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사

[오마이뉴스] “일제가 철제관에 봉인한 혁명가… 영혼은 가둘 수 없다”

419

17일 서대문형무소에서 권오설·권오상 기념사업회 창립총회…”6.10만세운동의 역사바로세우기”

▲ 3.1운동, 광주학생독립운동과 함께 일제강점기 3대 만세운동인 1926년 6.10만세운동의 주역을 기리는 ‘권오설, 권오상 기념사업회 창립총회’(이사장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가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렸다. 34세와 28세의 나이에 일제의 고문으로 순국한 권오설, 권오상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권오설 선생의 양자 권대용, 권오상 선생의 양자 권대송씨를 비롯한 후손들과 시민모임독립 이사장인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와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창립총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독립운동가들이 갇혀있던 옥사앞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작금에 이르러 친일적 졸개들이 다시 설치며 온갖 친일 작태를 부리는 때에 순국선열 권오설·권오상의 이름만으로도 그 무리에게 철퇴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항일혁명가로 6.10만세운동을 이끌었던 권오설 선생과 권오상 선생의 기념사업회가 출범하면서 발표한 창립선언문의 일부이다. 과거 업적만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최근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서 보여지는 친일·역사왜곡 행각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존하는 두 인물로 현재적 가치를 부여하고 이들의 정신과 연대하겠다는 뜻이다.

권오설·권오상 기념사업회는 17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강의실에서 창립총회를 열었다. 이날 총회는 이준식 기념사업회설립준비위 위원장, 이만열 김단야기념사업회 설립준비위원장,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함세웅 항일독립선양단체연합 이사장, 권영길 민주노동당 초대 대표, 황선건 6.10만세운동유족회 회장 등 각계 인사 67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권오설, 권오상 선생은 6.10만세운동의 주역

▲ 3.1운동, 광주학생독립운동과 함께 일제강점기 3대 만세운동인 1926년 6.10만세운동의 주역인 권오상 선생의 서대문형무소 수형기록카드.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 3.1운동, 광주학생독립운동과 함께 일제강점기 3대 만세운동인 1926년 6.10만세운동의 주역인 권오설 선생의 서대문형무소 수형기록카드.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이들은 이날 설립취지문을 통해 “경상북도 안동군(안동시) 풍천면 가곡리 가일마을 출신의 권오설, 권오상 선생은 3.1 혁명과 광주학생독립운동과 함께 일제강점기 국내 3대 민족으로 꼽히는 6.10만세운동의 주역”이라며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일제의 모진 고문으로 민족해방의 날을 미처 보지 못하고 옥중 순국한, 그리고 해방 이후에는 분단 체제의 비극을 상징이라고 하듯이 21세기가 되기까지 70년의 긴 세월을 남북 모두에서 망각을 강요당한 비운의 혁명운동가이기도 하다.”

권오설 선생은 6.10만세운동의 총 지휘자였다. 당시 여러개의 대중시위 격문을 준비했고, 그중 ‘격고문’에서 “식민지에서는 민족해방이 곧 계급해방이며 정치해방이 곧 경제해방”이라고 규정했다. 일제강점기에는 민족 내부 모순보다 민족 사이의 모순이 더 심각하기에 민족 모순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즉, 이를 위해 민족이 일체 단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권오설·권오상 선생과 6.10만세운동은 민주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는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권오설 선생이 사망한 지 75년, 권오상 선생이 사망한 지 77년이 되는 해에 각각 건국훈장 독립장, 건국훈장 애족장이 수여됐다.

“일제가 철제관에 봉인한 혁명가… 영혼은 가둘 수 없다”

▲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권오설, 권오상 기념사업회 창립총회’(이사장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에서 권오설 선생의 양자 권대용, 권오상 선생의 양자 권대송씨를 비롯한 후손들과 시민모임독립 이사장인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와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이날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시민모입독립 이사장), 함세웅 신부 등이 축사를 했다. 권영길 대표는 축사를 통해 항일혁명가를 다음과 같이 기렸다.

“일제가 철제관 속에 봉인해버린 선생의 삶이 해방된 조국에서도 묻혀, 오늘에 이르러 우리를 더욱 아프고 분노케했습니다. 그들은 선생의 육신은 묻을 수 있었지만, 영혼은 가둘 수 없었습니다. 선생의 영혼의 부활이 권오설·권오상 기념사업회입니다.”

