부 「대한독립군 대장, 독립전쟁을 이끌다」에서는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이어갔던 한인 동포들의 삶과 독립에 대한 강한 열망을 담았다. 그리고 봉오동전투의 생생한 회상기와, 연이은 일본군의 대학살을 다뤘다.
4부 「나라 잃은 동포와 함께 ‘의병’으로 살다」 에서는 뼈아픈 역사인 자유시 사변과 연해주에서도 독립의 희망을 놓지 않았던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를 다룬다.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한 후 홍범도 장군 말년의 삶은
5부 「카자흐스탄 고려극장 수위가 되다」에 담겼다. 고려인 동포사회의 버팀목이었던 홍범도 장군은 1943년 75세를 일기로 크즐오르다에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홍범도 장군은 연극으로, 문학작품으로 고려인들의 마음에 깊이 남았다.
6부 「말과 몸짓으로 홍범도를 기억하다」에서는 1942년에 고려극장에서 초연되었던 연극 <홍범도>에 대한 자료와, 2019년 다시 공연된 연극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한글신문 『레닌기치』에 실린 홍범도 장군 관련 문학작품도 전시되고 있다.
홍범도 장군의 사진자료와 함께 그의 생애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는 친필로 쓴 “조사표” 외에 이함덕과 이인섭이 필사한 「홍범도 일지」가 전시되었다. 항일투사 이인섭은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를 정치역사소설로 남겼을 뿐아니라 홍범도 장군과 함께 독립전쟁에 참여했던 많은 이들의 회상기를 수집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독립기념관에 소장된 이인섭의 편지들과 「정치역사소설 홍범도장군」의 일부를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소설 홍범도』를 쓴 김세일의 친필 원고도 전시되고 있다.
105주년 3‧1절에 열린 개막식에는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 식민지역사박물관 윤경로 관장,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국회의원, 용혜인 국회의원 외에도 월곡고려인문화관 결 김병학 관장 등 주최단체 관계자와 연구소 후원회원들이 함께 했다. 개막식 현장은 카자흐스탄 국영방송국에서 취재해 보도되기도 했다.
이날은 특히 3‧1절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식민지역사박물관을 방문한 관람객들로 기획전시실이 하루종일 북적였다. 기획전을 관람한 많은 이들은 교과서에서도 짧게 등장해 홍범도 장군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의병전쟁부터 독립전쟁까지 활약상뿐 아니라 인간 홍범도를 상세히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관람 소감을 남겼다. 그리고 전시 관람 후 “흉상 이전 논란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시민도 있었다.
홍범도 장군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전국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박물관을 찾고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전시 연계특강에도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소는 더 많은 분들이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유튜브 생중계를 진행하고 있다. 직접 방문하지 못하시는 분들은 다시보기 또는 생중계를 시청해 주시길 바란다.
전시는 오는 5월 5일까지 열린다. 폐막 이후에도 각 지자체에서 순회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회원 여러분들의 많은 관람을 부탁드린다.
• 김선영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