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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서울 한복판에서 울려 퍼진 “잊지 않겠습니다, 제주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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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청계광장에서 제76주년 4.3 서울 추념식 열려

▲ 잊지않겠습니다 4.3 4.3 단체 부스에 걸린 “잊지않겠습니다. 제주4.3” ⓒ 고창남

제주4.3 제76주년 서울 추념식이 6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재경제주4.3 희생자 및 피해자 유족회 등 관련단체들과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열렸다.

이날 추념식은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주최로, 4.3 청년유족회 양소희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순국선열과 4.3영령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꽃을 짓밟은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상영으로 이어졌고, 추념사 및 기념공연, 4.3유족들의 증언 등이 이어졌다.

▲ 양소희 사회를 맡은 4.3청년유족 양소희씨 ⓒ 고창남

‘꽃을 짓밟은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에는 4.3 진압의 대표적 공범자들(2003년 정부가 발간한 제주4.3사건 진상보고서 및 언론보도 등에 근거)이 등장한다. 해당 영상에 나온 인물은 이승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조병옥 당시 경무부장(경찰총수), 유해진 당시 제주도지사, 신성모 내무장관 및 국방장관, 홍순봉 당시 경찰청장, 문용채 당시 제주 제1구경찰서장, 최난수 당시 제주비상경비사령부 직속 특별수사대대장, 최치환 당시 내무부 치안국 총경(비상경비대 작전과장), 김정호 경무부 공안국장(제주비상경비사령관), 박진경 대령, 송요찬 소령, 탁성록 대위, 함병선 중령, 신현준 해병대 사령관, 김두찬 해군 중령, 문봉제 서청 중앙단장, 김재능 서청 제주단장, 정용철 삼양지서 주임, 이윤도 외도지소 세화리 출장소 근무, 서북청년단 특별중대, 하지 중장(주한미군 사령관), 브라운 대령(제주지구 미군사령관), 맨스필드 중령(제주도 군정장관), 딘 군정장관, 한경직 목사(영락교회 초대목사) 등이다.

그러면서 동영상 마지막 장면에는 “이승만 기념관 건립, 여러분은 찬성하겠습니까?”라는 물음으로 끝난다.

▲ 김종민 추념사를 하는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 고창남

가장 먼저 추념사를 한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추념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제주4.3도 밝게 힘차게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현기영 선생께서 그러한 멍에를 벗겨주셨다. 해금시켜주셨다. ‘4.3에 대해 소설을 쓰더라도 이제는 연애소설도 써야 한다. 밝은 내용도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제주4.3사건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참혹하고 잔인한 역사이지만, 그것을 극복해낸 제주도민들의 역사는 굉장히 자랑스런 역사다. 4.3 당시 집이 불타고 가족이 죽었던 상황에서 10살 미만의 소년, 소녀들이 끝끝내 살아남아 이 아름다운 제주 공동체를 복원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제주 4.3 유족들의 역경의 극복사를 통해서 강력한 제주의 에너지, 제주도의 힘을 얻어가시길 바란다.”

▲ 함세웅 추념사를 하는 함세웅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님의 추념사가 이어졌다.

“저는 제주 4.3을 공부하면서 많이 성장했다. 어렸을 때는 저도 제주 4.3을 ‘폭동’이라고 늘 배웠다. 제가 큰 다음에 많은 역사학자들을 만나고 평화운동 실천가들을 만나면서 ‘제주 4.3이 잘못 기록되었고 잘못 전달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제주의 아픔을 승화시킬 때에 민족적 성숙함이 있겠구나’ 라고 깨닫게 되었다.

‘제주 4.3의 희생자들은, 신학적 의미에서, 순교자다’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깨닫지 못한 자들, 순교자들의 이름으로 척결하는 것이 우리시대에 우리들의 과업이 아닌가.

친일 잔재들, 독재잔재들, 유신 잔재들, 뿌리 뽑는 일이 4.3정신의 핵심이고 순국선열들, 순교자들을 기리는 과업이 우리들에게 있다. 여려분들과 함께 4.3희생자들 순교자들 모시면서 추앙한다.”

▲ 정세균 추념사를 하는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 ⓒ 고창남

마지막으로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추념사가 있었다.