▲ 2008년 4월 14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가일마을 부근 공동묘지에서 6.10만세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가 권오설 선생(1897~1930, 건국훈장 독립장(2005))의 묘에서 철관이 발견되었다. 고인이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한지 78년만이다. 1930년 4월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한 후 고인의 주검은 철관에 담겨 고향 안동으로 돌아왔다. 일제의 방해와 감시로 봉분을 쓰는 것과 친지들의 문상이 금지된 채 마을 공동묘지에 묻혔다. 발견 당시 철관은 부식이 심한 상태로 두껑은 내려앉은 상태였다. 철관은 현재 경북 안동시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다. ⓒ 사진제공 권우성

권기익 안동시의회 의장도 미리 보낸 축사문을 통해 “안동 출신의 독립운동가 권오설·권오상 선생은 6.10만세운동을 주도했던 민족의 지도자로 사상을 떠나 민족을 하나로 결집하게 한 민족의 영웅이었다”며 “안동시의회에서도 독립운동의 가치와 선열의 희생과 헌신이 우리 후손들에게 올바르게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사업회의 이사장에는 이준식 설립준비위원장이 선출됐다. 이 이사장은 소감으로 610만세운동의 의미 등을 짚은 뒤 앞으로 기념사업회를 통해서 권오설, 권오상 선생을 비롯한 6.10만세운동의 역사뿐만 아니라 억울하게 희생됐지만 빛을 보지 못한 독립운동가(사회주의 계열)들을 세상의 빛으로 올리는 작업을 하겠다고 피력했다.

기념사업회는 항일 혁명가의 뜻을 이어가겠다

▲ (앞줄 왼쪽부터) 권오상 선생의 양자 권대송, 권오설 선생의 양자 권대용,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권오설-권오상기념사업회 이준식 이사장,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민모임독립 이사장인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함세웅 신부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다. ⓒ 권우성

임원 및 감사 선출을 마친 기념사업회는 창립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암울한 1926년 그 시대에 독립항쟁의 횃불을 들고 일어섰던 34세와 28세의 창창한 나이로 순국한 권오설-권오상 선생을 기억하며, 그 분들의 불굴의 의지는 오로지 민족의 자주 독립을 위한 거룩한 삶이었음을 확언한다”면서 “특히 두 분 죽음의 원인이 일제의 잔혹한 반인륜적 고문으로 인함인지라 그 원통함은 한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권오설·권오상기념사업회는 반민특위 해산세력, 독재-학살 등 민족의 아픔을 초래한 집단을 반민족적이며 반인륜적 행위로 규정하고, 친일 매국노 세력의 후예는 청산의 대상이라 선언한다”면서 “권오설·권오상기념사업회는 강제징용과 위안부문제 등의 원론적 요구, 즉 가해자 일본의 직접 사죄와 직접배상의 원칙이 한일 과거사문제 해결의 유일한 방안이라 선언한다”고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창립선언문을 다음과 같은 선언으로 마무리했다.

“권오설·권오상기념사업회는 역사왜곡, 반민족행위, 독재·학살, 친일적행태를 옹호하는 그 어떠한 세력과도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을 선언한다. 권오설·권오상기념사업회는 항일.민중.민주.시민사회.노동단체등과 연대하여 친일, 반민족, 반민주 세력에 대하여 공동 대응한다. 항일혁명운동은 당시 폭력과 전쟁으로 피폐해진 역사를 생명과 평화, 인류애를 근간으로 바꾸어 보자는 생명 평화 운동이었다. 이에 권오설-권오상 기념사업회는 이 시대 생명과 평화를 지향하는 모든 사람, 그리고 단체들과 연대하여 항일혁명운동가들의 뜻을 이어 가고자 선언한다.”

▲ 6.10만세운동유족회 황선건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이날 창립총회를 마친 뒤 13명의 신임 이사 중 한명으로 선임된 황선건 6.10만세운동유족회 회장은 “기념사업회는 우선 6.10만세 운동이 학생 중심의 독립운동이었다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부터 할 것”이라면서 “6.10만세운동의 최고 지도자인 김단야, 권오설, 권오상, 천도교 대표였던 박래원 선생과 같은 분들의 숨겨진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이어 “과거 연좌제에 걸려서 핍박을 받았던 이분들의 후손들을 돕는 한편, 의미 있는 역사 단체와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사업을 펼칠 것”이라며 “특히 현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데, 이에 전면에 나서서 싸워나갈 것이고, 이승만 기념관 건립 추진 세력에 반대하는 운동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기 기자

<2024-05-17>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일제가 철제관에 봉인한 혁명가… 영혼은 가둘 수 없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