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일본제철 전 징용공 재판 지원 모임’ 야마모토 나오요시 사무국장
“‘제3자 변제’라는 아이디어로 한·일 우호를 ‘연출’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방안 어느 곳에도 피해자가 없어요.”
25일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만난 야마모토 나오요시(59) ‘일본제철 전 징용공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사무국장은 윤석열 정부가 대법원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 해결책으로 밀어붙이는 ‘제3자 변제안’에 대해 “누가 봐도 이상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 방안은 가해 일본 기업이 아닌 한국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금을 대신 낸다.
그는 민족문제연구소가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 20년 등을 기념해 열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운동 기록사진전’(5월24일~7월21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 그가 속한 ‘일본제철 전 징용공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은 일본제철에 강제동원된 한국인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1995년에 결성된 일본 시민단체다. 그는 태평양전쟁 에이(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무단으로 합사된 한국인들 이름을 빼기 위한 운동 그리고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 관련 외교문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대학 시절 차별받은 이들의 역사를 공부하다가 평화 운동에 참여했던 그와 한반도의 인연은 공무원 생활을 하던 1993년께 시작됐다. “재일 조선인 원자폭탄 피폭자들이 어제까지는 일본인 취급을 받다가, 전쟁이 끝나자 어떤 치료도 받지 못하고 배척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일본) 식민지배의 잔혹함에 분노를 느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지원 활동이 3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그는 일본제철 가마이시 제철소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인 이상구씨가 “야마모토씨는 긴 세월 한국인 피해자를 도우면서 단 한번도 흔들림이 없다”고 한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제가 하는 일이 피해자와 유족 고통에 비하면 보잘것없고, 아주 작은 일일 수 있는데 이런 활동을 평가해주고 제 마음을 알아줬다는 게 정말 기뻤죠.”
그는 이날 야노 히데키 ‘강제동원문제 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사무국장, 이치바 준코 ‘한국원폭 피해를 돕는 시민모임’ 회장, 나카가와 미유키·나카타 미쓰노부 후지코시·일본제철 소송 지원 활동가 등과 함께 했다. 모두 한국인 강제동원 및 피폭 피해자와 함께 싸우며, 피해자들의 존엄과 인권 회복을 위한 긴 역사를 함께한 이들이다.
그의 지원 활동이 계속되는 동안 일본과 한국에서 이어진 강제동원 손해배상 재판은 부침을 거듭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신일본제철(현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 확정됐다. 한국에서 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2005년 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2008년 서울중앙지법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다. 2012년 대법원이 이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그리고 2017년 대법원은 일본제철이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지급하라는 역사적 확정판결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 판결이 한일 청구권 협정 위반이라며 수출규제 등을 통해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결국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해결책으로 밀어붙였으나 진정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고, 야마모토 사무국장의 지난한 활동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홍석재 기자, 강성만 기자
<2024-05-28>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