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원도 고성군의 홀로 회원, 함명준 군수
방학진 기획실장
우리 연구소가 33년 동안 이어지다 보니 10년, 20년은 물론 30년 가까이 후원해 주시는 회원분들이 많다. 우리나라 17개 광역단체와 226개 기초단체에 고르게 회원님들이 분포되어 있는데 전국적인 회원 분포를 보면 다음과 같다.
서울 2,585, 경기 2,495, 광주 557, 부산 521, 인천 513, 충남 469, 경남343, 전남 324, 대구 321, 경북 313, 대전 312, 강원 264, 전북 253, 충북253, 울산 140, 제주 127, 해외 126명, 세종 94(2023년 말 기준)
그러나 회원이 226개 모든 기초단체에 있는 것은 아니며 단 한 명의 회원도 없는 지역도 더러 있다. 한 지역에 홀로 있는 회원은 더욱 소중하다. 그래서 10여 년 전에 ‘홀로 회원’들에게 전화로나마 인사도 드리며 절대 탈퇴하시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강원도 고성군에는 우리 연구소 회원이 딱 한 명뿐이다. 그래서 그 회원의 이름은 잊지 않고 늘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2020년 강원도 고성군수 재보궐선거 당선자로 낯익은 이름을 보게 되었다. 함명준. 고성군에 유일한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이 군수로 당선된 것이다. 우리 연구소 회원 중에는 국회의원, 시장, 군수 등 정치인이 없지 않지만 한 지역에 유일한 회원이 군수에 당선되다니 신기했다.
함명준 군수는 2004년 3월 22일 우리 연구소 회원에 가입하기 전 약 15년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일했고 이후 짧게 건설업에 종사했다. 어떤 계기로 우리 연구소의 문을 두드렸을까.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한 여러 준비 과정 중에 공교롭게도 다양한 분야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일제강점기의 아픔과 일제 만행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있음에도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서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친일파와 그 후손들에 대한 청산이 요원하기에 아픔과 분노가 마음속에 많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시기에 역사정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민족문제연구소를 알게 되어 후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정치권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게다가 북한과 최접경 지역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할 결심을 한다는 것은 당선도 쉽지 않은 일이지 않은가.
“외지 분들은 제 소속 정당을 듣고 놀라는 분들도 계셨는데요. 우리 고성 주민들의 민심은 보수냐 진보냐 보다는 지역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인물이냐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생생한 민심은 택시를 타면 알 수 있다. 그래서 2022년 여름 함명준 군수를 만날 일이 있어서 간성터미널에서 고성군청까지 택시를 타고 가면서 기사분에게 일부러 고성군수의 흉을 봤더니 그분의 눈빛이 갑자기 달라지면서 나를 째려보는 것이다. 그리곤 군청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 다. 단편적이지만 함명준 군수에 대한 지지 정도를 실감했다.
연구소는 군수가 된 회원에게 고성군 관내에 일제(친일)잔재 청산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2022년 여름 고성군청을 방문한 목적도 바로 그러한 제안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1년 후인 2023년 7월 11일 저녁, 함명준 군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방 실장님, 약속 지켰습니다. 오늘 「고성군 일제잔재 청산 등 지원에 관한 조례」가 통과됐어요.”
군수 본인이 직접 발의하고 국민의힘 6명, 민주당 1명인 고성군의회를 설득하여 제정한 조례였다. 그 조례를 근거로 하여 2023년 12월 <강원도 고성군 일제잔재 청산 지원 추진계획 수립 연구>를 통해 고성지역 일제잔재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었다. 그 조사에서 중요하게 밝혀진 내용을 보면 첫째,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32호로 지정되어 있는 관동팔경의 하나인 청간정(淸澗亭)은 1929년에 중건되었는데 이것은 일왕 즉위 기념사 업의 결과물이었다는 것. 둘째, 1953년 당시의 청간정 중수공사는 이승만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관계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 셋째, 화진포 이기붕 별장의 대한 설명에 많은 오류가 있다는 것 등이다. 그리고 고성의 여러 친일인물 관련 기념물을 처음으로 전수 조사하여 구체적인 보존 관리 방안도 제시한 성과가 있었다. 재정도 어렵고 주민 여론도 상대적으로 약한 고성에서 일제잔재 청산 지원사업이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함명준 군수의 확고한 역사인식 덕분이었다.
하지만 현실 정치인이자 재선 군수가 역사문제에만 관심을 쏟을 수는 없다. 특히 지방 소멸 시대를 맞이해 그 극복방안을 찾는데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고성군 인구는 27,300명입니다. 그래서 인구 감소지역 대응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였고 그에 발맞춰 화진포 국제휴양관광지 조성, 화진포 해양박물관 개관, 초도항 해양경관 탐방로 조성, 해수욕장 사계절 관광지 조성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00년 6·15 선언 이후 고성군은 금강산 관광의 출발지로 개성공단과 더불어 평화통일의 중심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지역이었다. 고성군이 큰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다시금 도래해야 한다. 아직은 어둡지만 언젠가는 동해의 일출이 고성군을 밝게 비출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때까지 암하노불(巖下老佛. 산골에 사는 착한 사람이란 뜻으로 강원도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는 말)처럼 차분하고 진중하게 일희일비하지 않는 자세로 고성군민을 위한 군정을 이끌어 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