“저는 오늘 노무현 대통령을 대신해서 이 자리에 섰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주4.3에 대해 공식 사과한 최초의 대통령이다. 그로부터 벌써 20년이 지났다.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사의 정의로운 청산을 통해 화해와 상생의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제가 총리로 재직했던 문재인 정부는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4.3특별법 개정을 주도했다. 노무현 재단은 매년 제주4.3역사학교와 평화기행, 학술대회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4.3을 역사의 자리에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지속하고 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 오늘의 추념식이 4.3정신을 일깨우고 평화의 씨가 날아 곳곳에 평화가 가득해져 슬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이어서 제주4.3 76주년 기념공연 ‘꽃이 피어나’가 시작됐다. ‘꽃이 피어나’는 4.3 유족 1세대, 2세대, 3세대 이야기와 예술 공연을 종합한 극이다. 공연에는 ‘생명의 꽃’, ‘그곳 1’ ‘그곳 2’ 등이 연주됐는데, 가야금 연주(박순아), 장새납 연주(고령우), 바이올린(강해진), 타악(여성룡), 피아노(정원기) 연주가 이어졌고 노래공연(김세진, 신여진, 이승태, 윤영인, 정승민, 최이원)이 진행됐다.

4.3 유족들의 이야기는 양소희 4.3청년유족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됐다.

“제주4.3 당시 생존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던 코리안 재패니즈. 재일제주인들을 가리켜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형성한다고들 한다. 제주 4.3 평화공원에 ‘Korean Diaspora’ 추모구역을 만들자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재일조선인들은 물론이요, 살기 위해 섬에서 육지로 건너온 유족들은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삶을 꾸려나가며 존재한다. 우리 현대사에서 이처럼 터전을 옮긴 이주민들은 다수이지만 섬사람들 중 적지않은 이들은 제주4.3 유족이란 공통점을 공유한다. 제주4.3 제76주년을 맞은 오늘 바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 3세대 4.3 유족 증언 증언하는 3세대 4.3 유족인 양소희씨, 고령우씨, 박예슬씨(왼쪽부터) ⓒ 고창남

이어진 4.3 유족들의 증언에서는 4.3 유족 1세대인 김숙자씨, 김춘경씨, 고광언씨의 증언이 진행됐다. 계속해서 4.3 유족 2세대인 김윤경씨 증언이 있었다. 4.3 유족 3세대 증언에서는 오사카 출신 재일제주인 청년유족 고령우씨가 친할아버지·외할아버지가 겪은 4.3이야기를, 제주에서 태어나서 서울에서 연극 연출가로 활동하는 청년유족 박예슬씨는 다크투어 ‘이번봄 제주에 왔습니다’,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다랑쉬 특별전’ 이야기와 함께 다랑쉬 굴에서 돌아가신 증조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마지막으로 4.3 청년유족 양소희씨는 4.3 당시 대구 형무소에 끌려가 학살당한 증조할아버지 이야기를 했다.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십년동안 속슴하라(조용하라), 본적도 들은적도 없이 말하라고 했던 제주4.3이었지만,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보란 듯이 4.3이야기 하고 있지 않나.

이는 앞선 선배님들이 끈질기게 싸워서 여기까지 온 결과이다. 이렇게 4.3의 전국화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이제는 4.3의 세계화, 국제화를 이루는 것을 저의 소명으로 생각하고 지난 몇 년동안 태국, 아르헨티나,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제주4.3을 알리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앞으로 우리가 앞장서서 제주4.3을 말하고 실천하겠다.”

▲ 백경진 인사말을 하는 백경진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이사장 ⓒ 고창남

이날 추념식의 마지막 부분에는 행사를 추최한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백경진 이사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백이사장은 “이번 76주년 서울 기념행사는 서울 도심인 청계광장과 서대문 독립공원 등으로 공간을 확장하고 행전안전부, 서대문구청, 서울시설공단 등 관계 기관의 협조 하에 4·3 기념행사가 서울 지역에서 인정받는 행사로 자리매김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모공간 마련과 추념식, 영화제 등 다양한 행사로 서울에서도 ‘4월은 4·3’이라는 인식이 퍼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추념식 행사와 병행하여 ‘4.3과 친구들 연대광장’ 및 종교 의례가 진행됐다. ‘4.3과 친구들 연대광장’에는 재경제주4.3 희생자 및 피해자 유족회, 4세대 청년유족, 4.3문학회, 4.3평화인권교육 강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서울역사영화제, 전국시사만화협회, 4.3과 함께 하는 손글씨(석지랑/더불어숲 서여회), 국가폭력피해 범국민연대 등이 참여했는데, 각 단체마다 자신의 부스를 차리고 시민들과 함께 제주4.3 이야기를 나누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 시민들 76주년 4.3 서울추념식에 참석한 시민들 ⓒ 고창남

고창남 기자

<2024-04-07>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서울 한복판에서 울려 퍼진 “잊지 않겠습니다, 제주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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