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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승만·독재’ 언급 없는 4.19혁명일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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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주년 기념식, 한덕수 국무총리 등 발언 살펴보니… ‘핵심 비껴가’ 비판

▲ 한덕수 총리앞에서 “”독재자 이승만 기념관 반대!” 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한덕수 총리가 기념사를 하는 동안, 한 참석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독재자 이승만 기념관 건립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4.19혁명 64주년을 맞아 발표된 정부와 부산시 등의 기념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독재에 대한 표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혁명으로 끌어 내렸던 이를 다시 세우려는 분위기 속에 4.19의 정확한 의미가 희석되는 분위기다.

19일 서울 강북구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자유·민주·정의를 향해 뜨겁게 타올랐던 민주 영령의 넋을 기리기 위해 모였다”며 모두 982자로 된 기념사를 발표했다.

그러나 어렵사리 이룩한 자유민주주의의 의미를 설명하면서도 당시 혁명이 무엇 때문에 일어난 것인지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한 총리는 “부정과 불의에 맞서 목숨 바치신 학생과 시민의 숭고한 희생”이라고 말하는 데 그쳤다.

부산에서 열린 행사의 기념사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부산 중구 중앙공원 4.19혁명 희생자 위령탑 앞 광장에서 기념사에 나선 박형준 부산시장은 “자유·민주·정의를 지켜내기 위해 몸을 내던진 4.19 민주영령의 숭고한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헌법 전문에 수록된 4.19 정신과 혁명의 의미를 되새겼다.

하지만 576자나 되는 글자 속에 독재 언급은 전무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되살리겠다는 저항의 횃불을 높게 든 도시로 부산을 치켜세우면서도, 기념사는 여기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박 시장 또한 피를 흘리며 누구에게 맞서 싸운 혁명이었는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민주화운동이나 역사단체 관계자들은 핵심을 비껴간 기념사라고 꼬집었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인 차성환 민주누리회 대표는 “이승만 정권의 독재를 빼버리면 4.19가 왜 일어났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를 희석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차 대표는 “누구를 상대로 항거했는지 밝혀야 4.19 기념사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기념관이나 동상 추진, <건국전쟁> 다큐멘터리 개봉 등 윤석열 정부 들어 ‘이승만 다시 세우기’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 노골적이다. 기념사와 이를 결부한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대구 2.28, 대전 3.8과 마산 3.15, 그리고 4.19혁명에서 이승만 독재를 빼버리면 의미가 없다. 이승만의 복권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방 실장 또한 헌법의 내용을 강조했지만, 이날 기념사 내용과는 달랐다. 헌법 전문에 수록된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부분을 거론한 방 실장은 “좌우를 떠나 자의적 해석이 있을 수 없다. 그 불의는 바로 이승만 독재를 얘기하는 것이고, 이를 무너뜨린 4.19 정신을 있는 그대로 얘기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보성 기자

<2024-04-19>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이승만·독재’ 언급 없는 4.19혁명일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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