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단체들, 대전현충원에서 ‘국립묘지법 개정’ 촉구 시민대회 개최
“독립유공자 통탄한다. 친일파의 무덤을 국립묘지에서 이장하라”
“민간인 학살자가 국립묘지가 웬 말이냐 당장 이장하라”
“국립묘지법 개정으로 민족정기 바로 세워라”
제69회 현충일인 6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입구가 친일파와 군사쿠데타 주역 이장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의 목소리로 소란해졌다.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역위원회, 평화재향군인회,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대전지역모임, 세상을 바꾸는 대전민중의힘 등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진보정당 등은 이날 이 자리에서 ‘국립묘지법 개정 촉구 시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현충일을 맞아 대전현충원을 찾은 추모객을 향해 친일반민족행위자와 5.18민주항쟁 가해자 등 현충원에서 강제 이장시킬 수 있도록 국립묘지법개정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현충원 입구 보도에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는 김창룡, 유학성, 백선엽 등 반민족, 반민주행위자들의 이름과 사진, 행적 등이 담긴 판넬을 전시하면서 “이러한 자들로 인해 애국지사와 선국선열들이 모셔져 있는 현충원을 더 이상 더럽혀서는 안 된다”며 신속한 국립묘지법개정을 촉구했다.
또한 보도블록 위에는 친일행위자 37명, 군사반란 가담자 22명, 민간인학살 관련자 8명, 반헌법행위자 7명 등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는 74명의 이장 대상 반민족행위자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깔아 놓고 지나가는 추모객이 이를 밟고 지나가도록 하기도 했다.
이날 규탄발언에 나선 홍경표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역위원장은 “참으로 침통한 심정이다. 20여년이 넘도록 이곳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어서는 안 될 부적격자들의 이장을 외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국립묘지법개정은 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적폐를 청산해 달라고 21대 총선에서 야당에 180여 석을 몰아줬지만, 여전히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은 버젓이 국립묘지에 잠들어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국립묘지법을 개정해 이들을 국립묘지에서 쫒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대발언에 나선 김율현 대전민중의힘 상임대표는 “부끄럽고 부끄러운 현장이다.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이 잠들어 있는 이곳에 독립운동가를 체포하고 학살한 자들이 함께 묻혀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앞장섰던 사람들은 구속하고 고문한 자들, 광주시민들을 학살하고 군사 반란을 일으킨 자들이 이곳 대전현충원에 묻혀 있다”며 “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가”라고 개탄했다.
이들은 또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친일반민족 행위자, 5.18민주항쟁 가해자의 묘를 국립묘지에서 당장 이장하라”고 촉구하고 “22대 국회는 국회 내에 반민특위를 다시 설치하고 현행 국립묘지법을 즉각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국립묘지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애국지사와 순국선열들을 모시는 영예로운 곳”이라며 “그런데, 어찌하여 대한민국은 국민혈세로 일본군 장교 또는 만주국 장교로 일제에 적극 협력하면서 독립운동가 및 민중들을 탄압한 친일반민족행위자와 5.18 민주항쟁 당시 민주시민 학살에 앞장선 자들을 이곳 국립묘지에 안장하여 참배를 강요하고 있는가”라고 따졌다.
이어 “특히 민족지도자이신 김구 선생을 이승만 정권의 비호 아래 암살을 안두희에게 사주하고, 한국전쟁 전후에는 백만 명 이상의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하는 반인륜적 행위에 앞장서는 등 온갖 반민족·반인권적 행위를 저지른 김창룡이 어찌하여 이곳 ‘장군 1묘역 69호’에 묻혀 있다는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이들은 또 ▲객관적인 역사적 사료에 의해 친일행적이 드러난 자 ▲한국전쟁 기간 전후 민간인 학살에 앞장섰던 권력자 ▲제주 4.3사건 당시 제주 도민 탄압에 앞장 섰던 서북청년단원과 관계자들 ▲5.16 및 12.12 군사 반란에 참여한 후 온간 권력과 경제적 부를 축적한 자 등을 열거한 뒤 “이곳 국립묘지에 있어서는 안 될 수십 명이 사후에 당시 권력의 비호 아래 이곳에 숨어들어 와 국가유공자 사이에서 버젓이 잠자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들은 “이런 부적격자들의 묘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은 국립묘지에 대한 모독이며, 우리 국민을 욕보이는 것이다. 또한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짓밟고 민족정기를 훼손하는 짓이며, 이곳에 고이 잠들어 계시는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능멸하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김창룡, 유학성, 백선엽 등 반민족, 반민주행위자의 유족들을 향해 “당신들의 조상이 국립묘지인 이곳 대전현충원에 있는 한 국민들은 당신 조상의 죄악상에 대하여 더욱 자세히 알게 되고 손가락질을 더 할 것”이라며 “진정 고인을 위한다면 하루빨리 이곳에서 조상의 묘를 사유지로 이장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국회를 향해서도 “우리가 발의 요청한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당신들의 무관심과 냉대로 인하여 담당 상임위원회에 상정도 못하고 늘 낮잠을 자고 있다”며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으로서 당신들은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하루속히 반민특위를 다시 설치하고 현행 ‘국립묘지법’을 개정하여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호국영령들의 넋을 편히 쉬게 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경고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 당신은 홍범도 장군 흉상 육사 바깥 이전, 이승만 기념관 건립 등 독립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일본의 이익을 위하여 민족의 자존심을 깡그리 무너뜨리고 있다”며 “이런 친일 반민족적 정책 기조를 당장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당신을 탄핵의 강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끝으로 “일본제국주의의 전쟁 범죄에 대하여 모두 눈감고 면죄부를 주자는 당신의 주장을 우리는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리는 하루빨리 ‘국립묘지법’을 개정하여 반민족, 반민주 행위자들과 반국가 사범들을 모두 국립묘지 밖으로 이장하고, 국립대전현충원을 진정한 민족의 성지로 거듭 세우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독립군가 제창으로 시민대회를 마친 이들은 홍범도 장군과 조문기 애국지사, 김구 선생의 어머니 곽낙원 지사, 김구 선생의 아들 김인 지사 등의 묘소를 찾아 헌화하고 참배했다.
장재완 기자
<2024-06-06>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친일 반민족·반민주행위자를 현충원에서 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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