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랑

‘동작구, 국립묘지 그리고 김학규 – 김학규 동작역사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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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작구, 국립묘지 그리고 김학규
– 김학규 동작역사문화연구소장

방학진 기획실장

개봉 초반 집권여당과 반공 기독교회가 총결집해 띄워 준 영화 〈건국건쟁〉이 국민의 외면과 영화 〈파묘〉 개봉으로 주춤하자 〈건국건쟁〉 김덕영 감독은 〈파묘〉를 언급하며 “항일 독립? 또 다시 반일주의를 부추기는 ‘파묘’에 좌파들이 몰리고 있다”며 “건국전쟁에 위협을 느낀 자들이 건국전쟁을 덮어버리기 위해 파묘로 분풀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여하튼 윤석열 정권이 전폭 지원한 〈건국건쟁〉은 수구언론의 호평이 무색하게 1일 평균 관객 2만 4천명에 불과했다. 반면 올 최초 천만 영화에 등극한(3월 24일 현재) 〈파묘〉는 작년 〈서울의 봄〉과 함께 새삼 우리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드높였다. 〈파묘〉와 〈서울의 봄〉의 공통점은 묘지다. 12·12 군사반란 당시 반란군에 맞선 김오랑 중령과 정선엽 병장의 묘지가 있는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늘어날 때마다 바빠지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학규 동작역사문화연구소장이다.

“동작역사문화연구소 외에 ‘마음껏’이라는 마을공동체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을 펴냈고 동작FM에서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라는 팟캐스트도 하고 있습니다.”

김학규 소장의 책 내용은 대부분 〈오마이뉴스〉에서 ‘동작민주올레’를 검색하면 읽을 수 있다. 김학규 소장의 이력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사)민주열사박종철열사사업회 사무국장 경력이다.

“저는 국사학과로 언어학과인 박종철 열사와 학과는 다르지만 대학 동기이다 보니 10여 년간 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으로 일을 맡게 됐고 자연스럽게 현재까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약칭 추모연대)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추모연대 교육위원장 직함도 있습니다. 현재 추모연대는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중심으로 과거사 청산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활동도 지지부진하고 민주유공자법도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본회의 상정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난관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새로운 동력을 마련해야 총선 이후 힘 있게 과거사 청산활동을 다시 벌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종철과 이한열을 빼놓고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이야기할 수 없고 6월 항쟁을 빼놓고 오늘의 민주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 그렇지만 여전히 오늘날 민주화를 이룬 데 헌신한 분들을 조금이나마 예우하자는 법률은 여전히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집권여당 대표는 입만 열면 ‘운동권 청산’을 들먹이고 있다. 그렇다면 청산된 운동권을 대신할 자리에 ‘일제강점기가 더 살기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조수연(대전 서구갑)을 비롯해 ‘이토 히로부미가 인재’(人才)라는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져서 망했다’는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백선엽은 친일파가 아니라’는 박민식(서울 강서을), ‘김구는 폭탄 던지던 분’이라며 비꼬던 박은식(광주 동남을), ‘4·3은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는 태영호(서울 구로을) 등을 앉히겠다는 것인가.

오랫동안 민주화운동과 민주열사 기념사업을 했던 김학규 소장이 국립묘지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동작구에 살다 보니 지역사를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서울 현충원에 관심을 갖게 됐고요. 결정적으로는 남북관계가 좋았던 2005년 방북 때 애국열사릉을 방문했다가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북은 이런 사람들을 깍듯이 모시는구나’ 생각하면서 우리는 누가 현충원에 있을까? 새삼 궁금했죠. 그전까지는 서울 현충원에 친일인사가 많이 묻혀 있기도 하거니와 군사주의와 권위주의의 상징이라는 생각에 방문 자체를 꺼렸거든요. 방북을 계기로 내가 살고있는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정확히 알려면 현충원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 거죠. 그리곤 서울 현충원을 들여다보며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바뀌어야 할 것이 매우 많다고 실감하다 보니 ????현충원 역사산책????이라는 책도 내고 탐방을 비롯한 여러 활동을 이어나가게 된 거죠.”

책 제목대로 우리가 현충원을 산책하며 접하는 역사는 무엇일까?

“서울 현충원 안장자 중 ‘전사’로 새겨진 5·17 계엄군의 묘비를 ‘순직’으로 바꾸고 반대로 김오랑 중령과 정선엽 병장의 묘비는 ‘순직’에서 ‘전사’로 바로 잡아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해서 결국 바꿔냈습니다. 독립유공자묘역에 안장되어 있는 부부 독립운동가의 묘비에서 여성독립운동가의 이름이 ‘배위 ○○○ 합장’이라고 남성독립운동가 이름 옆에 작게 새겨져 있던 것을 동등하게 바꿔내기도 했는데요. 이렇듯 역사 왜곡을 바로잡고 성평등 관점에 입각한 인식 전환을 이루어낸 일에서 특별히 보람을 느낍니다.”

김 소장의 관심은 현충원에 그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서울, 특히 자신이 사는 동작구의 지역사까지 이른다. 지난 2022년 무려 5억을 들여 공개된 〈디지털동작문화대전〉이 너무도 오류가 많았다. 예를 들어 서정주, 김석원 같은 친일파는 찬양 일색이고 동작구의 자랑인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역사는 거의 다뤄지지 않아 1년여 간 오류 수정에 매진하기도 했다. 전문 역사연구자 못지않은 김학규 소장의 내공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사례이다.

이렇듯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현장에서 시민들과 역사 이야기를 나누는 일을 업으로 하는 김학규 소장에게 요즘 같은 역사 퇴행의 시간은 터널 한가운데 갇힌 듯 답답할 것이다.

“뉴라이트 세력이 정부 요직에 두루 배치되고 대통령은 물론 서울시장, 여당 대표가 〈건국전쟁〉을 칭송하고 심지어 서울 한복판에 이승만기념관을 세운다니 참으로 걱정입니다. 하지만 역사 퇴행을 막아낼 힘은 결국 시민의 힘이 결집될 때 가능한 일인데 여기에는 특히 연구와 실천을 겸하고 있는 민족문제연구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김학규 소장과 우리 연구소가 더 자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옛 남영동 대공분실이 올해 10월 ‘민주인권기념관’으로 거듭나 재개관합니다. 그렇게 되면 효창공원 – 식민지역사박물관 –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연계되는 독립, 민주, 인권의 탐방코스가 될 것입니다. 제가 경험한 연구소 후원회원님들은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열의와 진실을 찾고자하는 집념이 있습니다. 그런 힘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여는 기본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후원과 참여를 통해 연구소를 튼튼하게 만들고 있는 후원회원님들을 존경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영화 〈파묘〉의 주인공들처럼 오늘도 최고 명당 현충원에 똬리를 틀고 있는 친일파, 독재자 그리고 군사반란자들 무덤 사이를 걸으며 싸우고 있는 김학규 소장에게 ‘역사의 신’의 가호가 있기를.

“현실에 살지 말고 역사에 살라. 역사의 신을 믿어라. 긴 역사를 볼 때 정의와 선과 진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 김준엽(1920~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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