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후손 필립 안 커디씨 등 12명… “독립운동 영웅으로 기념하는 것은 역사 왜곡”
도산 안창호 후손 필립 안 커디, 박은식 대한민국임시정부 2대 대통령 후손 박유종, 소설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심훈 후손 심영주 등 미주 지역에 거주하는 독립운동가 후손 12명은 제64주년 4.19혁명을 맞아 ‘이승만 기념사업 반대하는 미주 지역 독립운동가 후손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후손들은 지난해 12월 ‘주미 한국대사관 앞 이승만 동상 건립 반대 서명운동’에 동참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초 서울 종로구 송현공원에 이승만기념관 건립 소식이 전해지자 급히 ‘이승만 기념사업 반대 미주 지역 독립운동가 후손 모임’을 만들고 조직적으로 목소리는 내기로 했다.
후손 모임은 19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최근 이승만을 기념하려는 일련의 움직임들은 이승만의 과오를 감추고 잘못된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서 “이승만이 ‘독립운동 영웅’이라는 신화는 역사적 진실을 존중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기만적인 조작의 결과물”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후손들은 “진실이 아닌 것은 역사가 아니다(History is not history unless it is the truth)”라는 링컨의 경구를 인용하며 이승만기념관 등 이승만 우상화 작업을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인 우리들은 선열들의 독립운동사를 증언하고 지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또한 역사 연구자들은 역사적 진실을 찾기 위해 끝없이 정진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공동체는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후세들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최근 이승만을 기념하려는 일련의 움직임들은 이승만의 과오를 감추고 잘못된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 신화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악의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승만 찬양자들의 주장은 수많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이미 사료 등 객관적으로 확인한 진실과는 상반됩니다. 이승만의 해방 이후 행적 또한 의문스러운 오류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입니다. 이승만이 ‘독립운동 영웅’이라는 신화는 역사적 진실을 존중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기만적인 조작의 결과물입니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독립기념관, 하와이대학교 해밀턴 도서관, USC 한국문화유산 도서관에 수많은 역사 자료를 기증했습니다. 그 역사 자료에는 독립운동사의 주요 사건과 애국지사들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와이대학교 한국학 센터의 서대숙 박사는 1987년에 이승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과거에 출판된 대부분의 자료들은 이승만에게 유리한 편향된 시각으로 작성되었으며, 그의 업적이 될 만한 것은 기록하되 불리한 것은 생략해 버렸다.”
1987년 8월 15일, 한국에 독립기념관이 건립되었고 그 이후 독립기념관에 이승만과 관련된 ‘비호의적인’ 문건이 상당수 수집된 것은 매우 인상적인 일이었습니다. 역사가들과 정치가들은 이승만의 역사에서 그 ‘불편한 진실’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늘날 이승만에 대하여 많은 사료에 근거한 평가는 이승만이 독립운동 지도자로서 실패한 인물이라는 사실로 귀결됩니다. 그가 취했던 행동들을 들여다보면 영웅적인 면모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의 품성과 도덕성도 내세울 만한 게 없었습니다. 그의 정치적 행보도 민주적이지도 정직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승만은 동료들을 결코 신뢰하지 않았으며 거짓 고발을 남발하였습니다. 그동안 축적된 여러 사료에는 이승만이 독립운동 전반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명백한 증거들로 넘쳐납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진실이 아닌 것은 역사가 아니다(History is not history unless it is the truth)”라고 했습니다.
우리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이승만을 독립운동 영웅으로 기념하는 것은 왜곡된 역사이며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승만기념관과 이승만 동상 등 우상화 작업을 당장 중단하십시오.
2024년 4월 19일
이승만 기념사업 반대 미주 지역 독립운동가 후손 모임
안창호, 이혜련 후손 크리스틴 커디, 필립 안 커디 | 박은식, 박시창 후손 박유종 | 심훈 후손 심영주 | 오임하 후손 애나 로메로, 데이 로메로, 릴리 버날리스 알바이스 | 유예도 후손 데이빗 김 | 이암 후손 앤드루 김, 로비 김, 대런 김 | 주현측, 임정구 후손 임인자 | 박충섭 후손 빌리 윤
덧붙이는 글 | 이 성명서는 민족문제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한 것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
<2024-04-19>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